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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재현 Jul 25. 2024

독서노트 : 애플에서는 단순하게 일합니다

애플의 경영철학과 업무방식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3435991

박지수 작가님의 "애플에서는 단순하게 일합니다"를 읽고, 개인적으로 깊은 인사이트를 주는 문구를 일부 발취하였습니다. '일잘러'를 꿈꾸는 직장인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귀중한 경험을 책으로 만들어 독자들에게 공유해주신 박지수 작가님 감사합니다.


<업무강도> 

애플에서 일이 너무 고될 때, 동료들과 주고받던 농담이 있다. “애플의 1년은 일반 기업의 6년과도 같다.” 일반 기업에서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애플의 업무량은 어마어마하다. 아주 작은 업무부터 이야기하자면, 매일 회신해야 하는 메일이 백여 통에 이른다. 하루 평균 참석해야 하는 회의는 최소 네다섯 개로, 그 회의를 진행하기에 앞서 여러 차례 사전 회의를 진행해야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대량의 자료와 데이터를 분석해야 하는 건 기본 업무이다. 



<업무질서> 

제품설계팀의 역할은 디자인팀의 요구를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디스플레이, 카메라, 배터리, 센서 등 주요 부품을 어떻게 배치하고 조합할지 설계하는 것이다. 그러한 가운데 엔지니어링팀의 역할은 제품설계팀이 요구하는 제품의 설계와 기술적 요구사항을 바탕으로 부품 공급업체와 협업하여 기술적 해법을 찾는 것이다. 이 과정을 거쳐 개발제품의 기술적 문제가 해결되고, 양산될 제품의 디자인과 기능, 재료, 부품이 최종적으로 확정된다. 이후 제조팀이 공정을 최적화하고 수율(투입 수에 대한 완성된 양품의 비율)을 극대화하여 출시일에 맞춰 생산을 시작한다.


일반 회사들은 이와 정반대되는 업무 질서를 가진다. 기술에 디자인이 종속된다. 엔지니어링팀이 신제품에서 구현하려는 기능을 총괄하고, 제품설계팀과 디자인팀이 그들을 백업한다. 기술이 디자인을 이끄는 회사와 디자인이 기술을 이끄는 회사의 차이는 일면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 제품개발 진행 과정과 출시된 제품의 수준을 비교하면, 그 차이는 엄청나다. 디자인이 기술을 이끄는 애플에서는 제품설계팀이 ‘갑’, 엔지니어링팀은 ‘을’이 된다. 을은 갑의 요구에 따라 기술적 해법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을은 갑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나와 협업했던 엔지니어링팀 사람들은 한결같이 제품설계팀과의 회의를 가장 껄끄러워했지만,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회의를 준비했다.


애플이 추구하는 디자인의 핵심은 제품의 본질과 주요 기능 및 사용자의 경험을 깊이 이해한 다음, 복잡한 장치를 세련된 미적 감각으로 단순화하는 것이다. 여기서 엔지니어링팀의 임무는 이를 기술적으로 충족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엔지니어링팀은 제품설계팀과 디자인팀의 통제를 받으며 그들의 요구사항을 만족시켜야 하는 엄청난 압박을 받는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내부적 압박은 탁월한 기술적 혁신과 품질을 가능케 한다.



<인재상>

애플에서는 상사 앞에서 절대 해선 안 되는 말이 있다. 바로 “모르겠습니다I don’t know”, “안 됩니다I can’t” 그리고 “불가능합니다It’s impossible”이다. 만약 당장 제시할 해법이 없더라도, 지금 상황에서 가능한 대안은 무엇이며 그것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그들 앞에서 “모른다, 안 된다, 불가능하다”라고 답하는 행위는 “저는 무능해서 애플에서 쓸모없는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한국의 대다수 기업에서는 논쟁적이고 호전적인 직원을 쌈닭이라고 하거나 쓸데없이 일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애플에서는 이런 직원을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고 제시하며, 남들이 대충 넘어가는 부분까지 찾아 개선하는 사람이라고 높이 평가한다.



