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뜨릴 수 없는 자격지심의 벽
나는 친한 친구가 몇 없다. 그 중 친하다 생각했던 친구가 지척에 살고 있다. 심지어 우리는 같은 해에 아기도 낳았다. 같은 지역에 살고, 아기도 같이 낳으며 공통 분모가 많이 생겨 기뻤다. 삶의 속도가 비슷하고 나눌 수 있는 고민도 비슷하니 더욱 친해지고 자주 만날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우리의 관계는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 내가 만나자고 연락하는 일이 없으면 그 친구에게서 먼저 연락오는 일은 잘 없다. 무언가 나누어줄 음식이나 재밌는 일이 생기면 항상 먼저 생각나는 친구인데 그 친구에게 나는 그러지 않은 것 같다.
눈감고 모른척 하려 했지만, 사실 우리 사이에는 미묘한 자격지심의 벽이 존재한다.
같은 시험에서 나는 붙고 그 친구는 떨어진 적. 같은 수업에서 내가 더 높은 성적을 받은 날. 친구가 할 수 없는 무언가를 내가 해냈을 때. 의도하지 않았지만 나는 친구보다 나은 결과를 도출한 적이 많았다.
결혼을 결심했을 때도, 아기를 갖기로 결심했을 때도 친구는 내게 넌 참 용감하다. 난 무섭고 두려운데. 라는 답에 난 그저 친구가 나를 좋게 봐준다 생각했다. 하지만 한 해 두 해가 지나고, 내가 다가가는 만큼 그 친구가 내게 벽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내게도 지각되었을 때 난 깨달았다.
그건 칭찬이 아니라, 친구 마음 속에 있는 자격지심을 애둘러 좋게 표현하려 한거구나. 그 마음이 느껴지기 시작하고서 부터는 나도 친구가 무언가 불편했다. 무엇이든지 좋지 않게 보였다.
그 친구가 다른 친구를 만날 때 나 빼고 다른 사람은 잘 만나는 것 같아 질투했고, 내가 먼저 만나자 할 때 만나기 어렵다고 하면 내가 만나기 싫어 핑계를 댄다고 생각했다. 그게 사실이지 않더라도 난 남몰래 상처받고 말았다.
서두에도 말했듯 나는 친구가 몇 없다. 사실 친구라는 관계가 인생에서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친구를 만나면 기쁘고 재밌는건 사실이지 않은가? 니 맘이 내 맘 같지 않으니. 아이러니고 슬프다.
관계 정리도 생각해보고, 내 마음 속의 상처를 얘기해볼까도 생각해봤지만 그럴 용기가 아직은 부족하다. 역설적이게도 친구는 내가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을 때 내게 용기를 북돋아준 사람이며 내 속마음을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좋은 친구이다.
여전히 해답을 내리지 못했다. 그 친구를 잃으면 많이 슬플 것 같기 때문일까? 친구가 밉다가도 날 좋아해줬으면 좋겠고 사랑받길 바라는건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일까.
이미 기울어져있는 관계 속에서 평등한 저울로 돌아가는건 불가능에 가까움을 알면서도, 또 어리석게도 나는 그 친구에게 카톡을 해본다. 나를 자격지심의 대상이 아닌 온전한 사람으로써, 친구로써 좋아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