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등을 밀어준 것은 도망가지 않은 내 자신이었다.

by 록록록

신입사원 시절 다녔던 회사는 중소기업이었지만 국내에서는 기술로 자부할만큼 꽤 탄탄한 회사였다. 그러다 대기업과의 소송과 휘말리게 되었고, 매출의 70%나 해당되는 큰 손이 없어지자 월급이 밀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2년 넘게.


이직하려 이력서도 수차례 넣어보고, 영어 시험도 준비하며 이 악물며 버텼다. 월급날 5%, 10%씩 깨작깨작 나오던 월급. 애석하게도 사회초년생 시절엔 돈도 어떻게 모으는지 몰랐다. 신나게 신용카드를 쓰고는 월급이 밀리자 갚을 도리가 없어졌다. 엄마에게 돈을 빌리기도 하고, 그 때를 계기로 돈이 없으면 삶이 힘들어진다는 것을 깨닫고(?) 비상금이라는 것을 모으게 됐지만.


그렇게 이 악물며 4년이라는 시간을 버텼다. 이력서는 족족 떨어졌고, 내게 남은 희망이 없었다. 월급도 안나오는 쓰레기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는 내 자신에 자괴감이 들었다. 후회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더 좋은 대학을 나왔어야 하는데, 고등학생때 더 공부를 열심히 했어야 하는데 등등.


유일하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매일 새벽 짬을 내서 독서하고, 새로운 공부를 하며 내 자신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 뿐이었다. '이 우물에 빠질 순 없어. 어떻게서든 나가야해.' 라는 벼랑끝에 선 내 자신이 매일같이 속으로 되니었다.


내가 처한 현실을 바꿀 수는 없지만, 그 현실에 대응하는 내 자신을 바꿀 수 있었다. 일을 다각적으로 바라보고, 되지 않는 이유보다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집중하였다. 그러자 내가 미처보지 못한 부분들과 일을 대하는 자세가 바뀌었다.


나는 내일의 나에게 맡길 여유가 없었다. 과거 혹은 미래의 나를 타인처럼 인식할 수가 없었다. 나아가야만 이 곳을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게으름 때문에 대신 고통받을 미래의 나를 바라볼 수 없었다.


미래의 나를 끌어주는 건 과거의 노력한 나라는 것을 명백히 알기에.


좋은 결과를 응원하고 약속하기 위해 나는 매일의 노력에 단단한 근거를 만들어줄 일에 몰두했다. 하늘이 알아주신건지 감사하게도 연이 닿은 훨씬 좋은 곳에서 일하고 있다.


그렇게 과거로 부터 넘겨받은 소중한 주도권과 뒤에서 묵묵히 나를 지탱하는 과거의 내가 있는 이상, 나는 여전히 노력을 멈출 수 없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는, 서로를 연결하는 배턴같은 존재랄까.


*제목과 내용의 일부 문구는 [일본 광고 카피 도감]에서 영감을 받아 인용 및 각색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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