<질문하는 문화>

애플에서는 업무담당자에게 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는 일이 무례한 요청이 아니다. 오히려 만족스러운 답을 들을 때까지 “왜 그렇게 되는 건가요? 어떻게 그렇게 도출되는 거죠? 만약 예측대로 결괏값을 얻을 수 없다면요?” 등으로 계속 질문할 수 있어야 잘 훈련된 엔지니어라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질문을 받는 업무담당자 역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도 침착하게 논리적인 해결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의 담당자들은 그렇지 않다. 철두철미하게 묻고 타당성을 요구하는 일은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어 사과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회사에 적을 만드는 일이라고 여긴다. 이러한 기업 문화에 익숙해질 무렵, 애플에서 일하게 된 나는 무엇이 더 옳은 방향인지 서로 집요하게 묻는 회의 방식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완벽주의 추구>

애플의 기업 문화는 단연 특이하다. 이는 완벽주의 때문이다. 구조적 측면에서 먼저 살펴보면, 부사장은 디렉터와 매니저에게, 매니저는 실무담당자에게, 실무담당자는 다른 부서의 실무담당자에게 완벽함을 요구한다. 이것은 성공에 미친 특정 사람에게만 보이는 신념 같은 게 아니다. 애플의 모든 직원은 서로에게 완벽함을 바란다. 이건 애플의 자연스러운 기업 문화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적당히 넘어가는 방식이야말로 애플에서는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업무처리이다.


나는 애플의 완벽주의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성경의 한 구절을 떠올린다.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는 것 같이.”(잠언 27장) 나는 이러한 기업 문화가 스티브 잡스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구상한 제품은 반드시 구현했던 그의 불같은 열정과 최고가 아니면 용납하지 않았던 그의 집념이 애플의 모토가 된 게 아닐까



<영향력 발휘>

애플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떤 회의에서든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 (한국 정서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으나) 동료의 발표 슬라이드에서 허점을 발견해 정곡을 찌르는 질문으로 그의 밑천을 드러나게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이런 지적 때문에 동료를 적으로 만들게 될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것이야말로 애플의 기업 문화이기 때문이다. 도움이 될 만한 지적을 했는데 그것을 개인적인 감정으로 받아들인다면, 오히려 질문을 받은 사람이 모든 회의에서 배제될 수 있다. 


동양적인 겸양이나 ‘침묵이 금’이라는 식의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면 바보 취급받기에 십상인 애플에서는 우직한 소보다 노련한 싸움닭으로 움직여야 성공한다. 내 영향력을 키우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영향력에 끌려다니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아이디어를 모아 창의성 발현>

“피카소는 ‘유능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훔치는 것을 부끄러워한 적이 없습니다.”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스티브 잡스가 재창조에 관해 이야기하며 꺼낸 말이다. 그의 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그는 남의 생각을 도둑질해도 좋다는 게 아니라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참고해 창의성을 폭발시켜야 한다는 뜻이었다.



<결핍이 창조를>

애플의 경영진은 직원이 많다고 해서 일이 더 효율적으로 진행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그들은 일의 효율과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인력을 투입하기보다 현재 있는 인력을 완전히 가동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인사이더Insider〉에 따르면 애플의 직원 한 명이 창출하는 매출액은 2022년 기준 240만 달러(한화로 약 33억 원)로 다른 기술기업에 비해 월등히 높다(구글과 메타는 약 150만 달러, 마이크로소프트는 약 94만 달러였다).


비핸스 창립자인 스콧 벨스키Scott Belsky는 저서 《그들의 생각은 어떻게 실현됐을까》에서 제약 조건이 오히려 우리의 에너지를 관리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즉, 가용자원이 제한적일 때 오히려 생산성을 발휘하게 되고,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무용가이자 안무가인 트와일라 타프Twyla Tharp는 《천재들의 창조적인 습관》에서 결핍이 없으면 영감이 생길 수 없다고 말했다. 시간과 자원이 부족하면 긴급성을 깨닫고 열정을 키울 수 있지만, 시간과 자원이 충분하면 오히려 게으름과 자만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투와일라 타프는 신이 어떤 사람을 실패하도록 만들려고 한다면 그 사람에게 자원을 무제한으로 주는 것일 거라고 말한다.



