가이즈 인 홍콩 마카오 - #6. 홍콩 등산가

홍콩 가자

by 생산적생산자

GPS

오렌지 주스를 다 마시니 비행기가 어디쯤 날아가고 있는지 알려주는 디스플레이 창이 눈에 들어온다. 어디쯤 날아가고 있는지 허접스러운 지도상에 비행기 모양으로 표시해준다. 다양한 버전의 지도가 있고 그 안에는 주요 공항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지금은 제주를 지나 공해상을 지나고 있다. 상하이와 같은 위도 정도로 보인다.


비행기는 10,000m의 고도에서 750km/h로 비행하고 있다. 외부 온도는 화씨 영하 47도씨 (섭씨 영상 6도)이다. 비행 시간은 2시간 22분이 남았고, 나는 아이패드로 지금 이 글을 적고 있다. 이제 스튜어디스가 속이 빈 해물 볶음밥 통을 수거해간다. 옆 사람이 내 통을 가져가려는 액션을 취하길래 나도 챙겨주는 액션을 취했고, 빈 해물볶음밥 통은 쓰레기 봉투 안으로 골인했다. 아까 짐칸을 찾던 나를 압박하던 승무원은 뒷쪽 승무원인가?



물을 많이 마셔서일까, 화장실이 가고 싶어진다. 그러나 옆에 앉은 사람들의 양해를 구하며 지나가야 하고 나중에 한 번 더 가야 할 것 같아서 참았다가 간다. 내 앞에 앉은 여자는 몸을 자주 뒤척거린다. 그 진동이 내가 아이패드를 올려놓은 접이식 트레이에까지 전해진다. 그리고 뇌쇄적인 자세를 지으며 손을 자신의 머리 뒤로 넘긴다. 편한 자세를 찾아가다 어느새 고개는 차창을 향해서 45도 각도로 고정된다. 조금 피곤하긴 한데 잠이 오진 않고 잠을 자고 싶지 않다. 왠지 자고 나면 홍콩일 것 같다.



하늘 상점

일반 면세점보다 낮은 환율인 1,050원에 해준다고 한다. 최대 50%까지 할인을 해준다고 하니 많은 이용 바란다고 한다. 지금까지 비행기는 많이 탔어도 기내 면세점을 이용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늘에서 물건을 산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지상에서 구입하는 것에 비해 어떤 의미를 가지기는 할까 궁금하다. 승무원과 말이라도 섞어보고 싶은 호기로운 남성들의 욕망을 자극하는 서비스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남자들은 부를 과시하면서 승무원의 미모와 서비스를 제대로 감상할 시간을 얻는다. 나를 압박하던 승무원이 지나간다. 새침하고 도도해 보인다.




도착

비행기가 홍콩에 도착했다. 언제나 그러하듯이 빨리 비행기를 빠져나가고 싶다. 사람들은 줄을 서서 기다리고 반대편에 짐이 있는 나는 초조하다. 빨리 건너가서 나의 짐을 공수해야 한다. 그 전에 유심을 장착했다. 미리 사놓은 홍콩 마카오용 유심을 장착했다. 친구는 인천에서 오고 나는 부산에서 가기 때문에 우리가 만나야 여행이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다. 바로 유심을 연결했고 홍콩 통신사에 연결됐다. 어느덧 시간은 지나고 비행기는 승객들을 토해내기 시작한다. 입국 심사장으로의 레이스가 시작된다. 새벽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빠르게 입국 심사는 진행됐다.


언제나 그렇듯 착한 얼굴로 입국 심사장 앞에 선다. Arrival 카드의 한 장을 찢으며 체류 가능 기간이 적힌 문서를 여권 사이에 끼워 넣는다.


Thank you :)

You're Welcome.


나는 홍콩에 도착했다.


나와서 친구를 기다렸다. 혼자 기다리자니 좀이 쑤셔서 여기저기 왔다 갔다 했다. 나는 서서 뭔가를 기다릴 때 가만히 있질 못한다. 앉아 있을 땐 아닌데 이상하다. 옥토퍼스 카드 파는 곳은 이미 문을 닫았다. 등산복 입은 아저씨가 오길래 친구는 언제 오나 싶었는데 등산복 입은 아저씨가 아는 척을 한다. 친구였다. 바람막이 입고 출국을 한 친구를 보고 등산 가냐고 타박하니 서울은 춥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나도 귀국할 때 바람막이를 입었다. 심지어 빨간 바람막이를 말이다.


지난주 등산 아닌 등산을 다녀왔다. 어쩌다 3년째 하고 있는 모임이 있는데, 그들과 함께 금정산으로 향했다. 우리의 목표는 백숙과 오리고기였다. 등산하지 않고 바로 백숙 먹으러 가기는 처음이었다. 새로운 경험이었고, 나름대로 괜찮았다. 그래도 밥을 먹고 수목원에 가서 산책을 즐겼다. 그날이 11월 4일이었고, 나의 구글 포토 앱은 5년 전 11월 4일에도 내가 등산 갔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그때도 이 친구와 함께 등산을 갔었다. 당시의 사진을 보고 모임 형님은 지금이 낫다고 한다. '뭐가 낫다는 거죠?' 하면서 물어봤으나 내가 보기에도 지금이 낫다. 머리가 남자의 많은 것을 좌우하나 보다. 아무튼, 나는 5년 전에도 홍콩에서도 친구와 함께였다. 청춘을 함께 했고, 지금도 청춘이지만 지나온 우리의 시간 만큼 재밌었던 순간은 없는 것 같다. 모든 순간이 지나가고 나면 다시 돌릴 수 없기에 소중하다.


비행기 시간이 얼추 맞아서 얼마 기다리지 않고 친구와 합류할 수 있어서 괜찮았다. 처음엔 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침사추이로 향하는 야간버스인 N21은 2시간이나 걸렸다. 우리는 직장인이라 시간이 아깝다. '일도 열심히 했으니 이젠 열심히 놀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택시를 타기로 했다. 처음에 버스를 타려고 할 때 N21 대신 NA21이라는 버스를 탈 뻔했다. 돈을 내려고 하는데 뭔가 찝찝해서 '침사추이?'라고 물어봤다. 버스 기사가 아니라고 했다. 친구가 돈 준비하는 시간이 조금만 빨랐으면 우리는 그 버스를 타고 홍콩 미지의 영토를 탐험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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