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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밥 Aug 23. 2024

몰입(Flow),
그게 뭔데?!라고 물으신다면

ubob insight


몰입하면 ‘연기자’가 연상된다. 연기자들이 힘들어 하는 장면은 ‘슬픈 연기’이다. 그 중에서도 제일 으뜸은 단연코 ‘눈물 연기’이다. 그 만큼 자신을 잊고 대본의 그 사람이 되어야 한다. 감정이입이 되어야 명연기로 거듭날 수 있다. 감정이입이 ‘몰입(flow)’의 유형이다. 감정 이입이 되면 자신이 누구인지 잊어버린 채 어느 새 화면 속의 주인공이 되어 있다. 그만큼 현재 상황에 충실할 때 가능한 것이 몰입이다. 어느 한 곳에 ‘집중(concentration)’하면 다른 것에는 관심이 전혀 없는 무아지경 상태라 할 수 있다. 몰입은 자신이 하는 일에 온 신경이 집중되어 시간적 공간적 개념조차 잊어버릴 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무신경할 정도의 탈(脫) 이기적 심리적 상태이다.


우리는 누구나 몰입의 경험이 있다.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주의력을 모두 가동하여 가장 행복한 상태를 만끽했던 추억을 하나 이상 갖고 있다. 어떨 때는 하룻밤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거뜬히 견디면서 피로와 배고픔마저 잊는 슈퍼맨이 된 자신을 발견하면서 놀라기도 한다. 몰입은 가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초인적 현상을 발현하면서 우리에게 신비한 경험을 선사한다. 다만, 각자마다 그 대상과 방향성이 다르기에 일관된 몰입이 어려울 뿐이다.









몰입의 트리거(trigger)는 '팬데믹'과 '불확실성'


올해 일터(workplace)에서 주목받는 것 중 하나가 몰입(Flow)이다. 왜일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코로나19 팬데믹’과 4차 산업혁명의 기하급수적 변화에서 시작된 ‘불확실성’을 빼 놓고는 논할 수 없을 것이다. 팬데믹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에 해법 찾는데 어려움이 컸다. 3년 가까이 지속된 팬데믹은 기존의 틀을 송두리째 바꿔 놓기에 충분했다. 그 결과 새로운 조직문화가 등장했고 다양한 갈등이 표출되면서 HR 부문의 또 다른 이슈로 자리매김했다. 이 갈등은 꽤 오랫동안 HR 담당자를 괴롭힐 것 같다. HR의 막중한 임무는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구성원이 담당 직무에 충실하고 일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환경 여건을 조성하고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팬데믹은 그 방법에 있어서 종전과 전혀 다른 접근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 해법의 하나로 몰입이 주목받고 있다.





첫째, 팬데믹은 근무장소, 근무시간, 근무방법을 변화시켰다.

재택근무는 집(house)의 개념을 바꿔 놓았다. 팬데믹 이전까지 쉼, 휴식으로 일터와 ‘분리형’이었던 거주지의 개념이, 코로나19로 일터와 쉼터가 융복합 된 ‘일체형’으로 변신했다. 일터가 집으로 통섭형이 되었다는 것은 매일 출퇴근의 부담에서 해방되었을 뿐 아니라, 그 자유는 또 다른 재미를 찾는 출구가 되었다. 유연근무제나 탄력근무제는 대면 중심의 ‘함께’였던 근무시간을 비대면과 대면의 혼합형인 ‘따로 또 함께’로 탈바꿈시켰다. 각자 원하는 시간에 ‘따로(me)’ 일을 하다가, 집중 근무시간에 ‘함께(we)’하는 형태이다. 근무장소와 근무방법의 변화는 리더십, 의사소통, 협업과 같은 근무 방법에도 영향을 줬다. 지금도 그 영향이 지속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 종일 종전의 대면 방식과는 사뭇 다른 조직문화를 잉태했다. ‘우리(we)’가 ‘나(me)’로 변신했고, 의사소통도 아날로그 방식(speaking)에서 화상회의(Zoom), 메일, 단톡방, 카톡 등 디지털화되면서 리더와 조직은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러움을 토로할 지경에 이르렀다. 일상 깊숙이 자리매김한 정보통신기술 발달은 사회 변화를 기하급수적으로 탈바꿈하면서 세대 간 경험 공유를 갈라치기 하는가 하면 세대 간 간극을 더 넓히는 등 갈등의 불씨가 되었다.



근무장소 등의 변화는 MZ 세대를 비롯한 젊은 세대에게는 큰 저항감 없이 스며들면서 또 다른 유형의 조직문화를 잉태할 수 있는 단초가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개인 중심적 생활과 사고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는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이 훨씬 달콤할 뿐 아니라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조직과 리더에게는 부담이겠지만 말이다. 특히 성과지향적 조직문화에서는 근무장소 등의 변화가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 지시와 통제에 익숙했던 조직문화에서 자기주도적 성과를 창출해 주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하루 아침에 변할 수 없는 영역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 답을 ‘몰입’에 기대어 보려는 것이 HR의 현주소가 아닐까 싶다.



둘째, 불확실성(uncertainty)의 확장성이다.