<부담스러운 회의 = 기회>

직급을 불문하고 회사에서 회의를 기다리는 직원은 없다. 그러나 ‘회의는 매우 귀찮은 일’이라고 보는 태도는 위험하다. 회의란 내 실력을 공공연하게 증명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런 자리에서 조금이라도 미숙한 모습을 보인다면, 그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애플에서는 만회할 기회마저 얻기 어렵다)


애플의 일잘러들은 모두 회의에 적극적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회의를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단으로 보았고, 그래서 완벽히 준비하고서 회의에 참석했다. 신랄한 이야기가 오가는 분위기 때문에 회의를 두려워했던 나는 그들의 모습을 참고하면서부터 좀 더 적극적으로 회의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만약 회의를 불편한 업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회의를 통해 내가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보길 권한다. 만약 얻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면 일하는 곳을 옮겨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재밌는 건 애플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만든 슬라이드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다른 회사에서 어떤 직원이 제출한 슬라이드만 보고, 그가 애플 경력자인지 아닌지를 맞출 수도 있다. 


대체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그들이 만든 슬라이드에는 핵심 메시지, 도표, 색깔이 있다. 우선, 애플 직원이 만든 슬라이드에는 발표자가 전하려는 메시지와 목표가 분명히 표현돼 있다. 


와튼 스쿨 MBA 교수인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Stuart Diamond는 저서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에서 회의에 참석하기 전, 이 회의를 통해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자문해 보라고 말한다. 바로, 이 자문 행위를 애플 직원들은 꼭 한다. ‘당연한 소리 아니야?’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이 회의를 통해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모른 채 회의에 참석한다. 그렇다 보니, 발표 자료에는 의미 없는 정보만 가득하다.


우리는 흔히 발표 자료를 만들 때,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은 상대방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추측은 매우 경솔한 태도이다. 발표 자료는 최대한 쉽고 직관적인 내용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경쟁력competitiveness이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능력ability”이라고 정의했다. 슬라이드 한 장으로 자신의 목표를 관철한다면 경쟁력을 갖춘 셈이다.



<원 페이퍼 리포트>

애플에서는 아무리 복잡한 주제를 발표하더라도 그 내용을 슬라이드 한 장에 담아야 한다. 그래서 애플 직원들은 발표 자료를 ‘원 페이저one-pager’라고 부르기도 한다. 담당자가 발표 내용을 원 페이저로 만들지 못한다면, 자기 업무를 완전히 숙지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다른 팀과 사전에 충분히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 예로, 어떤 엔지니어는 2주 동안 다섯 차례의 사전 회의를 거치고 나서야 스무 장이 넘는 슬라이드를 원 페이저로 만들 수 있었다. 그는 동료들과 매니저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회의 때 꼭 전달해야 할 핵심 메시지를 추려낸 것이다. 그가 그렇게 열과 성의를 다해 준비한 자료를 실제 발표한 시간은 3분도 채 되지 않았지만, 부사장은 매우 흡족해했다(핵심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3분이면 충분했던 거다)



<이거 누가 책임자야?>

애플에서 일하면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 질문이 있다. “이 아이템 DRI가 누구야?Who is the DRI for this action item?” 여기서 DRIDirect Responsible Individual란 어떤 업무에 대해 ‘직접적으로’ 책임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업무담당자(애플에서는 살림살이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를 뜻한다. 흔히 책임자를 찾는 건 잘잘못을 따지려는 때가 대부분인데, 애플에서는 그렇지 않다. 개발 프로그램에 따라 담당자가 세분되어 있다 보니, 말 그대로 담당자가 누구인지 확인차 묻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들으면 이 말은 단순히 잘잘못을 따지려 할 때보다 더 무섭게 들리기도 한다. 담당자가 세분되다 보니 부서별, 직원별 역할이 분명하고 그에 따른 책임이 막중하기 때문이다(애플에서는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걸 자연스러운 일의 흐름work stream으로 본다). 


덕분에 업무 경계가 매우 선명해 부서별 다툼이 생길 일은 거의 없지만, 내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그 책임을 피할 길이 없다. 애플은 오랫동안 하드웨어를 개발하며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고, 생산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해선 안 된다’는 일종의 강박을 회사의 강령으로 삼게 되었다. 그래서 ‘최선’보다는 ‘최고’에 방점을 두고 일하도록 직원들을 몰아세운다.


