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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별 Nov 23. 2020

외롭지 않은 내 자리

구석진 자리를 Get 하면서 생긴 나의 자유

올해 5월. 회사는 성장과 함께 더 넓고 좋은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인테리어 공사가 시작되었고, 어느 정도 자리에 대한 위치가 정해지고나서부터 사람들은 자리선정에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원하는 자리는 정해져 있었다.


최대한 구석.
눈에 띄지 않는 곳.
사람들의 간섭을 받지 않는 곳.


회사가 이사하기 전 내 자리는 완전히 오픈된 공간이었다.

테라스로 나갈 수 있는 통로였기에 지나가며 말을 걸어오기도 했고, 복합기 바로 옆이라 사람들이 프린트를 기다리면서 말을 걸어오기도 했다.

나는 초집중하면서 일하는 순간에도 흐름을 끊고 대답을 해야 할 때가 많았다.   

그리고 내가 무엇을 하는지 어떤 사이트에 들어가 있는지 카톡을 하고 있는지까지도 모두 알 수 있는 자리었다.


그 누구라도 가끔은 일하다가 너무 머리가 복잡하거나 진~~~~~~~짜로 일하기 싫을 때 잠깐 업무 외 사이트를 드나들며 머리를 식히기도 할 텐데(아니라면 죄송합니다 허허~) 나에겐 그런 자유조차도 쉽지 않았으니 너무너무 답답했다. 그나마 컴퓨터 모니터 오른쪽 하단에 작게 띄어놓고 보는 게 나름 나만의 소소한 행복이었다.



나는 이사하고 나면 반드시 최대한 구석진 곳으로 'Get!'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나는 회사 안에서 남들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나 긴장을 풀 수 있는 자유가 필요했다! 정말 간절하게!!


인테리어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고, 드디어 자리 선정의 날이 왔다!

일단 우리 팀 4개의 자리 중 가장 괜찮은 구석진 자리 2군데로 좁혔다.

나는 그 두 개의 자리 중 한 군데를 쉽사리 정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대학교 동기, 선배, 업계 친한 동료, 회사 다른 팀 동료들한테 자리 배치도를 보여주면서 어디가 더 괜찮은지 물어봤다. 1번과 2번이 팽팽했다.

회사 자리 배치도

1번 자리는 뒤에 자료를 넣을 수 있는 수납장이 있었고, 의자를 최대한 낮추면 있는지 없는지 조차도 쉽게 보이지 않는 자리었다. (나는 파티션을 강력하게 추천했다.) 단, 단점이 있다면 복합기와 거리가 멀다는 것이었고, 그리고... 어쩌면 외로울 수 있는 자리었다.

2번 자리는 복합기와 거리는 가까웠고, Work Place로 들어오면서 고개를 돌리지 않은 이상 사각지대에 해당됐다. 단, 단점이 있다면 수납공간이 부족했고, 사람들이 프린트를 하거나 바인딩을 할 때 고개만 돌리면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자리었다. 사람들이 근처에 갈 수 있는 공간이라 1번 자리보단 덜 외로운 공간이라고 해야 하나.


사람 맘이 참 웃긴 게 막상 1번과 같은 정말 구석진 자리를 선택하려니 "그동안 완전 사방이 오픈됐던 자리가 생각나면서 그래도 사람들이랑 이런저런 얘길 나눌 수 있었던 좋은 자리였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향적인 성격인 내가 막상 정말 구석진 자리에 앉으려고 생각하니 '외로우면 어쩌지.. '하는 불안함이 올라왔던 것이다.


나는 하루정도 고민하다 최종 결정을 내렸다!
외로울 수도 있는 1번 구석진 자리에 않기로!!!!

나는 정말 다. 행. 히. 도. 순간적인 감정에 지배당하지 않았다.
나의 자리 선정은 올해 내가 정말 잘 한 결정 중 하나였다고 자부한다.


'혹시나 외롭지 않을까'란 잠깐의 착각의 오류에서 오는  감정에 휘말려 2번을 택했으면, 프린트하러 오고 바인딩하러 온 사람들 신경 쓰여서 나의 자유를 만끽하지 못할 뻔했다. 허허~


나는 지금 이 자리가 너무너무 너무 좋다!

내 뒤로 더 이상 사람들이 지나다니지 않는다.

물론 어쩌다 한번 상사가 불쑥 내 뒤로 들어오긴 하는데, 그 정도야 뭐 기분 좋게 넘길 수 있다~!

그리고.... 하나도 안외롭다!!


나만의 공간이 허락지 않은 모든 직장인들이여.
언젠간 나만의 독립된 공간이 생길 그날을 기다리며 힘냅시다!


자리로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나는야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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