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바쁜 그림쟁이는 무엇으로 그리는가?
내가 컴퓨터라는 걸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게 고등학교 때인가 그렇다.
그것도 그림판 같은 프로그램으로 8시간인가 그렸었는데
저장을 잘 못해서 한순간 날아갔던 경험이 있다.
그때는 인터넷으로 이미지를 보기도 힘들었고 하이텔인가.. 대화 정도만 가능한 기술 수준이었다. 하하
고려적 이야기 같네.
어릴 적으로 손그림이 익숙해서인지 아무리 나의 그래픽 기술(드로잉)이 늘어도
뭔가 불만족스럽고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었다.
종이에 그림 그리는 그 사각사각 거리는 즐거움.
한번 맛본 사람이라면 그 전율을 쉽게 잊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태블릿이라는 이 녀석에 마음을 온전히 주지 못했다.
가수 박진영이 그랬다.
자신은 행운아라고 아날로그 감성의 디지털을 아는 사람이라서.
나도 어떻게 보면 그럴 것이다.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아는 디지털 세대.
아, 물론 지금도 손그림을 그리시는 분들이 많고 잘 그리는 사람들도 많고 업으로 하는 사람도 많고 ~
내가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바쁜 현대인의 한 사람으로서
마냥 손그림을 그릴 수 없는데, 그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수단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림쟁이로 사니까 당연히 회사일은 하지만 내 자신의 그림을 그릴 시간은 많이 부족하다.
늘 그림을 그리니까 더 그리고 싶은 마음도 없는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그림에 대한 목마름은 늘 있다.
스트레스 받고 힘들 때 그림으로 위로받았던 그 기억의 조각들을 붙잡고
다시금 그림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만족감을 느끼고 싶은 거다.
그래서 늘 노력했다.
고체 물감도 사고 물붓(이름이 정확히 뭔지. 물을 넣어서 휴대용으로 쓸 수 있는 붓)도 사고
혹은 수채색연필로도 활용해보고~~
그런데 애매한 세대이기도 한 나는
ctrl + C를 못 사용하는 손그림이 또 문제로 다가온다 ㅋㅋㅋ
결국 이도 저도 못하고 세월만 네월이 되도록... 제대로 뭔가 하지도 못하고
시작만.. 늘 하고 있는 상태.
그러다 남편이 아이패드 프로를 새로 사겠다는 말에 구경차 따라갔다.
아이패드 펜슬이 혹시 안 필요하냐고 몇 번 물어봤던 것 같은데,
나는 단호히 아니라고 했다.
그 연필의 사각거림은 따라오지 못할 거면 필요 없다고.
매장에 들어서고 새로 나온( 아니, 나온 지 조금 되었지만;;) 아이패드 프로를 보았다.
"어머나... "
그 사이 기술이 더 발전되었네.
이... 이... 펜 느낌이 제대로 구현되는 이 느낌.. 하아..
펜슬까지 써보니 이건 안사고 배길 수가 없을 정도..
너무 좋아하는 모습에 남편'님'이 아이패드 프로 9.7 정도는 사주겠단다.
선 듯.. 자기 용돈으로 +_+)//
오오오오오오
그..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나는 12.9로 샀다. 펜슬도...
(9.7살 돈에서 넘치는 돈은 내 용돈으로 ;;;)
적당한 프로그램을 여기저기 찾아보고 연습을 시작하게 되었고,
사실 그래서 브런치에 신청을 했고,
연재(?)를 시작하게 된 것이돨..!!!
아.. 이것은~~~~~~~~ 정말 현명한 선택이었다.
컴퓨터를 켜고 프로그램을 켜는 그 몇십 분의 시간..
아이를 재우고 생기는 단 한두 시간의 짧은 시간을 아껴주는 것이 아닌가!
프로그램을 켜는데 10초도 안 걸리고
펜을 꺼내 들어 슥삭거리면 된다.
그리고 스케치북에 그리듯 눕혀놓고 그리다 보니
없던 집중력이 생겨 첫날 나도 모르게 두어 장을 열심히 그린 듯 싶다.
몇 년간 무엇으로 그릴까 고민하던 게
그 사이 엄청난 기술의 발전으로 이렇게 좋은 결정을 하게 되었다.
만쉐 ~~!! ㅎㅎㅎ
이제 매주 한편씩 짧은 글과 함께 그림도 올려볼 것이다. 랄랄라~~
아자아자 화이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