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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서노트

독서노트 : 나는 포기를 모른다(4)

4장. 당신의 비전을 세상에 팔아라

by CalmBeforeStorm

나는 포기를 모른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저 / 정지현 | 현대지성| 2024년 08월 23일


https://m.yes24.com/Goods/Detail/130704793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책 “나는 포기를 모른다”(원서 Be Useful : Seven tools for life) 는 그의 삶을 통해 끊임없는 자기 혁신과 도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자서전적 저서입니다. 이민자로서 미국에 건너온 아놀드는 보디빌딩 챔피언, 할리우드 배우, 성공한 사업가, 환경 운동가,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놀라운 성공을 이루었습니다. 그의 성공은 단순한 운이 아니라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끝없는 노력과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결과입니다.


특히 이 책에서는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인생의 가장 큰 성공 요인으로 등장합니다. 아놀드는 자신의 삶에서 마주한 수많은 난관과 실패 속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고, 그 과정을 통해 더 강해졌다고 설명합니다. 고난이 있을 때마다 그는 이를 극복하는 것을 즐겼고, 그 덕분에 더 큰 성취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 이 책의 독자에게 영감을 주며, 독자 스스로를 돌아보고 독려하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자기계발과 성취를 꿈꾸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 책의 내용중에 인상 깊은 문장이나 문구를 그대로 옮겼습니다.

** 분량이 많은 관계로 나누어 업로드하겠습니다.




4장 당신의 비전을 세상에 팔아라


나는 “대중에게 보디빌딩이 뭔지 알리는 게 우리 임무”라고 동료들에게 역설했다. 신문, TV, 기자는 적이 아니라 파트너다. 우리에겐 스토리를 알릴 필요가, 그들에겐 지면과 방송 시간을 채울 콘텐츠가 필요하다. 보디빌딩 산업을 성장시키려면 우리가 직접 보디빌딩의 특별함을 이야기해 그 공간을 메워야 했다. 그들이 알아서 해주길, 그것도 우리 입맛에 맞게 해주길 수동적으로 기대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 지경에 이른 게 아니겠는가. 보디빌딩의 이미지를 개선하려면 우리가 나서서 기자와 대중을 교육해야 했다.


보디빌딩을 직접 설명하고 홍보하고 팔아야 했다. 기업, 운동선수, 예술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홍보와 소통의 중요성이다. 팔아라. 팔아야 한다! 아이디어나 계획이 아무리 멋져도 타인이 모른다면 시간과 노력만 허비하고,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꿈을 이루고 싶다면 이런 일을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비전을 세상에 파는 데 가장 준비되고 동기부여된 사람은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가족과 타국으로 이주하든, 축구팀을 새 도시로 옮기든, 영화를 만들든, 세상을 바꾸든, 사업을 시작하든, 농장을 사든, 군대에 가든, 제국을 세우든 자기 비전을 어떻게, 누구에게 팔지 알아야 한다.



꿈을 이루는 사람들은 고객을 잘 안다

비전을 판다는 것은 이루려는 목표를 널리 알리고, 성취하는 데 필요한 도움과 지지를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최대한 호의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다. 그들이 바로 당신의 고객이다. 배우로 전향했을 때, 액션에서 코미디로 장르를 바꿨을 때 내가 비전을 팔아야 하는 대상은 에이전트, 감독, 제작자, 스튜디오 임원들이었다. 그들이 나에게 기회를 주도록 ‘예스’라는 답을 얻어내야만 했다.


내가 이반, 대니와 함께 유니버설 회장 톰 폴록의 사무실에서 《트윈스》 제작을 설득하려 애쓴 것도 리스크를 최소화하길 원하는 거물 고객에게 우리 상품을 파는 시도였다. 《트윈스》 에 대한 우리 비전이 그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킨다는 점을 입증해야 했다. “우리 목표는 같습니다. 이 영화를 바라보는 창의적 비전도 일치하고요.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습니다.”


