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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서노트

독서노트 : 무기가 되는 생각법(6)

문제를 해결하는 건 AI가 아니라 인간이다

by CalmBeforeStorm

무기가 되는 생각법

변창우 저| 세이코리아| 2024년 07월 01일


https://m.yes24.com/Goods/Detail/128248046


『무기가 되는 생각법』은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우리들의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실용적인 가이드북입니다. 우리는 복잡한 비정형 문제를 다루기 위한 통합적 사고와 적절한 질문을 통해, AI를 도구로 활용하면서 인간 고유의 창의성과 지적 역량을 확장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저자인 변창우 작가님은 30년 넘게 국,내외 글로벌기업에서 근무하시면서 다양한 산업현장의 문제를 고민하셨습니다. 이 책을 통해 인간지능의 본질인 문제해결 능력에 대해서 저자의 깊은 통찰력을 배울 수 있습니다.

* 책의 내용중에 인상 깊은 문장이나 문구를 그대로 옮겼습니다.

** 분량이 많은 관계로 나누어 업로드하겠습니다.


‘Why’가 중요

“고객들은 직접 보여주기 전까지는 자신들이 뭘 원하는지 모른다.”아이폰을 만든 스티브 잡스는 고객을 자신의 니즈가 무엇인지 모르는 존재로 규정했다. 그런데 스티브 잡스는 정말 고객을 무시하고 그냥 자기가 만들고 싶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든 것일까? 아니다. 스티브 잡스는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고객 조사, 예를 들어 설문조사와 같은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통찰을 얻기 위한 새로운 방법론을 도입한 것이라고 보는 게 맞다.


애플이 다른 기업들만큼 고객 서베이와 만족도 조사를 열성적으로 실시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도 연례행사처럼 고객 만족과 고객 중심을 회사의 주요 경영 방침이라 표방하는 여러 기업보다 고객의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저 ‘애플이니까’ 구매하는 고객들이 수두룩한 것을 보면 애플은 고객의 신념과 가치체계에 강력한 브랜드로 깊숙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그들은 브랜딩 측면에서‘How’나 ‘What’보다 ‘Why’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고객은 소비를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 자신의 가치관이나 정체성과 깊이 맞닿아있는 브랜드에 끌리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브랜드는 관심이 없는 것이다.


단순함

마지막은 ‘단순함’이다. 시간과 집중력이 제한된 현대인을 위해서는 간단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간단하다고 하니 쉬운 일로 생각될 테지만, 실은 이것이야말로 가장 어렵고 다다르기 어려운 경지다. 본질만 남기고 나머지를 덜어내기 위해서는 전체와 부분을 모두 장악하고 핵심을 일목요연하게 꿰어 알기 쉽게 가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논리적인 것을 직관적인 것으로 만들어주는 게 바로 단순함이다. 아래의 글귀는 ‘단순함’에 대한 대가들의 언급이다.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 문학가 마크 트웨인Mark Twain과 생텍쥐베리Saint Exupery,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다재다능한 만능인 레오나르드 다 빈치Leonardo da Vinci 등 일세를 풍미한 대가들이 일생을 바쳐 추구했던 것은 바로 단순함이었다.


1. Less is More. - 미스 반 데어 로에
2. 편지를 짧게 쓸 시간이 없어 길게 쓰겠습니다. - 마크 트웨인
3. 완벽함은 더할 나위 없을 때가 아니라, 더 뺄 것이 없을 때 완성된다. - 생텍쥐페리
4. 어떤 바보라도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천재성이 요구되는 것은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보이게 하는 것이다. - 알버트 아인슈타인
5. 단순함은 궁극의 정교함이다. -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인류의 지성들이 공통적으로 단순함에 관한 이야기를 남겼다는 것은 그것이 그만큼 도달하기 힘든 궁극의 상태라는 것을 나타내는 증거이기도 하다. 우리가 고객과의 소통에서 끊임없이 시간을 투자하고 엄청난 고민을 쏟아 부어야 하는 이유다



문제 정의

핵심 문제 선정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문제 정의Problem Definition다. 내 경험상 우리나라 기업 조직은 문제 정의에 서툰 경우가 많다. 상사가 “이런 거 해봐” 하고 던지면 밑에서는 알아서 해야 할 일을 정한다. 의도와 방향을 파악하기 위해 꼬치꼬치 캐물으면 무능하거나 늑장을 부리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어서 일 처리도 신속하다. (그래서 우리나라 기업은 위로 올라가면 아주 편해진다.)


