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 후퇴, 멈춤. 시대의 흐름과 함께 해야 한다.

대중과 반대로 가야 하는 분야는 창의성이지 경제가 아니다.

by UC

경제가 안 좋아지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자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소환해서 비교하는 온갖 콘텐츠가 쏟아졌습니다. 흥미를 유발하는 좋은 콘텐츠가 많아서 이것저것 구경하며 돌아다니다 보니 문뜩 나는 2008년 뭘 하고 있었는지 그때의 나는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어떻게 체감했는지 궁금했습니다.


2007년 초부터 하던 온라인 쇼핑몰이 매출이 좀처럼 적자를 벗어날 가능성이 보이지 않자 당장 생활비라도 벌기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 생각을 했었습니다. 2008년 여름 어떻게 그런 아이디어가 나왔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승합차에 싸구려 수영복을 잔뜩 실고 그 당시 핫했던 강원도에 오션월드 근처 국도에 있는 여름에는 문을 열지 않는 스키용품 대여샵 앞에 자리를 잡고 팔아보자 했었습니다. 젊은 혈기에 할 수 있었던 행동이라 생각될 정도로 무모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강원도에 자리한 워터파크 오는 사람들이 수영복 없이 오는 사람이 있겠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막상 가서 장사를 해보니 정말 말도 안 되게 대박을 쳤습니다. 여성용, 남성용 모두 대충 구색을 갖췄고 그중에 1만 5천 원짜리 남자 트렁크 수영복이 주력이었는데 한 달을 계산해 보니 하루 평균 150만 원씩 팔았다는 계산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워터파크 안에서도 수영복을 판매했었는데 제가 가져간 것과 별 차이 없는 상품이 3~4만 원이라 워터파크까지 갔다가 수영복을 사러 되돌아오는 손님들도 있었습니다.


경제위기가 시작된 2007년 쇼핑몰을 시작해서 뭘 올려도 반응이 없던 시간을 거쳐 우리나라에 영향이 도착한 2008년 반신반의했던 노상에서 대박 친 싸구려 수영복이 지금 생각해보면 경기 흐름과 무관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2007년 쇼핑몰을 처음 시작할 때 유행이 퀄리티였습니다. 뭔가 있어 보이는 페이지 디자인과 모델과 사진빨로 승부하기 위해 점점 과해지는 뽀샵질 도매시장에서 가져온 상품에 차별화를 둔답시고 했던 라벨 교체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오르는 원가 그리고 브랜드 의류와 별 차이 없어지는 판매 가격이 누구나 하던 쇼핑몰의 추세였습니다. 경제적 흐름으로 2006년까지 돈의 유동성이 풍부해서였는지 잘도 먹히던 쇼핑몰 콘셉트이었습니다. 정말 힘든 시기에 여름을 잘 보냈음에도 겨울에 저는 경기 흐름 같은 건 생각하지도 않고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합니다. 정말 좋은 퀄리티의 겨울 상품을 자체 제작을 하는 멍청한 짓을 합니다. 판매가는 브랜드 의류와 별반 차이가 없었고 그런 실수들이 하나씩 하나씩 쌓여 후일 결과적으로 재고와 빚더미를 떠안고 사업을 접게 되는 상황에 이릅니다.


며칠 전 동네 인테리어를 하는 친구를 만났습니다. 최근 경영 분리 때문에 이름을 변경한 대기업이 인테리어 사업에 뛰어들어 지금 하고 있는 가게를 대기업 간판을 단 대리점으로 바꾸기 위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친구입니다. 대리점을 내기 위해 본사에서 하는 교육을 이수해야 해서 교육을 듣고 왔다고 얘기를 시작하는데 눈이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아마도 대기업 간판을 달면 지금의 경영난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그렇게 열의가 불타는 거라 생각이 듭니다. 친구가 열정에 불타 있는 모습을 보니 그래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대화를 이어나가는 중에 위화감이 느껴지는 단어들이 나옵니다.


우리나라에서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대기업이라 그만큼 높은 가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친구는 대기업의 간판을 달았으니 이제 고 퀄리티의 인테리어를 주력으로 삼아 높은 마진을 챙기겠다고 계획을 말합니다. 여느 대기업의 교육에서도 그렇듯 앞으로 탄탄대로 일거 같은 희망을 가득 채워준 거 같습니다. 그 친구의 반짝이는 눈을 보고 있자니 현실을 말해주기가 힘들었습니다. 올해 후반기부터 진정한 경기침체가 생활 전방위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고 그 영향이 내년 모두를 힘들게 할 거라는 경기전망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름값이 대단한 기업이 이 상황을 모를 리 없습니다. 그럼에도 여러 프로모션을 통해 수많은 동네 인테리어 가게들을 가맹점으로 흡수하는 활동을 합니다. 대기업은 앞으로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2년 동안 이렇게 가맹점들 이용해 버텨나갈 겁니다. 장사가 안돼서 점포들이 망해나가도 그건 본인들이 영업을 못해서 그런 거지 대기업의 잘못은 없다는 논리로 말입니다. 왜냐 망하지 않고 버텨나가는 점포들도 많이 있으니까요.


대기업이 가맹점을 유치하는 활동을 잘못된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경기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혼자만의 꿈을 가진 자영업자의 현실이 안타까운 겁니다. 대기업 간판을 달았어도 경기가 좋지 못하면 저렴한 구성으로 판매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경기가 어려우면 소비자들은 저렴한 걸 찾게 되고 브랜드임에도 저렴하면 더 선호하게 됩니다. 지금 같은 시기에 대기업 간판을 달았다고 고 퀄리티 고 마진 전략을 고수하는 곳은 버티지 못했을 때 대기업이 살아남는 거름이 될 뿐입니다. 누군가는 망해야 다른 누군가가 또 돈을 들고 올 테니까요. 투자에 할 수 있는 행동은 3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사거나 팔거나 아무것도 안 하거나. 저는 돈에 관련된 모든 일에 같은 말이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공격적인 전진, 일보 후퇴, 현상유지 거대한 흐름과 나의 행동이 일치돼야 힘을 적게 들이고 낙오될 확률이 줄어듭니다. 살아남는 자가 강한 이유는 생존을 통해 얻게 되는 경험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입니다.


하루하루 날짜가 바뀔 때마다 주위에서 어제와는 다른 깊이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현 상황을 이겨내고자 무언가를 해야 할 것처럼 느껴지지만 큰 흐름과 결을 달리하면 더 큰 어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위기가 기회가 되는 순간이 분명히 올 것을 알기에 그날까지 조금만 힘을 내자고 친구에게 말해주고 싶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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