내가 말했다. “제게는 이 영화 제작을 위한 노하우가 있습니다. 1,600만 달러면 기한 내에 예산 범위에서 완성하겠습니다.” 이반도 말했다. 대니는 “성공하고 나눕시다. 우리 개런티는 신경 쓰지 마세요”라고 했다. 톰은 책상 너머로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제안이 매력적임을 인정한 것이다. 그는 환희를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바지 주머니를 뒤집어 내보이며 말했다. “여러분이 방금 날 어떻게 했는지 아십니까? 이게 바로 눈 뜨고 코 베이는 거군요. 네, 철저히 당했습니다. 축하드려요.” 우리는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고객 만족 성공!


오스트리아에서 보낸 10대 시절, 나는 그라츠의 직업학교 학생이자 철물점 아르바이트생이 되어 판매에 관해 많은 것을 배웠다. 철물점에서는 실로 잡다한 일을 도맡아 했다. 배송, 재고 확인과 보충, 청소, 장부 기록, 고객 서비스 그리고 판매까지. 하지만 가장 유익했던 건 주인 마트차 씨를 가게에서 관찰하는 일이었다. 판매에 대해 많은 걸 배웠고, 사람들이 물건을 구매하는 이유도 깨달았다. 사람들은 그저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생각을 사기도 한다는 사실을. 마트차 씨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온갖 물건을 팔 수 있었다. 그가 사람들에게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을 이해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느 날 오후, 타일을 고르러 온 부부가 기억난다. 마트차 씨는 예의 바르게 아내에게 인사한 뒤 남편에게로 관심을 돌렸다.


1960년대 초반 오스트리아의 문화적 분위기에서는 가장을 존중하는 인식이 강했기에 그런 행동이 자연스러웠다. 마트차 씨는 가게에 있는 타일 견본을 모두 가져와 부부 앞에 펼쳐 놓았다. 그리고 남편에게 색깔과 스타일별로 타일의 장단점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러 종류 중 어떤 스타일과 색깔이 더 마음에 드는지 물었다. 타일을 어떤 공간에 쓸 건지, 예산은 얼마나 되는지, 언제쯤 필요한지도 물었다. 잠시 후 남편은 계속되는 질문에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묻지 않으면 오히려 고객들이 화를 내곤 하는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질문들이었다. 그때 마트차 씨는 아내 쪽으로 관심을 돌렸다. 그녀는 질문에 관심을 보이며 타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원하는 게 있어 보였다. 마트차 씨의 질문에 줄곧 귀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었다.


마트차 씨는 자신이 엉뚱한 대상에 집중하고 있었음을 알았다. 돈을 버는 건 남편일지 모르지만, 사실상 중요한 건 아내의 의견과 결정이었다. 타일을 어떻게 쓸지에 대해 그녀가 훨씬 더 뚜렷한 비전을 갖고 있었다. 남편은 어떤 타일을 사든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아내가 원하는 걸 들어주고 계산이나 하려고 거기 있을 뿐이었다. 돈을 내는 건 남편이었지만, 진짜 고객은 아내였다. 마트차 씨가 설득해야 할 대상도 그녀였다. 그는 즉시 그녀에게 관심을 옮겼다. 남편은 제쳐둔 채 오래도록 대화를 나눈 끝에 마침내 결론에 도달했다. “당신 생각은 어때요?” 아내가 남편에게 물었다. “어, 그래. 당신 마음대로.” 남편은 그녀가 고른 타일을 보지도 않고 건성으로 대꾸했다. 마트차 씨가 총금액이 적힌 청구서를 남편에게 건넸고, 남편은 아무 말 없이 바로 수표를 써냈다. “


“방금 뭘 배웠니?” 부부가 떠난 후에 마트차 씨가 나에게 물었다. “우리 상품을 어떻게 팔아야 할지요.” 그의 의도를 알 수 없어 나는 확신 없이 대답했다. “그것도 있지. 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어. 내가 중간에 부인에게로 관심을 돌린 걸 봤지? 이번 쇼핑의 실질적인 책임자가 부인이기 때문이야. 화장실에 어떤 타일을 쓸지 부인이 결정했어. 어떤 색을 원하는지도 부인 쪽에서 의견을 냈지. 그래서 부인에게 초점을 맞춘 거야.” “저도 봤어요.” 내가 말했다.


