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문화인이다

인식하려 하지 않아도 인식 되어지는 의미에 대한 상념

by 티벳여우


문화(文化)는 사전적 의미로,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만들어 낸 공통의 생활양식'이라 한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일상적인 삶'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문화라는 말을 하루에 수도 없이 접한다.

이러한 문화는 우리에게 '세련된, 지적인, 고상한, 발전된' 등의 의미로 인식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문화생활을 즐긴다'는 것은 조금은 삶의 여유가 있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는 소위 중산층(경제적 소득 기준) 이상이 누리는 여가생활로 여기며 살아가는 이가 많다.


얼마전 나들이 삼아 작은 전시회에 갔었다. 전시회는 어느 시골마을에서 운영중인 한글학교 수료자들이 수료기념으로 쓴 시들로 채워져 있었다. 수료자는 그동안 글을 읽거나 쓸 수 없었던 70대 이상의 할머니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시 한 편이 있었다. 역시 70대 할머니의 시였다.


시의 제목은 '나는 문화인이다'였다. 내용은 단순했다.

"글을 알지 못했었고, 지금은 글을 안다. 읽을 줄 알고, 쓸 줄 안다. 나는 문화인이다"였다.


1950년 한국전쟁을 겪으며 어려운 시절을 살아온 어르신 분들 중에는 글을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했고, 제공된 기회는 한정된 장소와 시간이 허락된 소수에게만 열려있었다. 당시 기회를 얻지 못했던 이들은 배움에 대해 열등감과 열망이 항상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은 듯 하다. 마치 우리가 영상매체를 통해 접하는 제3세계 어린아이들이 배움에 목말라 있는 것처럼.


그래서인지 그분들에게 글을 읽고 쓴다는 것은 '세련된, 지적인, 고상한, 발전된' 문화로 여겨졌고, 또한 글을 읽거나 쓸 줄 아는 이들을 '문화인'으로 지칭(암묵적으로)하며, 더불어 자신도 문화인이길 간절히 바랐던 것 같다. 할머니의 시 한 편에 그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얼마나 그 말을 하고 싶으셨을까. 그 간절한 바람을 이루고 할머니는 결국 글로 표현할 수 있었다. 문화인이라고. 드디어 나는 문화인이라고.


할머니의 감격스러움이 묻어난 시 한 편에 마음이 좋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배움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이루셔서 좋았고, 잘못 인식된 의미로 이를 표현한다는 생각에 안타까웠다. 이미 할머니는 삶을 살아오는 동안 문화인이었다. 단지 문맹인이었을 뿐이었다. 문화인으로 살면서 문화인이길 바라는 마음, 이 때문에 내 마음이 그랬다.


우리도 이와 같을지 모른다. 이미 많은 것들을 이루고 살면서 본래 의미와 달리, 인식되어진 의미로 인해 이루지 못한 상태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굳이 인식하려 하지 않아도 인식되어지는 사회에서 무언인가를 이룬다는 것은, 어쩌면 과정은 찬사받고 결과는 위로받는 일이 다반사(茶飯事)로 여겨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와 더불어 '문화'와 '문화인'의 의미를 보다 능동적으로 인식하여, 문화를 만들고 즐기고 만끽하는 문화인으로서 살아가길 다짐한다.


그리고 끝으로 스스로에게 자문해본다.

나는 문화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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