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하우스로
택시를 타고 침사추이로 향했다. 게스트 하우스의 안내 책자 덕분에 영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기사에게 목적지를 쉽게 설명해줄 수 있었다. 약 30분 정도를 달려서 우리는 숙소 근처에 도착했다. 숙소 찾는 게 일이었지만 친절하게 설명된 안내문을 통해서 게스트 하우스를 10분 만에 찾을 수 있었다. 나는 과거에 태어났다면 장군은 못됐을 거다. 어딘가에 숨어서 전쟁의 참상을 기록하다가 날아오는 포탄에 삶과 작별했을 것 같다. 나는 방향 감각이 없다. 다시 한번 네이버 지도에 대한 예찬을 보낸다. 도착한 게스트하우스는 시끌벅적할 것으로 생각했던 우리의 예상과는 다르게 고요했고 아무도 없었다.
게스트 하우스 안내자는 친절했지만, 영어로 의사소통을 해서 그런지 어색한 기운을 감출 수가 없었으며 우리의 방을 안내할 때도 그랬다. 자다가 일어나서 우리를 응대하느라 그런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게스트 하우스는 조용했다. 우리는 여행의 첫날을 이렇게 보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편의점을 찾아서 술을 사러 갔다. 편의점이 어디냐고 물어봤고, 안내자는 세븐 일레븐이 어딨는지 알려줬다. 세븐 일레븐에 가서 홍콩에서만 마실 수 있는 현지 맥주를 찾아 샀다. 친구는 면도기를 안 들고 와서 면도기를 샀고, 나는 감자 칩을 샀다. 그렇게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와 술판을 벌였다.
우리가 편의점에 다녀온 동안 한국 여자 2명이 도착했다. 마음속으론 인사를 하고 싶었으나, 그렇게 사교적인 인물이 아닌 데다 그쪽도 별로 인사할 마음이 없는 것 같아서 그냥 시선을 마주치는 거로 대체했다. 우리는 신라면을 데워서 먹었고 맥주를 하나씩 마셨다. 그러면서 아무 일정이 없는 내일 뭐 할지 고민을 시작했다. 결론은 먹는 거로 끝내기로 했다. 에그 타르트, 쌀국수 정도로 먹을 계획이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는 이 때 세운 계획대로 두 가지 음식을 먹었다.
여행이라고 일상과 크게 다를 거라고 기대하면 강원도 오산이다. (이동진 작가님 안녕하세요?) 여행은 일상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것일 뿐, 우리의 평소 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만 평소에 보이던 특정한 모습에서 벗어나 다르게 보일 순 있다. 꼼꼼한 사람이 느슨해진다든지, 부지런한 사람이 게을러진다든지 말이다. 나는 한없이 게을러지는 타입이고, 평소에 쥐고 있던 이성의 끈을 놓아 버리는 편이다. 어떻게 되든 집에만 돌아가면 된다는 생각으로 여행지에서의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때도 지금도 이동진 평론가의 방송은 잘 챙겨보고 있다. <영화당>이라는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유튜브에 올라온다. 그 설명을 듣고 영화를 보면 재미가 없을 수 없다. 의미 부여라고 해야 할까? 원래 다른 이의 해설을 듣고 콘텐츠를 즐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나만의 해석을 방해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수준을 넘어서는 해석을 듣고 보면 나의 수준도 올라간 듯한 느낌을 받으며 영화를 볼 수 있다. 영화의 맥락도 잘 이해된다. 그가 영화당이라는 프로그램을 오래오래 했으면 좋겠다. 콜라를 좋아하시는 그분의 무병장수를 기원한다.
취기가 올랐으나 우리는 밖으로 나갈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나는 종일 근무를 하고 비행기를 탔다. 친구는 종일 쉬다가 비행기를 탔으나 여행 자체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는 듯했다. 새벽 3시가 조금 지나 우리는 자기로 했다. 나는 찝찝한 기운을 씻어내고자 씻기로 했다. 따뜻한 물이 나왔다. 나의 여독을 조금이나마 풀어주는 느낌이다. 광풍 같은 소리를 내며 나오는 에어컨 온도를 춥지 않게 26에 맞추고, 그리고 내일 무엇을 할지에 대한 고민은 접어둔 채 아이패드로 글을 적다가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