“부부나 여러 사람이 같이 오면 누가 책임자인지 파악해야 해. 네가 파는 물건에 열정과 관심을 보이는 게 누구인지, 누가 가장 적극적으로 소통하려 하는지 말이야. 누가 고객인지, 누가 책임자인지, 누가 결정을 내리는지 알아야 한다.”


나는 그날 일이 가르쳐준 교훈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과 주파수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 너무 쉽게 당신의 고객이 누군지 안다고 확신하지 마라. 진정으로 설득해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 누구의 반대가 큰 무게를 갖지 않는지 단번에 알아내기란 어렵다. 그러니 누가 관심을 보이는지 늘 예의주시해야 한다.


그래야 내 비전에 긍정적으로 이끌리는 사람이 누구인지,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누구인지 파악할 수 있다. 비전을 제시할 때는 당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주변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사람이 누구이고, 꼭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내야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 그러면 상대방은 모를지라도 당신은 자신의 진짜 고객이 누군지 알 수 있다.



꿈이 담긴 스토리텔링

우리 자신이 바로 첫 번째 고객이다. 비전이 중요한 이유는 자기 자신에게 가능성을 판매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결국엔 세상이 그것을 알아주어야 한다. 비전을 파는 가장 쉽고 진실된 방법은 내면의 목소리를 타인에게 전하는 것이다. 당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대해 스스로에게 하는 말을 남들에게도 하라. 목표를 주변에 알리는 건 꼭 필요한 일이다. 특히 실천보다 계획에 치중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꿈꾸기는 행동하기보다 쉽다. 큰 목표를 대외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행동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좋은 방법이다.


꿈을 남들에게 알리는 일은 그 잠재력을 발휘하는 데 필수적이다. 레스토랑이나 자동차 정비소를 차리든, 선거운동을 시작하든, 고객이나 지지자가 필요하다면 모두 마찬가지다. 주변 도움이 필요하다면 당신의 목표가 무엇이든 반드시 알려야 한다.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다면 꿈에 대해 말하는 것을 넘어 이미 꿈이 이뤄진 듯이 행동하라. 무엇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터놓고 말하되 미래형을 쓰지 마라.


“나는 멋진 보디빌더가 될 것이다”가 아니라 “멋진 보디빌더가 된 내가 보인다”라고 말하라. “나는 주연급 배우가 될 것이다”가 아니라 “주연급 배우가 된 내가 보인다”가 되어야 한다. 선거운동 집회에서도 늘 이렇다. “차기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될 분을 무대로 모시겠습니다”가 아니라 “차기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무대로 모시겠습니다”라고 한다. 이런 말하기 방식은 매우 효과적인데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당신의 비전이 진짜인 것처럼 세상에 내보이므로 당신은 그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지금 당장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입장이다.
둘째, 당신의 비전이 높은 곳에 도달하려면 타인의 신뢰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미 거기에 도달한 것처럼 말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마케팅이다.


당신이 세운 회사나 일으킨 운동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꿈이 이미 이뤄진 듯한 인상을 준다면 심지어 군대 동원조차 어려운 일이 아니다. 조는 시대를 앞서갔다. 깨닫진 못해도 많은 유명 기업가가 조의 뒤를 잇고 있다. 기업 가치 10억 달러가 넘는 ‘유니콘’으로 자란 에어비앤비를 비롯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도 그의 홍보와 판매 방식을 택했다.


만약 에어비앤비 창업자들이 누구나 전 세계 어디서든 숙소를 구할 수 있게 한다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에 담긴 잠재력에 주목하지 않고, 애초 구상대로 컨퍼런스가 열리는 도시에서 호텔이 매진됐을 때 이용할 대안 정도로만 여겼더라면 지금처럼 엄청난 성공을 거두진 못했을 것이다.


“이 아이디어가 더 크게 발전할지도 모르니 지켜봅시다”라고 말하는 데 그쳤더라면, 그리고 회사의 커다란 비전이 이미 반쯤은 실현된 것처럼 자기 꿈을 팔지 않았더라면 아무도 투자하려 들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이 판매의 기술을 일찍이 조에게서 배웠다. 내가 좋아하는 동기부여 명언이 있다. “보아라. 믿어라. 이뤄내라.” 하지만 중간에 한 단계가 빠진 것 같다. 바로 ‘설명하라’이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목표를 설명해야만 한다.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야 한다. 일단 자신의 목표를 내면화한 뒤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 당신 마음속에서 싹튼 아주 작은 아이디어가 당신과 그들의 인생을 바꿀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거대한 꿈으로 폭발했다고 말이다.