팬데믹은 대내적으로는 조직문화 변화의 단초였지만, 대외적으로는 기업의 생존여탈권에도 큰 영향을 줬음에 틀림없다. 강제적 사회적 거리두기는 소비 축소로 끝난 것이 아니라, 소비 주도권을 공급자에서 소비자에게 이양하는 계기가 되면서 산업환경에 일대 변혁을 불러왔다. 더군다나 4차 산업혁명이 불러온 기하급수적 변화는 산업 생태계를 송두리째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품종 대량생산․대량소비」를 믿었던 기업은 「다품종 소량생산, 소량소비」에 미래를 걱정하는 처지가 되었다. 소비자 니즈(needs) 파악에 실패하거나 트렌드에 둔감하면 도태되는 세상이다. 택배산업이 가파른 성장을 할 것이라고 그 누가 예상했겠는가! 바이러스라는 예기치 않은 상황이 비대면 유통업에게는 성장의 기회였지만, 음식조리산업에게는 치명타였다. 이처럼 깊어만 가는 불확실성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고민의 주름살만 늘게 만든다. 불확실성은 몰입을 관심받을 수 밖에 없도록 만든 장본인 중 하나라는 것을 부정할 이유가 없다.







몰입의 DNA는 '즐기는 것'


그렇다면 몰입은 과연 뭘까? 공자의 말씀에서 그 단초를 찾아보자. 공자는 논어(옹야편)에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라고 했다. 고수는 아는 것을 귀하게 여기기보다 즐겨 하는 마음을 가지려 노력한다. 그렇다고 ‘아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쓸모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두 가지 요소 모두 즐거운 마음을 갖추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일 만큼 가치 있다. 즉, 몰입의 DNA는 재미(fun)이다. 재미는 익숙함보다 신선한(fresh) 것에 더 마음이 끌린다. 늘 새로워야 호기심이 생기고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발현된다. 그 방법으로는 조직이 앞장서서 수시로 조직문화와 직무 개선에 앞장서는 잡 크래프팅(job crafting)(보러가기)이 있다. 몰입은 ‘최고의 나, 최고의 조직’을 지향할 만큼 매력적이고 가성비가 좋다. 가성비 좋은 몰입이 구성원에게 선사하는 네 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삼매경(三昧境)’이다. 오직 한 가지 일에만 마음을 집중시키는 경지라는 사전적 뜻을 가진 삼매경은 좋아하고 즐기는 것에서 비롯된다. ‘왜 안 하느냐?!’라고 타박할 이유가 없다. ‘그것 밖에 못하느냐?!’라고 잔소리할 이유도 없다. 스스로 알아서 잘한다. 계획 수립에서부터 일정관리, 목표 달성까지 말이다. 둘째, ‘초인적 현상’이다. 몰입은 시간 가는 줄도 모를 뿐 아니라, 지금 어디에 있는지 조차 잊어 버릴 정도이다. 더군다나, 피로감도 허기짐도 모를 정도로 초인적 힘을 발휘한다. 초능력자라고 착각할 정도로 말이다. 무엇에 매료된 사람들은 밤을 지새우는 것이 아무렇지 않을 뿐 아니라, 끼니마저 거르기가 일쑤다. 그렇다고 중독과는 다르다. 중독도 집중할 대상이 있다는 점에서 몰입과 유사하지만, 중독은 그 특정 대상이 사라지면 ‘고통’이 뒤따르는 병적 상태이다. 마약중독, 알코올중독과 같은 것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셋째, ‘깨우침’이다. 누구의 가르침이 아니라 자신만의 비법이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추구하는 ‘자기 주도형’이자 ‘다양성’이다. 근로장소와 근로시간, 근로방법의 변화에 적합한 업무 태도이기도 하다. TV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을 보면 달인만의 깨우침과 비법이 있다. 몰입도 마찬가지이다. 앞에서 몰입의 대상과 방향성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자기만의 비법이 필요함을 설명해 주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행복’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성취감을 만끽할 때 보람과 가치가 높아지면서 행복지수는 최고 수준에 도달한다. 몰입은 개인에게 세로토닌과 엔돌핀과 같은 긍정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즐거움을 선물한다.







병이 완치할 수 있는 디딤돌은 정확한 사전 진단!


‘새소리를 들으려면 먼저 나무를 심어라’라는 말이 있다. 몰입은 조직의 주요 관심 대상임에 틀림없지만 몰입에 최적화된 조직을 찾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만큼이나 어렵다. 그 이유는 뭘까? 몰입이 기대치보다 낮다는 것은 분명 조직 어딘가에 정상적 업무 흐름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있다는 것의 방증이다. 그 장애물은 어디에 있으며 무엇일까? 수시로 울려 되는 핸드폰의 카톡에서부터 개인의 수동적 의지, 리더의 방관자적 자세, 조직의 무관심까지 다양한 요인이 존재한다. 몰입의 기초는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이다. 구성원이 자신의 담당 직무에 관심이 있어야 직무 이해를 위해 탐색하게 되며, 직무 이해도가 높아야 좋아할 것인지 또는 자신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인지 여부를 취사선택할 것이다.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몰입을 위한 조직과 리더의 역할론이다. 병은 정확한 진단이 전제될 때 완치할 확률이 높다. 우리 조직의 장애물이 무엇인지 냉철한 판단과 진단이 선행될 때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지름길이다. 몰입의 구성요소와 함께 조직의 역할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기 바란다.





박창동 박사

前) KDB산업은행 부장(KDB아카데미원장, 전임교수단 단장 등)

- 중앙대학교 인적자원개발학(HRD) 박사
- 現) ㈜잡담 경영연구원 원장
- 現) 한국표준협회 경영HR센터 수석컨설턴트
- 現) ㈜한국경영인증원 노사관계 심사 전문위원
- 現) 한국능률협회 시니어랩 전문위원
- 前) KDB금융대학교 교수
- 저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업은 어떤 인재를 원하는가?(2023)>, <채용이 바뀐다 교육이 바뀐다(2021)>, <2022 대한민국이 열광할 시니어 트렌드(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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