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혼자 가라 여행

첫 여행지로 도쿄를 추천받고 떠날 때 나는 혼자였습니다. 아마 29살이었던 것 같네요. 효율성의 극대화를 외친 저는 엄청난 스케줄로 여행 계획을 짜고 루트 따라 열심히 다녔어요. 그 후로 여러 곳을 혼자 다녔어요. 지금의 남편은 왜 해외는 많이도 다니면서 국내는 잘 안 다녔냐고 묻던데, 그 이유는 전철이나 기차로 갈 수 있는 곳만 다녔기 때문이지요. 한국에선 부산을 매년 혼자 다녔어요. 그리고 어떻게 보면 여행자로서 몇몇 외국의 '도시'가 더 안전하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잖아요. 그걸 여행에 가서 묵언 수행하듯 아무 말 않고 지내며 풀었어요. 부산에 가면 혼자 말없이 쏘다니며 여행했고요. 그런 힘으로 남은 일 년의 시간을 버티는 거지요. 아 그리고 혼자 여행을 주로 간 이유는 같이 갈만한 사람도 많지 않았어요. 아무리 친해도 성향이 안 맞으면 가서 싸우고 그러잖아요. 비슷한 경험도 있었고요. 아주 오랫동안 안 본 친구도 있었네요.!!


혼자 가는 여행의 장점은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 되는 거예요. 그런 경험들이 많이 쌓이면 그때의 분위기와 기억을  갈무리한  살아가는 거지요. 문득 답답한 일이 생기면, 호주 멜버른에서 바닷가에 앉아 너른 바다를 혼자 보던 때를 생각해요. 그리고 거기에 앉아 있다는 상상을 하며 숨을 들이쉬고 내시지요. 그때  멀리서 달려오는 비구름을 보며 급하게 집으로 오던  생각하면 웃음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꿈꿈  비가 내리는 날엔 도쿄에서  오는 날의 마쯔리(축제) 보던  떠올려요. '아니  저런 옷을?  저런 신발을?' 생각하면서도  분위기가 제법 괜찮았었거든요. 내가 외국 여행을 하고 있다는 기분이 몽글몽글한 마음을 가지게  줘요.  습하게 더운 어느 , 그런 날에도  잃은 여행자를 위해 오토바이로 관광지까지 태워다  대만의 어떤 여성분을 떠올립니다. 원피스를 입고 있는 저에게 다리를 가리는 후드를 챙겨주고 헬멧까지 씌워주셨던  친절과 미소는 지금 생각해도 슬며시 미소가 피어오르고 행복감이 올라와요.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야지 하고 생각해요.

Walter Martin @unsplash

물론 나쁜 기억도 있어요. 길가는데 병을 던진 호주 꼬마도 있었고, 너무 솔직한 대답(한국음식 냄새나)으로 기분을 상하게 하는 중국인도 있었어요. 구글 네비만 믿고 갔다가 엉뚱한 곳에 가서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어요. 다행히 마음이든 몸이든 큰 타격은 없었으니 재미난 일이네 이러고 넘길 만큼은 되지요. 또 안전을 제일로 해서 다니니 문제도 없었고요.


혼자 갔던 마지막 여행이 몇 년 전인지도 모르겠네요. 너무 오래되었지만, 폭우가 쏟아지고 천둥번개가 날리는 오늘 같은 날에 해변가에 앉아 들숨과 날숨을 흩뿌리던 때가 떠올라 끄적여 봅니다.


그리고 요즘엔 제일 좋은 여행은 TV 보는 <세계 속으로>  같아요. 여행의 가장  준비물은 '체력'이라고, 애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살다 보니 체력도 시간도 없는 요즘엔  준비물을 준비할 여력이 없네요. 그래도 혼자 (혹은 둘이 어때 셋이 어때~ 넷이 어때~) 다녔던 여행지들이 있어서 좋은 추억 포인트들이 많구나라고 생각합니다. 죽을 때까지 사라지지 않을 추억 포인트들을 오늘도 끄집어내어 미화시키며 즐겁게 스마일~

매거진의 이전글 자격은 누가 만드는 걸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