과소평가 받아도 괜찮다

유능한 세일즈맨은 성공과 평생 고객 확보의 비결을 알고 있다. 그것은 고객이 거래를 통해 기대 이상을 얻었고 자신에게 유리했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파는 경우에는 상대방의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고객의 기대가 낮아도 겁낼 필요 없다. 오히려 고객을 감동시키고 나를 더 쉽게 팔 수 있는 기회다. 2003년 새로운 주지사를 뽑는 주민소환 투표 2주 전, 나는 4명의 주요 후보와 함께 TV 토론에 출연했다. 이 치열한 선거전에서 가장 중대한 순간이었다.


각종 매체에서 몰려든 기자만500명이었고 세트장에는 최소 60대의 카메라가 준비되어 있었다. 지상파는 물론 전국 케이블 방송에도 생중계되었다. 그 주 여론조사에서 유권자의 3분의 2는 이 토론회가 투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답했다. 민주당의 주요 후보였던 크루즈 부스타만테가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상황은 예측할 수 없었지만 뉴스를 보면 다들 내가 토론을 망칠 것으로 예상했다. 몇 주간 나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었다. ‘저 영화배우가 지금 제정신일까? 보디빌더 출신이 정치를 뭘 알겠어? 똑똑할까? 부자에 유명하긴 해도 정치에 진짜 관심이 있어서 저러는 걸까? 인구 4천만, 세계 6위 경제 규모의 캘리포니아를 이끌 자격이 있을까?’


솔직히 이 모든 의심으로 내 자존심은 상할 대로 상했고 너무 답답했다. 미국에 온 순간부터 끊임없이 이런 의심에 직면해야 했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마찬가지였다. 의심의 이유는 언제나 같았다. 사람들은 나 같은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1970년대 로스엔젤레스에선 106킬로그램의 근육질 남자가 흔치 않았다. 80년대 할리우드 액션 영웅 중엔 실제로 악당을 해치울 것 같은 이가 없었다. 근육질에 외국어 억양이 강한 남자 배우가 주연급 배우로 활동하는 경우도 없었다. 처음 심야 토크쇼에 출연했을 때가 기억난다. 간단하기 짝이 없는 질문에 답했는데 진행자가 “아, 말할 수 있군요! 맙소사, 여러분, 말을 합니다!”라고 호들갑을 떠는 것이었다. 방청객도 모두 환호했다.


정계에 진출하려는 이때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권력층이나 영향력 있는 이들에게 당신의 비전을 팔아야 할 때는 그들이 당신에게 절호의 기회를 주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만약 그들이 당신 같은 유형을 처음 본다면, 당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할 가능성이 크다.


자존심 상한다고 그들의 오해를 당장 바로잡으려 들지 마라. 오히려 승리와 목표 달성에 집중하면서 그들의 의심과 과소평가를 이용해 대화, 인터뷰, 협상을 당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자연스레 유도할 수 있다.


이런 대화 기술을 브리징bridging이라 한다. 상대방이 아닌 나에게 도움 되는 방향으로 자연스레 이동해 적대적 토론을 통제하거나 까다로운 질문을 피해 갈 수 있다. 나는 이 기술을 오랜 친구이자 멘토이며 아놀드 스포츠 페스티벌 사업 파트너였던 고 짐 로리머에게 처음 배웠다.


짐은 변호사, FBI 요원, 정치인, 보험사 임원, 법학 교수, 법률 서적 저자였다. 그는 상대가 묻는 말에 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요지는 이랬다. 당신 얼굴에 마이크를 들이대고 질문 세례를 퍼붓는 사람들은 절대 당신 편이 아니다. 상대에겐 그만의 목적이 있다. 기삿거리를 찾든, 논란이 될 발언을 유도해 더 큰 논란을 일으키든, 아니면 그저 당신을 나쁘게 보이게 하든.