일의 주체가 자기 자신이다. 애플에서는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할 때, “불가능합니다” 혹은 “여기까지가 최선입니다”라고 대답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그래서 담당하는 모든 일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궁리하고, 방안을 찾아야 한다. 게다가 애플에서는 상사나 동료의 조언을 참고하더라도 결국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지는 것은 담당자의 몫이란 기조가 지배적이어서, 일을 주체적으로 하지 않으면 애플에서 일하기 어렵다



<지금 당장 잘하는 직원>

일반적으로 회사에서 직원의 역량을 볼 때,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뉜다. 지금의 능력치가 좋은 직원인지, 아니면 당장의 결과는 뛰어나지 않지만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직원인지. 대부분 기업이 후자의 방향으로 직원을 평가하지만, 애플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지금 당장 회사에 필요한 능력을 갖추고, 그에 맞는 결과를 내는 직원인지에 초점을 맞춘다.


그렇다 보니, 애플에서는 매니저로 승진했다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팀원으로 강등되고, 이제 막 팀원으로 들어왔는데 곧 매니저로 승진하는 일이 자주 있다. 지금의 능력치가 검증되면 일단 승진시킨 다음, 그에 부응하지 못하면 가차 없이 교체하는 식이다.


이런 즉각적인 인사는 애플 직원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준다. “회사는 당신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직원에 대한 배려는 고려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애플에서는 소위 나사가 빠진 것 같은 사람을 찾기 어렵다. 할 수 있을 때 잘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매서운 평가에 일견 부정적인 면만 있는 건 아니다. 


실력보다는 연공서열을 강조하는 회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승진의 기회를 애플에서는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애플에서 일할 때, 내 직급보다 한 단계 높은 직급의 업무 범위도 소화하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일했다. 다시 말해, 내가 맡은 개발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다른 프로그램에도 관심을 가지며 더 넓은 안목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했다.



<의사소통>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뉴스 미디어 악시오스Axios의 CEO 짐 밴더하이Jim VandeHei는 저서 《스마트 브레비티》에서 슬랙 Slack의 통계치를 바탕으로, 직원 수가 1만 명 정도 되는 기업에서는 직원들이 업무시간의 50~60%를 의사소통하는 데 소비한다고 말했다. 


즉, 일을 효율적으로 잘하려면 의사소통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다분히 직원이 많은 경우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아무튼 애플에서도 일을 제대로 하려면 의사소통 능력을 필수로 갖춰야 하는데, 나는 이 능력을 유연성이라고 바꿔 말하고 싶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애플에서는 협업해야 할 일이 정말 많다. 그렇다 보니,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자료를 검토해야 하고, 의견을 나눠야 하며,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래서 다들 예민한 상태로 서로에게 자료나 의견을 닦달할 때가 많은데, 이때 유연성이 부족하면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기 쉽다. 장담컨대 애플에서 감정적으로 일한다면 일주일도 버티기 어렵다.



<작가의 말 : 일을 잘하려면?>

무엇보다 일을 잘하려면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있는지 그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 내게 업무를 상담하는 동료들에게 “네가 회사에서 시간과 노력을 쏟아 얻으려고 하는 게 뭐야?”라고 물었을 때, 바로 대답한 사람은 손에 꼽는다(그들은 소위 미국 명문대를 졸업한 인재들이다). 


내 질문은 회사에 다니는 이유에 국한된 게 아니다. 그 회의에 왜 참석하는지, 왜 당신이 발표해야 하는지, 왜 그 일정에 맞춰 일을 처리해야 하는지, 왜 그 거래처와 일해야 하는지 등 일하는 모든 순간에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서 성과를 낼 수 있다.


의사소통 능력’도 고려해야 한다. 내가 소통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하면, 대개 동료나 상사, 거래처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며 살갑게 지내라는 뜻으로 오해한다(이런 사람들은 직장 내 인간관계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부류이다). 그런데 아니다. 내 말뜻은 기분을 드러내지 말고, 심플하게 소통하라는 의미이다. 


마지막으로 ‘과정’에 능숙해져야 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일을 이상하게 많이 하는 사람들이 있다. 고만고만한 개발기획안을 여러 개 가져온다거나 발표 자료에 각종 통계 자료를 꽉꽉 채워오는 식이다. 반면, 엄두가 나지 않는 복잡한 일도 단순하게 처리하고, 수십 장의 발표 자료를 원 페이저로 뚝딱뚝딱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차이는 하나다. 후자의 사람들은 업무의 본질을 볼 줄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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