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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서노트

독서노트 : 무기가 되는 생각법(5)

문제를 해결하는 건 AI가 아니라 인간이다

by CalmBeforeStorm

무기가 되는 생각법

변창우 저| 세이코리아| 2024년 07월 01일


https://m.yes24.com/Goods/Detail/128248046


『무기가 되는 생각법』은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우리들의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실용적인 가이드북입니다. 우리는 복잡한 비정형 문제를 다루기 위한 통합적 사고와 적절한 질문을 통해, AI를 도구로 활용하면서 인간 고유의 창의성과 지적 역량을 확장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저자인 변창우 작가님은 30년 넘게 국,내외 글로벌기업에서 근무하시면서 다양한 산업현장의 문제를 고민하셨습니다. 이 책을 통해 인간지능의 본질인 문제해결 능력에 대해서 저자의 깊은 통찰력을 배울 수 있습니다.

* 책의 내용중에 인상 깊은 문장이나 문구를 그대로 옮겼습니다.

** 분량이 많은 관계로 나누어 업로드하겠습니다.



업의 개념이 무엇인가

1993년 무렵, 삼성 임직원들 사이에 ‘업業의 개념’이 무엇인지 서로 묻고 답하는 모습이 펼쳐졌다. 지금은 고인이 된 이건희 회장이 그들에게 ‘이 업의 개념이 무엇이냐?’ 하는 질문을 던지곤 했기 때문이다.호텔업의 개념을 묻는 이건희 회장에게 호텔신라의 사장이 ‘서비스업’이라 답하자, 이 회장은 ‘호텔업의 본질은 부동산이고 장치산업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 회장은 카드 사업은 부실채권 관리, 보험업은 설계사 모집과 관리, 반도체는 시간(타이밍), 시계는 패션, 증권은 상담을 업의 개념으로 짚었다. 물론 지금은 달라진 점도 있지만, 당시로서는 분명 시대를 저만치 앞선 통찰이었다.


업의 개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해당 사업의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가치가 어디에서 비롯되느냐를 묻는다. 이 질문은 보통 고민해서 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심해까지 잠수해 들어가야만 겨우 건져낼 수 있는 그 무엇이다. 이건희 회장의 질문에 여러 임직원이 적잖이 당황하고 힘들었겠지만, 이런 질문에 해답을 모색하는 과정이 있었기에 과거 삼성에서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인재들이 많이 배출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번 정의된 업의 개념은 경영에서 좋은 나침반이 된다. CEO는 물론 조직 구성원들까지 ‘뭣이 중헌디?’에 관한 전사적인 공감대가 형성된다. 이렇게 깊은 생각Deep Thinking을 통해서 나온 질문과 답은 회사 의사결정 및 문제해결에 좋은 가이드를 제공한다.‘업의 개념’을 지금 다시 질문해보자.“우리 회사가 왜 존재해야 하는가?”“우리 회사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매우 근본적인 질문임에도 실제로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있는 리더는 그리 많지 않다. 업의 개념을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의 개념을 건지려면 깊이 들어가야 한다. 기업에서 문제해결을 위한 질문들을 끝까지 파고들다 보면, 맨 밑의 깊은 바닥에서는 항상 회사의 본질적인 것들을 직면하게 된다.


조직 고유의 원칙을 가진 기업들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기업들은 문제를 다룰 때 가드레일 역할을 하는 간명한 원칙들, 즉 조직 고유의 원칙을 가지고 있다. 조직 고유의 원칙은 기업의 문제해결에 일정 부분 프레임과 베이스, 의사결정의 일관성을 가져다준다. 반대로 고유의 원칙이 없는 기업들은 늘 여러 가지 대안과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즉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을 들여야 하며 의사결정의 일관성도 떨어지게 된다.




기업의 고유 원칙

애플은 조직 고유의 원칙이 의사결정과 문제해결에 깊이 녹아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애플이 마케팅 의사결정 시 활용하는 원칙은 다음과 같다. ✽✽ Marketing Doctrine: A Principles-Based Approach to Guiding Marketing Decision Making in Firms, Goutam Challagalla, Brian R. Murtha, Bernard Jaworski.

● 차별화를 통해서 1등을 할 수 있는 시장에만 진출한다.

● 소수의 제품에 집중한다.

● 과거에 성공한 아이디어라도 (다른 기업이 하기 전에) 스스로 세대를 교체시켜라.

● 고객 경험에 대한 전全과정 책무를 만들어라.

● 이익보다는 완벽한 제품에 집중해라.

● FGIFocus Group Interview의 노예가 되지 말고, 고객의 충족되지 않은 니즈Unmet Needs를 읽어라.