기죽지 마라. 당신은 그들에게 빚진 게 없다. 그들이 당당하게 요구하는 그런 답을 해줄 필요가 없다. 이 시간은 그들의 시간이지만 당신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들에겐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 기회지만 당신에겐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비전을 팔 기회다. 따라서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이 아니라 목표 달성을 위해 당신이 해야 할 말로 옮겨 가라.


짐이 가르쳐준 방법은 이렇다. 질문을 경청하고 우선 질문자의 전제를 수용하는 것으로 대답을 시작해 공감대를 형성하라. 이렇게 상대를 편안하게 한 뒤 곧바로 ‘질문의 틀’을 바꾸고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아놀드, 당신은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데 미국 최대의 주를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좋은 질문입니다. 하지만 더 좋은 질문은 미국 최대 주가 어떻게 이 주를 엉망으로 만든 바로 그런 부류의 정치인들과 계속 함께할 수 있느냐는 거죠.” 유도와 비슷하다.


당신을 과소평가하는 이들의 움직임에 저항하려 하지 마라. 오히려 상대의 기세를 이용하라. 상대를 붙잡은 뒤 방향을 홱 틀어 경기장 밖으로 던져버려라. 허튼소리는 그것이 어울리는 쓰레기장으로 보내라. 평론가들과 기자들이 토론 전에 던진 거만한 질문들은 오히려 내 목표를 식은 죽 먹기로 만들었다. 내가 아주 낮은 기준만 넘어도 유능한 주지사 후보로 각인시키고 나를 유권자들에게 팔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이 나에 대해 단순한 이야기만 퍼뜨려준 덕분이었다. 토론회가 다가올 때쯤엔 주지사 후보로서 내 평판이 너무 나빠서, 술 취하지 않은 멀쩡한 모습만 보여도 언론의 기대를 만족시킬 정도였다.


토론회에서 내 목표는 경청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갖춘 전사이자, 이제 캘리포니아 주민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받은 것을 되돌려주고 싶어 하는 애국자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유권자들에게 내가 주민소환을 초래한 정치인들과는 정반대임을 보여주고 싶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토론 전날 여론조사에서 내 지지율은 약 25퍼센트였다. 그러나 불과 2주 뒤 투표일에 나는 48.6퍼센트로 총 420만 표를 얻었다. 2, 3위를 합친 것보다 30만 표 이상 많았다.


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선거 후 전국 언론은 내 지지율이 어떻게 그리 급등했는지에 대해서만 얘기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나는 쉬지 않고 토론을 준비했다. 농담을 연습하고 요점을 완벽히 익힐 때까지 반복했다. 캘리포니아의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한 정책들을 철저히 이해했다. 간단히 말해 평소의 나답게 준비했을 뿐이다. 그저 사람들이 그때까지 과소평가했던 내 진면목을 알게 된 것뿐이었다.



진정한 자신의 이야기를 팔아라

진실한 사람이 들려주는 진실된 이야기보다 더 잘 팔리는 건 없다. 특히 자기 자신에 관한 얘기라면 더더욱 그렇다. 선거에 당선되거나 잡지에 특집기사로 실리는 것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직장에서 연봉 협상을 하든, 흥미로운 이성에게 잘 보이려 하든, 입대를 위해 가족을 설득하든 마찬가지다.


꿈이 무엇이든 자신을 팔아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그 인생 이야기를 팔아야 한다. 내가 나서서 정직하게 내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으면 남들이 멋대로 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자기 이익을 위해 이용할 것이다. 겁이 날 수도 있겠지만 분명히 말하건대, 당신도 해낼 수 있다. 나는 제법 오래 살았고 세계 곳곳의 행복하고 성공한 인물들을 많이 만나봤다. 유명인사, 권력자, 흥미롭고 창의적인 사람들, 평범하고 선량하며 근면한 사람들까지.


그들의 공통점은 절대로 자기 이야기를 타인이 쓰도록 두지 않는다는 거다. 자신의 비전을 어떻게 잘 팔 수 있을지 알고, 평화롭고 자신감 넘치는 자세로 세상을 헤쳐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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