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딴짓러의 균형
회사에 있던 어느 날이었다. 업무를 처리하던 중, 메일 알람이 뜬다. 회사 메일로 공지가 날아왔다. 회사 전체 공지는 아니고 우리가 속해 있는 경영관리본부 명의로 날아온 메일이다. 아웃룩으로 열어본다.
<제목 : 경영관리본부 야유회 공지>
안녕하십니까? 경영관리본부 구성원 여러분, 어려운 시기에 수고 많으십니다.
다름이 아니라 여러분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단합을 도모하고자 야유회를 실시할 계획입니다.
장소 및 일자는 아래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아 래 -
1. 장소 : 뒷산
2. 일자 : 2018년 10월 XX일 (토)
3. 복장 : 가벼운 복장
※ 기타 문의 사항은 내선번호 XXX로 문의 주시기 바랍니다 (XX팀, XXX 사원)
'야유회는 왜 항상 토요일에 가는거지? 당신들이 외치는 원가절감은 회식이나 야유회에서 시작해 하는거 아니냐!' 물론 이렇게 소리치진 못한다. 그래서 쉼표로 넣어놨다. 머리를 굴린다. 나는 토요일 야유회에 가서 회사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지 않다. 주중에 하지 못한 유튜브 동영상 촬영과 편집을 해야 하고, 지금 하고 있는 글쓰기 과제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한번 받고 싶었던 상담도 잡혀 있다.
회사일은 안일이라고 생각하자. 안일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해선 안된다. 하지만 안일만 있는 사람이 있다. 차부장급 같이 회사에 충성을 다하는 사람이 있다. 야유회를 가면 무조건 참여해야 하고, 장례식이 있으면 무조건 가야 한다. 왜 그런지 이해가 안 된다. 나도 그들의 직급이 되면 그렇게 될지 모르겠다. 그게 제일 두렵다.
비교해보면 나는 회사에 절반의 가치를 둔다. 하기 싫은 일은 싫다고 하고,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이유를 물어본다. (Start with Why라는 책을 읽은 영향일지도 모른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나는 안 일도 있지만 바깥일도 있는 사람이다.
회사 외적으로 블로거, 독서 모임 총무와 서기, 책을 쓴 저자, 유튜버, 강연자라는 다양한 직함을 갖고 있다. 회사 일만큼이나 많은 일을 밖에서 하고 있다. 다양한 바깥일이 내가 칼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중을 오로지 회사에 두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어떤 사람이 더 견고할 수 있을까? 투자의 원칙에서 '달걀을 한 바구니에 모두 담지 말라'는 조언을 많이 들어 봤을 것이다. 그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바깥일은 안일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안일이 바깥일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회사에서 야유회 사건을 겪지 않았다면 이런 글도 쓰지 않았을 테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에 올인하는 게 아니라 어딘가 있는 균형점이 아닐까? 나는 안과 바깥의 균형을 추구한다.
그리고 결국 나는 야유회에 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