그러나 빨리 답을 내기 위해 문제 정의를 서두르다 보면 초기에 제기된 핵심 질문의 의도와 어긋나기 쉽다. 그러면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고 기회를 잃게 된다. 최악의 경우는 그래도 밀고 나가다가 엉뚱한 문제를 풀거나 틀린 답을 내는 것이다. 그래서 문제를 정의할 때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살필 필요가 있다.



문제정의의 구성요소



첫째, 문제해결의 목적을 명시해야 한다.

문제란 ‘현상As-Is과 목표로 하는 상태To-Be 사이의 간극’을 의미한다. 따라서 문제를 정의할 때는 현상을 어떤 상태로 바꾸자는 것인지 명확하게 표시해야 한다. 여기서 목적은 해결책 자체가 아니라, 해결책이 실행된 이후 도달하고자 하는 상태라는 점에 주의하자.


둘째, 잠재적인 해결 방향을 명시해야 한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할 단계는 아니지만, 로직트리와 고객여정지도를 통해 도출한 핵심 문제와 그 방향성에 관한 기술이 필요하다. 이는 앞으로 문제해결에 관여할 팀이나 개인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작성해야 한다.


셋째, 문제해결의 기대 효과와 범위를 명시해야 한다.

기대 효과는 재무적인 부분과 비재무적인 부분이 모두 포함된다. 문제해결의 효과가 조직 내에 공유됨으로써 해결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고, 자원을 지원받을 근거가 마련된다.


“만약 나에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문제를 정의하는 데 55분을 쓰고, 나머지 5분을 해법을 찾는 데 쓰겠다.”
_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근본 원인 분석

근본 원인 분석Root Cause Analysis, 이하 RCA은 품질 향상 기법에서 유래된 방법론이다. 대표적인 기법으로는 우선 ‘Why 다섯 번 묻기Ask Why 5 Times’가 있다. ‘Why’를 다섯 번이나 물어보는 이유는 표면적인 현상이나 증상이 아닌 근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그 외에 카오루 이시카와Kaoru Ishikawa가 고안한 피시본 다이어그램Fishbone Diagram도 있다. 이는 본래 공장에서의 품질 관리를 위해 개발된 것으로, 지금은 다양한 분야에서 문제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는 방식으로 쓰인다.


다음은 ‘Why 다섯 번 묻기’의 유명한 사례 중 하나다.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기념관에서 일어난 문제해결 사례다. 간단하게 저비용으로 문제를 해결한 단순명쾌한 사례다. 세상일 모두가 이렇게 간단하고 명쾌하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이런 식의 스토리 대부분은 복잡하게 뒤얽힌 현실 세계를 지나치게 단순화시키고 있다.


실제로 기념관 부식의 원인은 새똥과 화학약품 사용 외에도 더 큰 다른 여러 가지 원인이 있었으며, 해결책 중 하나로 제시된 조명 시간 조정도 해 질 녘에 기념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관광객들의 불만으로 시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렇다. 이게 현실이다.


아무튼 현실에서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이 이렇게 한 가지로 딱 깔끔하게 정리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Why 다섯 번 묻기’의 실제 모습은 가지가 무성한 나무가 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므로 이 방식은 일부 특정한 문제에만 적용하고 모든 일을 반복해 캐묻지는 말아야 한다. 상대하기 피곤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시각화

존 스노John Snow(1813~1858)는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활동한 의사다. 전염병을 막은 역학의 선구자로 널리 알려져있다. 19세기 당시 런던의 상하수도 체제는 대단히 열악하여 콜레라 등 각종 수인성 전염병이 창궐했다. 1854년 무렵 런던 소호의 브로드가를 중심으로 다시 콜레라가 번졌는데, 이때 존 스노는 콜레라의 전염 양상을 관찰한 다음 발병자와 사망자가 나온 집을 지도 위에 표시했다.

