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에 바람이 필요한 순간
출장 이야기
2019년 1월, 동남아 2개국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보통 중국으로 출장을 떠나는데 작년 러시아에 이어 처음으로 중국이 아닌 새로운 나라로 출장을 갔다. 새로운 업체를 소싱하기 위한 상위 의사 결정이 필요했고, 나는 경영진 수행과 회의 통역을 담당하게됐다. 출장을 다녀온 김에 출장에 대한 단상을 적어보고자 한다.
출장의 의미
입사한 후 해외 출장을 10회 이상 다녀왔다. 업무 상, 필요에 의해 회사를 벗어나 타지로 떠나는 것을 출장이라 한다. 국내로 떠나기도, 해외로 가기도 한다. 나는 출장이 좋다. 가기 전 출장 준비하는 과정은 지난하다. 하지만, 떠나고 난 뒤 일어나는 미팅 시간은 업무보다 짧고, 영어도 쓸 수 있고, 업체와 즐기는 식사도 즐겁다.
교육과 출장의 차이
비일상을 회사라는 범위 안에서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행위가 출장이나 교육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교육은 어쨌든 갇혀서 듣게 된다. 그리고 강의장이라는 공간의 제약이 있다. 반면, 출장은 공간의 이동이 계속 일어난다. 만나는 사람도 바뀐다. 평소 겪을 수 없는 다채로운 변화이다. 항상 발 붙이고 있는 이 땅을 떠난다는 것은 일종의 해방을 의미한다. 걸려오는 전화를 받지 않아도, 정해진 시간에 점심을 먹지 않아도, 출근을 안해도 되는 그런 일상과의 차이가 출장을 매력적이게 한다.
연차 비슷한 그것
이렇듯 출장은 연차와 비슷하지만 연차를 쓰지 않고 떠나는 연차라고나 할까? 업무의 연장선이라는 점에서 개꿀이다. 출장에서의 업무 시간은 평소의 업무 시간과 비교하면 짧다. 미팅 시간은 보통 2~3시간 정도로 제한적이다. 한 업체만 가는 경우, 종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피로도가 다양한 일을 처리해야 하는 회사보단 덜하다. 그리고 출장비가 따로 나온다는 금전적인 이득도 있다.
출장의 효과
새로운 곳에 가면 새로운 견문이 생긴다. 다른 업체는 어떻게 일 하는지 보면 벤치마킹할 수도 있다. 실제로 업체의 공정에서 하고 있는 제도를 우리 회사에 제안해서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 반대로 우리가 업체에 도움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 업무로만 진행하던 비즈니스가 실제로 이뤄지는 과정을 보면 재밌다. 새로 만들어가는 과정에 동참하고 있는 걸 체감할 수 있어 실제로 내가 앉아서 처리하는 업무와 결과의 실제 결과물을 볼 수도 있다.
여유의 원천
그리고 출장 가면 회사에서의 경직된 자세보다 유연하게 동료를 맞이할 수 있다. 나는 회사에서 공간이 주는 압박감에 약간은 경직된 태도로 사람을 대하는 경향이 있다. 출장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이동하는 차 안에선 태도가 조금 바뀐다. 공간이 주는 해방감이 마음에 여유를 준다고 해야할까? 사람은 여유가 있을 때 상대방을 잘 받아들이게 마련이다. 출장은 사람의 마음에 여유를 안겨준다.
한번 더 출장
나는 출장이 없었다면 회사 생활이 더욱 버티기 힘들었을 거라 믿는다. 한번씩 코에 바람도 넣게 해주는 회사가 고마울 따름이다. 첫 해외로 나가는 비행기도 출장으로 떠난 중국행이었다. 그 덕분에 해외로 여행을 다니게 됐다. 회사는 갑갑하면서도 한번씩 나에게 다른 공간과 사람들을 선물해주는 곳이다. 분기에 한번은 떠나고 싶은 출장, 지금 당장은 다녀와서 적어야 하는 보고서가 걱정이지만 올해도 나는 열심히 떠나고 다시 돌아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