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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별 Nov 25. 2020

회사에서 빡칠 때 푸는 방법

누가 보면 큰 일 나는 나의 워드파일

"이 자료 좀 이렇게 저렇게 해서 저렇게 이렇게 만들어줘. 빨리 할 수 있지?"
"요즘 왜 바빠? 야근할 일이 있나?"
"회사에서 이 정도 배려해주는 거 흔치 않아."
"요즘 80년 대생들은 우리 때와 좀 다른 거 같아. 라떼는 말이지~"
아오! 스트레스!!!!


회사에서는 정말 별의 별일로 나의 분노를 유발시키는 경우가 많다.

동료 중 한 사람이 갑자기 휴가를 내서 나한테 일을 떠넘기거나 몇 주 동안 밤샘해가며 정리한 자료를 상사가 고스란히 본인의 공으로 가져가거나 후배한테 일을 시켰는데 말도 안 되게 개판으로 해오거나 거래처에서 30분 전에 자료 요청했으면서 왜 답이 안 오냐며 계속 Push를 하거나.. 등등.


그럼에도 회사라는 공간은 나의 분노를 자유롭게 표출할 수 없는 곳이다.

그래서 퇴근까지 참고 참다가 결국 식욕이 터져 폭식으로 풀거나, 시간 있는 동료를 찾아 융단폭격으로 나의 감정을 폭발시키곤 한다.

그런데 이 방법은 장소와 사람, 시간에 제한을 받는다.

올라오는 분노를 바로바로 풀기가 어렵고, 나의 열 받는 감정을 아무 상관없는 동료에게 오픈하고 나면 나중에 이불 킥 하고 싶은 상황도 생긴다. 때론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언젠가부터 이 방법을 쓰기 시작했는데 분노를 가라 앉히는데 꽤 괜찮았다.

 


분노 유발자들과 대화를 마치고 나면 나의 마음에는 욕 한 바가지가 가득 채워져 있다.

일단 그 자리에서는 상대방과 잘 얘기를 마친 후 내 자리로 돌아온다.

그리고 'word'창을 연다.

word 안에는 마음속에 담아 있던 욕 한 바가지를 모조리 써넣는다.

정말 누가 보면 큰일 날 정도로 내 감정을 눈치 보지 않고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적어 놓는다.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하냐면 잠시 할미넴 김영옥 할머니의 욕을 빌려 적겠다.

'이런 조카 크레파스 같으니라고! 아니 내가 열명이야? 왜 나한테만 다 시키는 건데? 이런 개나리, 시베리아야. 내가 일 다했지 네가 했냐? 어디서 내 공을 가로채는 건데? 아오!!'


이렇게 상대방한테 하고싶은 말을 속 시원하게 타닥타닥 써 내려간다. 이렇게 몇 분을 하다 보면 마음이 가라앉으면서 이성적인 나로 돌아오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누가 보면 어떡하지?'란 생각이 번뜩 들게 되는데, 그때 저장하지 않고 꺼버리면 끝이다.


만약 자리가 오픈된 공간이거나 사람들과 함께 있어 이 방법이 어렵다면 폰에 있는 메모장에라도 적는다.


가장 중요한 건 그때 그때 내 분노 감정을 풀어준다는 것과
적나라하게 적어야 한다는 거다.


이 방법을 쓰고 난 뒤로 나는 내 주변 사람들에게 어둠의 분노 기운을 전달하지 않게 되었고, 무엇보다 그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를 며칠 동안 마음에 두고 혼자 끙끙 앓으며 가져가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분노 유발자들과도 이성적으로 대화하면서 불합리한 상황에 대해 감정을 싣지 않고 내 의견을 말할 수가 있게 되었다.


만약 일을 하다가 너무너무 화가 난다면 나는 이 방법을 적극 추천한다.

나에게 쌓여가는 스트레스를 누적시키다가 폭발하지 말고 그때 그때 풀어주자.


나는 소중한 사람이다.
누구보다 나를 아껴야 한다.
그렇기에 나에게 독과 같은 스트레스를 쌓아두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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