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만 맛볼 수 있는 간식거리
친척이 벌어먹으라고 준 앞산은 높았다. 마을에서 15분 거리에 있었고 제일 앞에 있는 산이라서 ‘앞산’이라고 했다. 도시에 나가 있는 친척에게 앞산은 조상들의 묘가 있는 산이지만 자주 오고 갈 산은 아니었나 보다. 산은 올라가는 길도 좁고 험했다. 부모님은 산을 자주 돌보는 조건으로 그 땅을 벌어먹기로 하셨다.
자주 가는 곳이 아니었기 때문일까? 산밭에 뭘 심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봄이면 찔레순을 끊어먹었고 밤나무가 많아서 가을이면 엄마가 밤을 주우러 간 기억이 난다. ‘찔럭’이 ‘찔레’이고 우리가 먹은 게 여린 순이었음을 알게 된 건 어른이 되고 나서였다. 그러니까 정식이름을 알기 전까지 산에 가면 있는 ‘맛있는 가지’라고만 생각했다. 가시투성이인 찔럭을 엄마는 나에게 먹는 방법은 알려주셨다. 이미 억세진 순 말고 여린 순만 가려서 먹으라고 했다. 가지 주변은 핏줄 같은 핑크색이 돌았고 가시가 작았다. 손으로 눌러보았을 때 내 손가락이 꾹 눌릴 정도로 약한 가시. 그런 것만 먹으라고 했다. 가지 끝을 툭 꺾어 손톱으로 쭉 벗기면 청포도색 같은 속살이 나왔다. 앞니로 톡톡 끊어 입에 넣었다. 막 벗진 순은 풀 맛이 났다. 씹다 보면 표현할 수 없는 묘한 단맛도 났다. 질기지 않고 몇 번 씹다 보면 꿀걸 넘어가는 것이 여간 깔끔한 것이 아니었다. 찔럭맛을 알아버린 나에게 엄마는 산은 위험하니 올라가지 말라고 당부하셨는데 한 번씩 올라가서 먹었던 생각이 난다.
이후 도시의 친척이 그 산을 밤나무산으로 만들 거라고 그만 벌어먹으라고 할 때까지 몇 년이 안 걸렸지만 아직도 앞산이 생각난다. 큰 도로가 생겨서 이제는 갈 수도 없다. 해마다 봄이면 가시를 꾹 눌러 꺾어 먹었던 찔럭이 먹고 싶어 진다. 그 시절에 젊고 아름다운 엄마와 아무것도 모르는 꼬맹이인 내가 하하 호호 수다 떨며 봄산을 누리고 다녔던 추억도 함께 그리워지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