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파티의 시절 3
사실 술에 대한 나의 최초의 기억은 친할아버지가 자신의 방에서 술을, 아니 칵테일을 제조하던 장면이다. 그는 소주 한 병과 콜라 혹은 사이다를 한 병 사서, 양은 주전자에 적정 비율을 섞어 넣는, 자기만의 칵테일 제조 의식을 아침마다 치르곤 했다.
나랑 동생은 아침에 그 방에 놀러가서 그 장면을 숨죽여 지켜보곤 했다. 그리고 그가 고심해서 칵테일을 제조하고 남은 탄산음료 약 5분의 1병을, 나랑 동생은 소중히 나눠 마셨다. 쪽쪽 빨아마셨다. 지금 생각하면 일부러 조금 남겼던 게 아닌가도 싶다. 오랜 세월 연구해온 황금비율상, 어쩔 수 없이 남긴 분량이라고 주장하긴 했지만 말이다.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친할아버지는 넷째였던 나의 부모 집에 얹혀(?) 살았다. 단독주택이었던 우리 집 한 켠에 마련된 셋방에서 여섯째 아들과 함께 지냈기 때문이다. 식사는 우리 가족과 함께 하지 않았다. 따로 상을 받았다. 권위주의적이어서 그런 건 아니고, 엄마가 같이 밥 먹기를 거부했던 것 같다. 다섯이나 되는 아들들과 며느리들과 모두 사이가 안 좋아서 결국 우리집에서 그런 식으로, 약간 거리를 두고 살게 되었던 것이다.
같이 방을 쓰던 막내 삼촌이 출근하고 나면, 할아버지는 칵테일을 제조하고 난 뒤 밥상을 기다렸다. “나는 이렇게 해서 반주만 딱 한 잔 하는 거야, 알아? 그게 건강에 좋은 거야.” 그는 허세를 부리듯, 혹은 변명하듯 말했지만, 정말 술을 많이 먹지는 않았고 주전자 속 칵테일은 빨리 줄어들지 않았다. 어서 다시 제조를 해야 나랑 동생이 탄산음료를 얻어먹을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