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43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영화를 보지 않는다는 사람은 지금 시대에 상당히 드물 것이고, 영화는 그만큼 사람의 행동과 감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화야말로 인간이 만든 가장 뛰어난 종합 표현물이라 생각하는데, 때로는 영화 한 편이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이전 에피소드에서 언급했지만 한국에서는 2004년까지 교육의 목적을 제외한 일본어로 된 영화, 음악, 서적 및 미디어를 지상파 방송이나 공식적인 판매가 금지되어 있었다.
과거 라디오 ‘고스트 스테이션’에서 마왕 신해철 님이 일본 아티스트 중에 좋은 곡이 있다며 방송 후 ‘시말서~’ 라고 코멘트했던 것도 기억난다. 웃음
그 반향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한국에서는 유난히 홍콩 영화가 인기를 끌었다.
4대 천왕이라 불리며 각 배우들을 직접 한국식 한자 읽기로 이름을 부르며 90년대에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여명
유덕화
장국영
주윤발
을 기억하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당시 홍콩 탤런트들은 배우와 함께 가수를 겸업하는 이들이 많았고 여명 님은 한국 드라마 주제가를 부를 만큼 적극적인 활동을 했고 장국영 님도 한국 가요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한국 활동도 적극적으로 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윤발 님은 음료수 ‘밀키스’ 광고에 출연하면서 더욱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아직도 밀키스의 이미지는 주윤발 님의 이미지가 남아있는 분들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주윤발 님의 영어 표기는 Chow Yunfat으로 소개되는데, 당시 홍콩 스타들은 이와 별도로 거의 다 영어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90년대 초까지 홍콩 문화는 한국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는데 아시아의 친근함과 영어권 문화를 도입한 선진체계를 도입한 문화 전반이 당시 전성기였던 일본 문화가 막혔던 사회 구조상 반사 이익을 가져왔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당시의 한국 대중문화의 수준은 세계화와는 동떨어져 있었고 서양 문화에 대해 갈망하던 시기로 보는 것이 무리가 없다고 보이는데, 그중 홍콩의 문화는 종합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
필자는 특별히 홍콩 문화에 관심이 있는 정도는 아니었는데, 어린 시절에 한 영화에 충격을 받게 된다.
영웅본색 (A better tomorrow)
홍콩 느와르를 만든 영화이자 배우 주윤발의 최고 작품으로 아직도 충격을 받는 이들이 있는 작품이다.
감독인 오우삼(John Woo) 님은 홍콩 합병 이후 할리우드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는데, 이 영화는 당시의 아날로그 감성의 충격적인 영상과 스토리를 가진 작품이다.
오우삼 님의 헐리웃 작품 중에서는 페이스 오프(Face off)도 명작이라 생각하며 추천한다.
사실 어릴 적(?) 본 이후로 심취한 작품은 아니었다.
그런데 일본에서 활동하며 OTT에서 우연히 일본어로 소개되는 것을 보고 다시 보게 되었고 이후 필자가 정신적으로 힘들거나 곤란할 때 이 영화를 찾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단일 작품 중에 가장 많이 본 영화라 생각한다.
홍콩 마피아의 이야기를 ‘진정한 우정’이라는 유대감을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는 진정한 남자란 무엇인가와 함께 가족의 중요성과 의리라는 명제를 깊이 생각하게 하며 4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일본에서의 영화평점도 매우 높았는데, 역시 이 영화로 인생이 바뀌었다는 감상평이 적지 않게 보였다.
이 영화에 대해서는 필자가 굳이 특정 부분 인용이나 감상평을 쓰지 않아도 수많은 글이 존재함으로 기본적인 것은 생략하겠다. 웃음
시간이 지나 필자가 영화의 이해도가 조금 달라진 시점에서 재해석하게 되었는데 무엇보다도 감탄하게 된 것은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특히 주윤발 님의 눈빛을 통한 연기인데, 송자호가 체포되었을 때 복수를 다짐하는 장면과 재회했을 때 변해가는 표정은 아시아 문화권에서만 표현 가능한 복합적인 감정을 너무도 잘 표현한 연기로 필자도 참고로 하고 있다.
이 영화의 공식 시리즈는 2편까지인데, 비공식 3편은 2편까지의 흐름과는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미묘하다.
이후 필자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 점은 홍콩 출신의 친구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미국 친구가 소개한 홍콩 사람들과 금방 친해질 수 있었고 이들은 중국 사람들과는 다른 특성을 가졌다고 느끼며 일본에 와서도 홍콩 친구가 생겼다.
이들은 중국인이 아닌 홍콩인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진 이들이 많았는데 중국에 영토 반환 이후 급격히 홍콩 문화가 취약해짐으로 상당히 아쉽다고 느낀다.
다시 한번 시대를 느낀다.
헐리웃과 비헐리웃이라는 구분을 지녔던 과거, 아시아의 목마름을 해소해 주었던 영웅본색.
가족
무한 탄약
쌍권총
의리
권선징악
이 보는 이들에게 감동과 감격을 안겨준 시대를 대표하는 영화.
주윤발 님은 특히 친한파 배우로도 유명한데, 전 재산을 기부하고 검소하게 살아가는 ‘따거’의 모습이 더욱 빛나고 그에게서도 거장들에게 보이는 여러 특징이 예외 없이 보이며 (ep102, 107에 언급) 필자의 인생에서 가장 만나 보고 싶은 배우 중 한 분이다.
영화 한 편이 누군가에게 인생의 빛을 줄 수 있는 것.
필자 자신이 느끼고 있고 그 영향으로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볼 수 있는 여러 영화가 있겠지만, 오늘 영웅본색을 한 번 보시는 것이 어떨까 한다.
*유튜브로도 콘텐츠 갱신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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