존 스노John Snow(1813~1858)의 평면도


위 그림에서 왼쪽 평면도의 거리마다 검게 보이는 막대그래프가 그것이다. 그랬더니 특정한 펌프를 중심으로 콜레라가 돌고 있다는 규칙성이 발견됐다. 이를 바탕으로 존 스노는 콜레라가 물을 통해 전염된다는 가설을 수립했다.하지만 당시만 해도 콜레라가 수인성 질환이라는 걸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고 당시 조악한 현미경으로는 콜레라균을 볼 수도 없었다.


존 스노는 자신의 가설로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그는 굴하지 않고 가설을 뒷받침할 만한 사례와 근거를 수집해나갔다. 예를 들어 오염된 펌프를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콜레라가 발병한 사례가 있었는데, 조사해보니 브로드가의 물을 길어다 먹은 경우였다. 그는 이런 사실들을 기반으로 사람들을 설득했다. 결국 오염된 펌프들을 폐쇄할 수 있었고, 그러자 콜레라는 바로 잦아들기 시작했다.문제해결을 위한 존 스노의 과학적 접근방식과 증거 수집을 위한 집요함이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구했다. 그리고 콜레라의 원인 파악과 해결책을 도출하는 데 가장 큰 영감을 준 것은 사망자 수와 펌프의 위치를 연결지은 한 장의 그래프였다.



문제 해결사

통계학 지식이 많거나 적음에 관계없이,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항상 입체적이고 다면적 관점과 비판적인 시각으로 몇 단계 아래에 숨어있는 진실을 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통계 수치는 진실을 알아보기 쉽게 도와주는 숫자들이지만 한계는 있다. 그러니 기본적인 통계 분석의 의미와 한계에 대해서는 알아두는 게 좋다. 분석을 직접 하지는 않더라도 현업 담당자 혹은 리더로서 데이터 분석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전문가에 의해 분석된 결과를 해석하여 실제 비즈니스에 적용할 만한 역량을 갖추어야 AI와 빅데이터의 시대를 헤쳐나갈 수 있다.


통계와 통계 기법에 관한 기본 지식 분석적 마인드 업무지식과 비즈니스 스킬’을 갖춘 사람. 맥킨지에서는 이들을 ‘Analytics Translators’✽라 부르고 이 책에서는 ‘문제해결사’라고 부른다. 문제해결사가 실무진, 중간관리자, 의사결정자 층위에 골고루 포진되어있어야 제대로 된 분석과 모델링을 해볼 수 있다. 또 그 정도를 갖춘 기업이라야 데이터와 AI를 활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준비가 되는 것이다.✽ The New Must-have Role, HBR, 2018.


데이터 과학자는 업무 지식과 수학 및 통계학 지식 그리고 IT 역량까지 두루 보유하고 독자적으로 문제해결을 위해 실행까지 할 수 있는 만능 인력이다. 내 경험상 이 역량을 모두 갖춘 인력은 미국에서도 희귀하고, 국내에서는 아마 주요 빅테크, 핀테크 기업의 CTO 중 몇 명이 이 기준에 부합할 것이다.


그러나 현업에서는 이런 전설적인 인력들보다는, 데이터 분석의 필요성을 알고 전문가들에 의해 분석된 결과를 해석하여 실제 비즈니스에 적용할 줄 아는, 업무 지식이 탁월한 인력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 물론 이들 가운데 스마트한 이들은 IT 역량과 고급 통계 역량을 갖추어 데이터 과학자 혹은 CTO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야말로 HIPS 프로세스와 같은 통합적인 프로세스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주인공들이며 문제해결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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