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즈 인 홍콩 마카오 - #8. 침사추이에서 아침을

by 생산적생산자

홍콩에서의 첫 아침

얼마 못 잔 거 같은데 친구가 깨운다. 배가 고프단다. 단세포 생물은 금방 배가 고프다. 기본적인 욕구에 충실한 그는 엄청 자주 배고파한다. 몇 번은 다시 자다가 계속해서 배고프다고 재촉하길래 일어났다. 어제 마신 맥주로 인해 숙취가 있었다. 그리고 어제 너무 열심히 일하고 온 데다 비행까지 하고 술도 마시느라 늦게 자서 엄청 피곤했다.


나는 요즘 배가 자주 고프다. 원래 날씨가 추워질 때쯤이면 속이 안 좋다. 개인적인 데이터베이스를 참고해보면 날씨에 장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요즘은 점심시간마다 산책하고, 저녁엔 땀 흘리는 운동을 한다. 근육이 조금은 붙어서 그럴까? 점심 전, 저녁 전 배가 엄청 고프다. 나도 친구처럼 단세포 생물이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그는 근육 덩어리였던 것일까. 배가 자주 고픈 건 좋은 신호다. 더 먹을 수 있고 소화가 잘 된다는 뜻이기 때문에.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고 하던 히딩크 감독의 2002년 월드컵 시절이 떠오른다. 그때 우리는 고2였고, 게임이 있는 날마다 응원을 하러 다녔었다. 우리는 아직도 먹을 나이가 많아서 배가 고프다.


귀국할 때 입은 그 문제의 빨간 바람막이를 입고 나가려고 했는데 친구가 말린다. 그래서 참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잘한 일이다. 산발 머리에 선글라스, 멋진 회색 슬랙스에 빨간 바람막이를 입은 나의 모습을 상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그래서 날씨를 검색해서 체크해 보니 온화한 날씨인 것 같길래 반팔티만 입고 나갔다.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이 직접 안내해 주신다고 해서 같이 나갔다. 우리는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사장님이 이것저것 알려주셔서 여행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실제로도 그랬다. 식당에서 하나하나 알려주신 사장님의 말대로 하루 여행 코스를 짰다.


사장님이 뭘 먹고 싶냐기에 먹고 싶었던 에그 타르트와 완탕면을 말하니 가게가 있는 쪽으로 안내해주신다.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침사추이 역 근처이고 아침을 먹으러 간 곳은 침사추이 동쪽 (이스트 사이드) 이었다. 에그 타르트를 아침으로 먹으려던 나와 친구의 멍청한 계획은 에그 타르트의 비주얼을 보는 순간 완탕면으로 바뀌었다. 아무리 해외에 나갔고 한국인이 브런치를 잘 먹는다 해도 맥주 마시고 아침에 에그 타르트는 아니었다. 어제 술을 마셔서 해장이 필요하기도 해서 완탕면을 먹기로 했다.


완탕면 가게에 들어서니 엄청 많은 사람이 앉아서 식사하고 있었다. 자리가 만석이라 혼자 먹고 계시는 여자분의 옆에 사장님이 앉고 그 건너편에 한국서 온 대책 없는 남자 둘이 앉았다. 사장님이 홍콩 관광 지도를 꺼내고 설명하기 시작하신다. 홍콩 분인데 한국어를 정말 잘 하신다. 자신의 한국어 실력이 괜찮냐고 물어보면서 듣기 좋게 이것저것 설명을 하셨다. 나는 말해주시는 내용을 받아 적을 수 없어서 조금은 답답했고 듣고 나서는 반 정도는 까먹었다. 친구와 나의 기억력을 합쳐서 하루를 보내야겠다.


오늘은 센트럴 시티에 가서 놀다가 야경을 즐기고 란콰이펑의 불금을 목도하고 올 계획이다. 내일은 마카오로 들어가야 하는데 사장님 말씀은 터미널로 바로 가도 표를 살 수 있다고 한다. 원래 페리 티켓을 예매해서 올 예정이었는데 복잡해서 안하고 왔다. 정 안되면 암표라도 사면 된다고 사장님이 말해주셨다. 엄청 친절하게 하루 일정까지 짜줘서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말해주신 그대로 돌아다니진 않겠지만 도움이 많이 됐다. 지금까지 가 본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 중 가장 친절했다. 친절한 엘라씨로 임명한다.


완탕면

완탕면은 국수와 비슷하게 생겼다. 탄탄면이랑 비주얼은 비슷하게 생겼고, 국물은 희여멀건하다. 거기에 식초와 홍콩 간장을 넣어서 먹는다고 한다. 우리끼리 갔으면 아마 그냥 먹으면서 왜 이렇게 싱겁냐고 했을 것이다. 현지인의 친절한 가이드는 여행을 현지처럼 즐길 수 있는 양념이다. 그리고 레몬을 넣어서 콜라와 섞어 먹는 게 특이했다. 나는 그냥 콜라 그대로도 괜찮은데, 면이랑 콜라를 같이 먹는 조합이 참신하게 다가왔다. 거기에 토스트도 시켰다. 완탕면은 하나 시키고 나눠먹을걸 그랬다고 이후에 친구와 얘길 나눴다.


에그 타르트

완탕면을 맛있게 먹고 분수가 있는 곳에서 포토 타임을 가졌다. 카메라와 스마트폰 두 개를 갖고 홍콩 아침의 풍경을 여러장 찍었다. 분수가 아름다웠고 나는 여행지에서 평일 오전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다들 출근하는 시간에 이러고 있으니 여유롭고 기분이 좋았다. 남들과는 다른 시간을 보내는 것은 기분이 좋다. 딴 짓은 우리에게 활력을 주고 개성을 부여해준다. 포토 타임이 끝나고 에그 타르트 집으로 갔다. 에그 타르트는 한개에 5홍콩달러(홍딸)였다. 몇 개를 살지 고민하면서 친구와 얘기를 하고 있었다. 앞에 서 있던 여자분이 한국어로 여기 에그타르트가 제일 맛있다고 했다. 타이펑 에그 타르트는 8달러라고 하는데 여기가 더 맛있단다. 그래서 우리도 맛있다는 에그 타르트를 8개 샀다. 따끈한 에그 타르트를 포장해서 들고 완탕면으로 가득찬 배의 포만감을 느끼며 게스트 하우스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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