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즈 인 홍콩 마카오 - #15. 마카오로 가자

by 생산적생산자

마카오로

드디어 배를 탔다. 표를 끊을 때 윈도우 사이드로 달라고 해서 오른쪽으로 풍경을 볼 수 있는 창가 자리에 앉았다. 창가 자리는 괜찮았다. 그리고 기내식 먹을 때 내리는 선반도 있었다. 나는 아이패드를 꺼내서 다시 여행의 기록을 하기 시작했다. 기록하는 순간은 재밌다. 내가 살아 있는 느낌이 들고 기억을 회복하는 과정과 적으면서 새로 느껴지는 경험의 새로운 대면이 맘에 든다. 오른쪽으로는 홍콩의 전경이 펼쳐졌지만 나는 집필 작업에 집중하느라 별로 보질 못했다. 친구는 곯아 떨어졌다. 노곤한 모양이다. 틈만 나면 잔다. 먹고 자고 먹고 자고의 반복이다.


잠을 한숨도 안 자고 계속해서 아이패드에 글을 적어갔다. 날아간 부분이 있어서 란콰이펑 부분부터 새로 써나가기 시작했다. 피크트램 이야기와 클럽에 간 이야기에 대해 생각나는 모든 부분을 적어봤다. 적는다는 건 피곤하다. 모든 기억나는 것을 적고 싶기도 하지만 걸러내야 할 때도 있다. 적는 행위는 어찌 보면 가장 솔직한 행위인 동시에 자기 검열의 끝판왕이 아닐까 싶다.


도착 10~20분 전 친구는 일어났고 우리는 다시 희희낙락거리는 대화를 시작했다. 나는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글을 써가고 있었고 친구는 뭘 적냐고 하길래 나는 너의 욕을 적고 있다고 했다. 어제 클럽에서 같이 논 아가씨의 카톡 프로필 사진을 보여주길래 나는 그녀는 나를 좋아한다고 했고, 친구는 자기와 계속 놀았다고 했고, 나는 그녀가 나에게 처음 먼저 접근을 했다고 했고, 친구는 그녀와 만나기 전부터 사귀고 있었다고 했다. 다시 보니 정말 이뻤다. 엄청 활동적인 여성이었다. 아무튼 그런 시답잖은 대화를 하는 사이에 배는 도착했고 우리는 아무 생각없이 앉아 있다가 선두를 뺏겼다는 걸 인식하고 느지막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윗글의 일부 내용을 친구에게 보내주니 자기는 기억이 없단다. 나도 잊고 살던 내용인데 기억하지 못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우리 둘이 놀러간 내용을 적고 있다니깐 사생활 침해라고 한다. 그리고 저작권료를 내놓으라고 한다. 개소리 하지 말라고 하니 '왈왈' 한다. 그와 같이 있으면 헛소리를 하게 된다. 그렇게 보내는 시간이 무의미해 보이지만 나에겐 너무나 재밌고 즐거운 시간이다. 그래서 요즘 책모임 가서도 그게 그리워서 항상 헛소리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 자체가 그렇게 무거운 인간은 아니니까,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모두의 안에 있다. 단지 그것을 표현하지 못할 뿐이다.



마카오 도착

한밑천 마련해보려는 사람들이 앞다투어 제트봇에서 내렸다. 모두 한탕 해보려는 잭팟의 꿈을 안고 마카오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의 표정은 비장했고, 발걸음은 카지노로 향하느라 바빴다. 마카오의 첫 풍경은 홍콩과는 다른 무엇이었다. 홍콩이 빽빽이 들어선 건물들의 향연이라면 마카오는 듬성듬성 있는 웅장한 건물들이 돋보였다. 모두 웅장하면 웅장한 걸 모르는데 하나가 툭 튀어나와 있으니 단연 돋보였다. 그렇게 우리는 내려서 입국 심사장으로 향했고 줄을 잘못 서서 'PASSPORT' 라고 적힌 11번 열의 끝에 섰다. 뭔가 이상하면 물어보는 게 편하다. 이런 상식의 이로움은 여행에서 특히 크게 작용한다.


그리고 우리는 심사를 마치고 마카오에 첫발을 내디뎠다. 관세청의 기록으로 보면 인간이 통관되는 과정을 통해 외국화물이 내국화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우리의 관세는 얼마일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직업병이다. 우리는 호텔로 향하는 셔틀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셔틀버스를 찾아야 했다. 관광객 안내소에 가서 셔틀버스 타는 곳을 물어봤고 왼쪽으로 가면 된다고 했다. 왼쪽으로 가는 도중에 늘씬한 누님들이 각 호텔의 이름을 들고 광고하고 있는걸 봤다. 모두 자신의 호텔 카지노로 오라고 손짓하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걸 지나쳐서 셔틀버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수많은 호텔 셔틀버스가 있었고 우리는 로얄 마카오로 향하는 셔틀을 찾으려고 했다. 친구가 우리의 셔틀버스는 작은 미니버스라는 정보를 찾았으나 그런 셔틀버스는 없었다. 그래서 다른 호텔 안내원에게 물어봤고 중간 플랫폼에서 기다리다가 올 때 직접 확인하고 타면 된다고 한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고 아직 도는 시간이 아닌가 보다 싶어서 앞쪽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10분 정도 지나니 금색 셔틀버스가 도착했다. 우리는 성급히 버스에 올랐고 버스 안은 시원했다. 마카오는 습도가 정말 높았다. 날씨도 좋아서 약간 땀이 나는 상황이었는데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버스는 10분 정도 대기하다가 출발했다. 가는 동안 마카오의 경치를 구경했다. 휘황찬란한 건물들이 서 있었다. 중국이나 홍콩의 중간 정도의 화려함을 가진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장의 사진을 찍었고 우리는 예약해 놓은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

호텔 체크인을 하기 위해서 카운터로 갔고 친구는 대기 라인을 뚫고 다른 사람 뒤에 서려고 했다. 요즘 화장실 한줄서기 운동처럼 줄을 서길래 나는 거기가 아니라 여기 서야 한다고 했고 그는 머쓱해하며 내 옆으로 돌아왔다. 우리를 맞이한 직원은 귀엽운 얼굴에 키가 작은 여자였고 우리는 체크인을 시작했다.


호텔 경유 사이트를 통해서 결제했고 나는 카드 결제가 되었는지 알았는데 승인 대기 상태였다. 그래서 카드로 결제하기로 하고 보증금은 500달러를 맡겼다. 돈이 생각보다 많이 나간다. 호텔에서 터미널로 가는 셔틀은 언제냐, 카지노는 어디 있느냐, 수영복 살 수 있는 곳은 없는가 하는 정보를 물어봤다. 친구는 어디 가서나 빠뜨리지 않고 '와이파이?'를 말했고 그녀는 Lee라는 암호로 쓸 수 있고 24시간 지나면 인증을 한번 더 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체크인을 마치고 우리는 방으로 올라왔다.


올라와서 짐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일정을 구상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받은 가이드북을 조금 보다가 좀 쉬다가 세나도 광장으로 가서 놀고 다시 호텔 와서 카지노를 좀 즐기고 다시 클럽에 가보자고 알차고 야무진 계획을 세웠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나름 잘 짠 계획이라 생각했고 나는 글을 좀 더 쓰다가 잠이 들었다. 2시간 정도를 잤을까 다시 친구가 깨운다. 그는 열심히 가이드북으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친구가 알아서 다한다. 나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나온 '경의 뜻대로 하시오' 모드로 전환했다. 긴박한 순간에만 블로그를 켜서 정보를 확인하고, 영어가 필요한 상황에서만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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