아마존은 조직의 리더들이 의사결정과 문제해결 시 따라야 할 원칙을 정리해 리더십 원칙Leadership Principles을 만들었다. 14가지 원칙 중 제1원칙, ‘고객에 대한 편집증적 집착을 가져라Have a Customer Obsession’는 아마존이라는 조직 곳곳에 가장 강하게 녹아 있다. 실제로 겪어보면 ‘진짜 미쳤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냐?’라는 얘기가 나올 만한 수준이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고객 경험 가운데 최악의 경험 중 하나로 ‘품절’을 꼽는다. 그래서 아마존은 미국 내 해당 상품의 재고량을 랭킹 알고리즘의 중요 변수로 포함시켰다. 아무리 인기가 있고 잘 팔리는 상품이라도 미국 내 재고가 부족하면 랭킹이 떨어진다. 랭킹이 높을수록 판매량이 높아지므로, 품절이 뜨지 않게 판매자가 알아서 미국 내 재고량을 조절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 다른 최악의 고객 경험은 ‘사기’, 즉 소비자 리뷰나 순위 조작에 속아서 구매하는 경우다. 그래서 아마존은 프로그램을 써서 조작이 발생하는지 늘 감시한다. 만약 사기나 조작이 의심되면 즉시 해당 판매자 계정을 중지시키고, 판매자가 직접 의혹을 해소하기 전까지 판매를 전면 금지한다. 고객과 고객 경험에 대한 회사의 이러한 편집증적인 집착이 소비자가 아마존을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아마존의 조직 고유의 원칙은 액자 속에 고이 모셔져있는 게 아니라 알고리즘과 업무 프로세스에 생생하게 살아 숨쉬고 있다.


우리 회사는 고유의 경영원칙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예’라고 대답할 수 있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이런 원칙들은 대개 창업자나 영향력 큰 CEO가 오랜 기간 기업 경영을 하며 구축해나가야 구체화된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이나 스티브 잡스와 같은 개성 강한 선견자Visionary나 딥 씽커Deep Thinker는 흔하지 않다.


물론 각각의 기업마다 매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경영원칙을 세우고 계획을 짜지만, 보고와 발표가 끝나면 그뿐이고 정작 구성원의 일상과 의사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무슨 무슨 웨이’라고 액자 속에 써놓은 기업들은 많지만, 그것이 진정으로 조직에 스며든 경우는 별로 보지 못했다.


회사의 정체성을 대표하고 문제해결의 나침반 역할을 해줄 조직 고유의 경영원칙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생명력을 얻기 위해서는 리더들이 솔선수범하여 원칙을 타협 없이 초지일관 지켜나가야 한다. 진정한 전략은 화려하고 거창한 경영계획이 아니라, 단순하지만 강력한 원칙에 깃들어있다는 것이 나의 경험으로부터 얻은 믿음이다.



전제와 전례를 의심하라(1) : 제로베이스 사고

조직의 내부 구성원들이 조직 고유의 원칙을 문제해결에 적용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두 가지 사고법이 있다. 바로 ‘제로베이스 사고Zero-Based Thinking’와 ‘진북True North 지향’이다.비즈니스 의사결정이나 문제해결에서 가장 경계할 태도는 기존 습관이나 경험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 틀 안에서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기존 틀 안에서 찾아낸 솔루션은 상황을 일부 개선하는 개선책이거나, 더 나쁘게는 상황이 바뀐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과거의 성공 방정식을 그대로 좇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비즈니스 의사결정을 하거나 문제해결을 할 때는 항상 선입견과 고정 관념이 없는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제로베이스 사고는 ‘다시 바닥부터’. 즉 기존의 전제와 결정을 객관적인 관점에서 다시 평가해보고 처음부터 다시 최적의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다. 인간은 익숙한 것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그걸 유지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조직도 많은 의사결정과 문제해결을 관성적으로 해나가려는 경향이 있다. 매년 예산 수립 시 작년 대비 5%씩 증액해서 요구하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미래가 과거와 물가상승률 외에는 달라질 게 별로 없다는 전제가 반영된 결과다. ‘과거의 성공이 실패의 씨앗’이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기업이 실패하는 사례들을 보면 세상이 변했음에도 과거의 전제와 결정을 불변의 진리인 것처럼 그대로 적용했다가 낭패를 본 경우가 많다. 그래서 기업은 기존의 전제들과 결정들의 리스트를 정기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제로베이스 사고의 효능을 아는 의사결정자들은 공통점이 있다. 종종 마치 신입사원처럼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다. 그들이 그런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정말 몰라서가 아니라, 과거의 전제와 결정이 여전히 유효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 위해서다.



전제와 전례를 의심하라(2): 진북 지향 사고

혹시 진북True North과 자북Magnetic North이라는 개념을 아는가? 우리는 흔히 나침반을 들고 N 방향을 따라가면 지구의 북쪽에 다다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나침반이 가리키는 자북은 지구의 자기장이 변하면서 이동한다. 그러다 보면 북극성의 위치로 결정되는 진북과 차이를 보이게 된다. 나침반만 믿고 따라가다가는 전혀 엉뚱한 곳에 다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조직 고유의 원칙은 환경이 바뀌고 시대가 바뀌더라도 조직이 존속하는 한 흔들림 없이 지켜내야 하는 가치와 원칙이다. 불변의 진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조직 내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의사결정과 문제해결은 나침반처럼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흔들리거나 왜곡되기도 한다.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단기 실적 지상주의, 학연이나 지연, 의미 없는 시장점유율 경쟁, 조직 내 사일로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그들의 입장이 작용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처음에 그리고자 했던 별은 온데간데 없고 둥글둥글한 동그라미만 남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문제해결은 항상 본질에 맞닿아 타협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서 기억해야 할 것이 바로 ‘진북 지향’이다. 목적지를 왜곡하는 자기장들을 피해 북극성을 향해 나아갈 수 있으려면 “우리 조직의 진북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업의 개념은 입체적인 사고를 통해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의 본질과 특성을 이해해 직급에 따른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_이건희(전 삼성그룹 회장)



