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가 있다고 누가 정하는 것인가.
이번 글은 돈을 위한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의 단편적 의구심을 적은 일종의 가십거리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주식으로 돈을 벌고 싶어 시작한 경제 공부 중에 달러에 가치가 생긴 이유를 알게 됐었는데 그때 받은 충격이 꽤나 오랜 시간 머리에 맴돌았습니다. 금본위제를 유지하고 있었을 때 달러는 누가 봐도 가치가 있던 것이었지만 금본위제를 폐지하고도 그 가치를 지킬 수 있었던 건 정말이지 대단한 수완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고민했던 건 1971년 미국이 금본위제를 폐지하고 74년 사우디와 페트로달러 협정을 하기까지 약 3년의 공백이었습니다. 3년이면 금으로 교환할 수 없는 달러가 종이조각이 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인데 어떻게 버티고 있었을까 하는 것이죠.
그 당시 기축통화로의 역할을 충실히 하던 달러는 모두가 가지고 싶어 하던 부의 척도입니다. 더 많이 가질수록 더 큰 부자였죠.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달러를 벌고 저축했습니다. 모든 국민 무역을 하는 나라까지 달러를 들고 있는 사람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겠죠. 그런데 하루아침에 금으로 교환이 불가한 채권이 돼버렸습니다. 모든 이가 이걸 던진다면 엄청난 경제파장이 생길 것입니다. 오늘의 저점이 내일의 고점이라는 주식판의 조크가 담긴 말이 현실이 되는 순간입니다.
하루아침에 수많은 사람들이 파산을 하게 될 것입니다. 얼마 전에 있었던 루나 사태도 상당한 여파를 남기는 걸 보면 달러는 무너졌다면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했을 겁니다. 아무튼 달러를 들고 있는 수많은 사람, 기업, 기관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모두가 희망 회로를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이건 미국이라는 강대국이 보증하는 화폐다. 순식간에 종이조각이 될 리 없다. 이게 가치가 없어지면 너도 나도 모두가 망한다는 것에 암묵적으로 동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겁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그 규모가 천문학적인 수준에 이르자 금을 교환하기 위한 보증서가 금을 걷어차도 그 가치를 0으로 수렴하지 않았습니다. 객관적으로 말이 안 되는 상황이 된 것이죠. 달러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 위한 시간을 벌게 되었고 약 3년 뒤 페트로달러라는 이름으로 금에서 비롯된 가치를 석유로 옮기는 것에 성공합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이라도 수많은 사람의 욕망이 그곳에 남아있다면 그건 가치를 지닌다라는 것입니다.
비슷한 예로 여러 수집품이 있습니다. 저는 미술을 잘 모릅니다. 그래서 액자에 껴있는 그림 한 장이 왜 수억에 거래가 되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저에게 신발이란 그저 튼튼하고 편하고 이쁘고 오래 신을 수 있는 게 좋은 겁니다. 어째서 신지도 않는 신발을 몇백만 원이나 주고 사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는 쉽게 말해 쓸모가 있어야 하는데 가치는 그 쓸모 있음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가치가 생기는데 저는 이 가치의 이면을 폭탄 돌리기로 표현합니다. 내가 산 가격보다 더 가치가 있다고 믿는 사람을 찾아 떠넘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2007년 1월 8일 검은색 폴라티를 입은 사람이 무언가를 손에 들고 무대 위에 섰습니다. 사진도 찍을 수 있고 메일도 보낼 수 있고 게임도 할 수 있는 인터넷 통신이 가능한 전화기를 들고 나왔을 때 몇몇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전화기로 그 모든 걸 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가? 사진은 사진기가 있고 게임은 게임기가 있고 메일과 인터넷은 휴대하기 좋은 노트북으로도 할 수 있다. 전화기는 전화만으로 사용해도 된다. 저 괴짜의 상상력으로 만든 발명품은 없어도 문제 될 것이 없기에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조롱을 했던 기업들이 있었습니다. 몇 년 후 변화에 수긍하지 못한 그 기업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갔고 그중에는 휴대폰 점유율 1, 2위 업체도 껴있었습니다. 그 가치를 폄하하던 사람들 말처럼 대체 가능한 제품들이 즐비했음에도 삶의 방식을 변화시켜버린 그 제품은 세상을 지배할 만큼의 가치를 지니게 됐습니다.
불과 다음 해인 2008년 겨울 비트코인이라는 것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스마트폰과는 다르게 주목을 전혀 받지 못했지만 10년이 지나 대중적으로 주목을 받게 되고 2022년 지금은 수많은 사람들이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가치가 있다 없다로 엄청난 설전이 오가는 말 그대로 핫한 주제입니다. 저는 처음 비트코인을 알게 된 2018년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2022년 지금은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닌 거 같지만 속단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2024년 이후 비트코인의 4번째 반감기가 지나고 나면 평가가 또 달라질 거라 생각합니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 마이클 버리는 비트코인이 가치가 있던 없던 성공할 수 없는 이유를 미국은 달러의 권력이 바탕이 되는 국가이고 절대로 그 권력을 다른 누군가 무언가에 넘겨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저는 엄청나게 큰 의구심과 힌트를 얻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