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시계를 본다
AM 09:11
우리 회사의 업무시간은 9 to 6.
후배가 헐레벌덕 들어온다.
내 눈은 무의식적으로 시계를 바라본다.
하지만 별 말을 하진 않는다.
그러면서도 '내일도 늦을까?'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2년 전쯤 우리 팀 사람들은 조금씩 늦기 시작했다.
한 사람이 늦으면 다음 날에는 또 다른 사람이 늦었다.
또 다른 사람이 9시 5분에 왔으면 또또 다른 사람은 9시 10분에 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우리 팀 3명은 모두 9시 반쯤 돼서야 출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들 마음은 불편하지만 몸은 편한 불안한 상태를 우리는 서로 아무 말 없이 한동안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개별 룸을 쓰시는 상사가 팀원 한 명을 찾았다.
하지만 팀원 work place 에는 아무도 없었다.
....
상사도 벼르고 있었던 거 같다.
그리고 단톡방에 글을 남겼다.
"출근시간 주의하세요"
우리는 서로 아무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다음 날부터 9시 정각에 모두 자리에 앉아있었다.
출근시간이라는 게 한 번 느슨해지면 당기기 힘들다.
일단 몸이 편하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나 역시도 횡단보도 앞에서 초록색 불이 10초 남으면 부랴부랴 뛰던 내가 '다음 신호 때 건너지 뭐'하고 여유를 부렸으니 말이다.
어째던 그날 상사의 문자 하나로 우리 팀원들은 9시 반을 넘기는 날은 없다.
물론 어떤 특수한 날엔 늦을 때도 있지만 9시 반은 절대 안넘긴다.
나름 출근시간이 잘 지켜지고 있다.
사람 마음이 참 웃긴 게, 내가 늦으면 괜찮고 남이 늦으면 왜 신경이 쓰이는 걸까.
후배의 지각에 무의식적으로 시계를 보는 나를 보면서 내 상사도 나의 출근시간을 체크했을 생각하니 아찔하다.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