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필요한 단어 : 칼퇴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 탐구는 칼퇴에서부터

by 생산적생산자


나의 유일한 목표


내 직장생활의 유일한 목표는 퇴근을 일찍 하는 것이다. 퇴근 시간을 지키기 위해 업무 시간 에 최선을 다한다. 그렇다고 주어진 일을 완료하지 않고 퇴근한다는 말은 아니다. 퇴근한 이후, 내가 처리한 업무로 인해 누군가 나를 찾지 않아야 한다. 그런 업무의 적정선을 알고 그 경계에서 노니는 것, 그게 회삿밥 오래 먹은 직장인의 노하우가 아닐까? 점점 연차가 쌓여갈수록 그런 선을 파악하는 능력이 상승하는 걸 느낀다.







우리의 현실


우리는 업무시간에 그렇게 바쁘지 않을 수 있다. 화장실에 가서 스마트폰을 보며 오랜 시간을 쓰기도. 담배를 피러 가서 잡담을 나누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리고 개인적인 인터넷 쇼핑이나 친구와의 연락을 하기도 한다. 이런 업무 외적인 시간들이 축적되면 퇴근 시간 이후 잔업할 수밖에 없다. 좋지 않다.




업무 시간에 열심히


이렇게 업무 시간에 느슨하게 일하다가 퇴근 시간이 지나도 집에 안 가는 사람들이 있다. 나로선 이해할 수 없다. 왜 남느냐고 물어보면 '일을 못 해서' 혹은 '일이 많아서'라고 한다. 그 사람들을 보면 평소 업무시간에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다. 업무 시간에 열심히 하면 빨리 갈텐데 왜 그러는지 궁금할 때가 많다.




일이 많다고 하지 못한다


더 근본적인 내용을 조금 더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회사에선 할 일이 많다. 같은 월급을 준다면 직원들이 최대한의 일을 하는게 회사에겐 유리하다. 그래서 우리는 월급이라는 한정적인 돈을 받으며 회사가 원하는 대로 노예처럼 일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나도 노예다. 하지만 의식적인, 그리고 주체적인 노예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체적인 노예는 무엇일까? 자주 인용하는 <송곳>이라는 드라마의 대사가 있다. '싸우지 않으면 어디가 선인지 알 수 없다'라는 말이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지금까지 나는 과연 선을 가진 사람이었나? 아니면 그냥 다른 사람이 그려주는 선대로 따라가며 살아가는 사람이었나?' 우리에겐 선이 필요하다. 나를 지킬 선, 그리고 그 이상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거절의 선, 이걸 갖는 게 주체적인 노예의 덕목 아닐까?


자신에게 정해진 선이 없는 사람은 무조건 회사가 시키는대로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하지 못할 일은 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 일이 많으면 많다고 말하는 선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능력 밖의 일을 거절하지 못하고 맡아서 이도 저도 아니게 되는 경우를 많이 접해봤다. 더 시키려고 하는 회사, 덜 하려고 하는 직원 사이에도 균형이 필요하고 거기엔 개인적으로 정해 놓은 한계선이 필요하다.







저녁(에 할 일)이 있는 삶


내가 위에서 말한 균형, 즉 선을 유지하는 비결은 한 가지다. 퇴근하고 할 일을 많이 만들어둔다. 나의 정체성을 '회사원'이라는 하나의 단어만으로 설명할 순 없다. 제 2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활동, 그리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일은 퇴근 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블로그, 유튜브를 하는 크리에이터의 삶이 내가 추구하는 제 2의 정체성이다. 이렇게 퇴근 후, 할 일이 있다면 퇴근을 빨리 할 수 있는 동력이 된다. 약속 있을 때, 혹은 휴가 직전 일을 빠르게 처리하는 것과 비슷하다.


회사원이라는 정체성이 개인의 정체성으로 굳어지는 일은 피해야 할 것이다. 100세 인생의 시대에 회사원은 하나의 직업이고 영원히 머무르는 곳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자신의 진짜 업을 찾는 일은 퇴근 후에 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만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빨리 퇴근해야 한다. 그 퇴근을 위해선 업무 시간엔 집중하고, 자신만의 선을 갖고 회사에게도 거절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할 테다. 오늘도 진정한 정체성을 찾기 위한 당신의 칼퇴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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