로직트리란 무엇인가

내가 컨설팅 회사에 다닐 때 선배들에게 들었던 말이 있다.“컨설턴트는 자기가 아는 분야면 온종일이라도 그 주제로 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고, 자기가 모르는 분야라도 두세 시간 정도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

로직트리를 활용하는 사고에 익숙한 컨설턴트라면 특정 분야에 전문지식이 없더라도 전체를 부감하고 조감하여 파악해낼 수 있다는 뜻이다.


로직트리를 몰라도 회사 생활에 지장은 없지만, 알고 있으면 누구나 어딜 가서든 평타는 치는 직장인이 될 수 있다. 당시 나는 직장인이라면 당연히 로직트리를 알고 활용하고 있겠거니 여겼는데, 이후 여러 직장을 겪어보니 그런 직장인은 생각보다 흔치 않았다.


빠짐없고 중복 없이, MECE앞서 일 잘하는 직원의 공통점을 이야기하며 ‘쪼개서 보기’가 로지컬 씽킹과 로직트리의 핵심이라고 언급했다. 로직트리 작성 시 가장 중요한 개념이 바로 MECE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라는 개념이다.


MECE는 각 구성 요소가 중복이 없으면서, 빠짐이 없이 모여 전체를 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컨설턴트들은 수시로 “이거 MECE하지 않은데…”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친숙한 개념이다. 아마 독자들 중 상당수는 이 개념을 이미 알고 있거나, 모르더라도 논리적인 사람이라면 무의식중에 업무에 적용하고 있을 것이다.



로직트리 : 원인분석과 해결방안

실전에서 사용되는 로직트리는 크게 구분하면 ‘원인 분석’과 ‘해결 방안’으로 나뉜다. 그리고 이 둘을 통합한 로직트리도 가능하다. 회사에서 사용되는 일반적인 보고서가 바로 이러한 통합형 구조를 가진다. (원인 분석만 하고 대책이 없으면 깨지기 십상이다.) 무엇이 가장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지는 당연히 회사마다, 시기마다 달라질 수 있다.

[표 7] 실전에서 사용되는 논리 구조별 로직트리 분류




전략에 관한 로직트리를 만들 때 사실 가장 어려운 부분이 첫 번째 항목을 정하는 것이다. 여기서 막힌다면 앞서 얘기한 ‘Why’라는 질문으로 돌아가서 ‘왜 이 사업/일을 추진해야 하는가?’를 다시 짚어보는 로직트리를 만들어보는 것이 좋다. ‘Why’에 대한 답이 나오면 ‘How’나 ‘What’도 자연스럽게 도출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인지적 편향은 원시시대부터 생존을 위해 전해 내려온 인간 본성에서 기인한다. 인간이 진화하면서 생존을 위해 유리하다고 판단하여 자연스럽게 습득이 된 본성이므로, 아무리 지혜로운 사람이나 위대한 경영자라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인지적 편향이 발현한다. 데이터가 넘쳐나고 AI가 활용되는 시대임에도, 요즘 들어 확증 편향 등 인간의 인지적 편향에 대한 얘기들이 점점 더 많이 들리는 것을 보면 인간은 역시 쉽게 변하지 않는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집단사고의 함정

개인뿐 아니라 조직도 편향에 빠질 수 있다. 집단에 순응하고 거기에 따르려고 하는 인지적 편향성인 ‘집단사고Groupthink’가 대표적이다. 뉴스를 보다 보면 ‘저렇게 똑똑하고 잘 배운 사람들이 모인 조직인데, 왜 저렇게 어리석고 고집스러운 모습을 보일까?’ 싶은 경우를 자주 접한다. 바로 집단사고가 작용한 경우다.


아이러니하게도 집단사고는 똑똑한 사람들만 많이 모인 조직에서 엘리트 의식과 교묘하게 결합하여 더욱 강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조직 전체가 새로운 정보를 탐색하거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함에도 기존의 전제나 믿음을 지지하는 쪽을 선택하게 만든다.


집단사고와 확증 편향이 결합되면 가장 위험하다. 선민의식에 빠진 이들이 잘못된 신념과 결합해 나치즘과 홀로코스트, 팔레스타인 분쟁까지 인류의 역사적 비극을 빚어내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기억해야 할 것은 과거에 당연하다고 받아들였던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므로 꾸준히 업그레이드하고 수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기 나름의 관점을 가지고 과거의 전제와 가설에 도전하는 것이 진정한 문제해결사들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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