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크라운(The Crown)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예요. 현재 시즌 4까지 나와 있고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입니다. 엘리자베스 여왕을 중심으로 스피드 드로잉을 했어요.
우리가 현재 아는 엘리자베스는 나이 든 '여왕'으로써의 아이콘 이미지가 강한 사람이잖아요. 아니 사람으로서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먼 존재로 느껴지는데, 드라마를 보면서 다름과 비슷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조지 6세가 딸의 결혼에서 '자신만큼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길 바란다'라는 말이 어느 한 아버지와 같음을 알 수 있었고, 공인으로서 화려하면서 제한된 삶을 사는 인생에 다름을 느꼈어요.
저는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색상과 디자인 콘셉트를 눈여겨보는데, 유독 청록색에 가까운 블루 컬러가 많이 보이더라고요. 로열블루라고 불리는 그 블루! 바로 영국 왕실에서 왔다고 하더군요. 골드가 희귀하기 때문에 인기가 많은 것처럼, 색상도 염료값이 비쌀수록 그 색이 고귀한 색으로 여겨져요. 블루가 그런 색 중 하나이지요.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내가 초등학교도 안 나왔다니!! 여왕으로써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부족함을 느끼고 교수님을 초빙합니다. 그리고 어떤 교육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멘붕이 옵니다. 내.. 내가 배운건....?? 어머니를 찾아가 화를 내는데, 어머니가 말을 해요. 그 당시에는 그 누구도 너에게 (왕이 될 예정이었음에도) 아무도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이지요. 보통 후계자 수업은 장난이 아닐 텐데, 상징적인 왕으로써의 영국 왕이기 때문에 그랬던 걸까요? 일단 다른 남자 왕족들은 학교도 가고 해군에 입대도 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왕내외의 사랑이랄까요? 사랑해서 결혼한 사이였고, 종종 서로에게 고백을 하는 모습이 달달합니다. 서양에서는 남편의 성을 따르고 그 당시에는 남성의 권위가 더 높았기 때문에 갈등이 많아요. 부군 필립공은 한 명의 남성으로서 본인 자신의 역할과 자아 사이에서 갈등이 많고요 부부 내외가 갈등을 사. 랑.으로 해결해 나갑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주변인들의 애정은 문제가 많지요. 특히 아들놈?
엘리자베스는 여왕으로써 역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현실에서는 말을 좋아하는 평범한 아낙 같지만, 자신의 정치적인 역할, 그리고 여왕으로써 상징적인 역할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합니다. 활발하고 모두의 주목을 받는 화려한 동생 마거릿에 대한 열등감도 있지요.
하지만, 이런 고민들이 여왕으로써 성장의 원동력이 됩니다. 어떤 갈등도 일으키지 않고 여왕으로써의 역할에 충실하려고 하지요. 왕실은 정치성을 띄지 않는다는 불문율처럼 그 역할을 해내 갑니다.
전반적으로 안정되고 차분한 색감이 보기 좋고요. 드라마를 보면서, 그림을 그리면서 원래 인물들과 비교해보고 다큐멘터리도 보았는데, 배우와의 싱크로율이 좋고요. 여러 가지 방향에서의 이야기를 잘 담아냈어요.
영국 왕실을 얘기하면 바로 떠오르는 인물이 있지요. 바로 다이애나 전왕세자비예요. 젊어 유명을 달리해서 안타까운 인물이에요. 드라마 시즌 4에서부터 등장해요. 엘리자베스 데비키 Elizabeth Debicki라는 배우가 맡고 있어요. 본래의 이미지와 화장 그리고 연기가 잘 어울러져서 싱크로율이 정말 높아서 다큐를 보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었어요. 다이애나 전왕세자비는 파파라치가 많았죠. 그래서 언론에 잡힌 모습이 많아요. 비교해서 보시면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자세와 걸음걸이, 얼굴의 분위기 등 매우 비슷해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사실 다이애나는 신데렐라가 아니지요. 원래 백작가의 아름답고 어린 소녀였기에 찰스 왕세자에게 정말 찰떡인 배우자감이었어요. 찰스 왕세자에게는 사랑하는 여인(카밀라, 현 배우자)이 있었지만, 카밀라는 다른 남자와 결혼해요. 그래서 왕세자는 다이애나와 결혼을 하지요. 세기의 결혼,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이니 다이애나는 모두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어요. 왕세자로서 자란 찰스에게는 그게 거북합니다. 다이애나가 주목받을수록 못마땅해하고 갈등이 생겨요. 그리고 나이차가 있다 보니 가치관이 맞지 않아 차츰 사이가 벌어집니다. 그 사이를 메우는 건 바로 카밀라. 아 물론 다이애나도 맞바람을 핍니다.
춤추고 노래하는 걸 좋아하는 다이애나는 옷에서도 그 성격이 나와요. 다채로운 색의 옷들 자유분방한 행동, 아름다운 미소. 그리고 눈물 우울. 시즌 4에서는 울듯 말듯한 모습으로 엔딩을 맞이합니다. 그 이후의 이야기를 알기 때문인지 안타까운 기분이 들었어요. 어쩌면 다이애나는 철저하게 왕실로부터 이용만 당한 건 아닐까 생각해요. 그녀 덕분에 왕실이 전 세계의 사랑을 받지 않았나요.
대처 수상도 그리려고 했지만 더 진행하진 못했어요. 다만 대처 수상의 양면성이 매우 흥미로웠네요. 본인이 여자이면서 내각 구성안에 대해 '여자를 쓰진 않을 겁니다. 여자들은 너무 감정적이지요'라는 말에 눈이 동그라졌네요. 대처 수상으로써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집안에서는 아내로서 집안일들을 해내는 모습이라던가, 왕실 가족모임에 초대받아서 보여주는 모습들이 일반 국민들이 생각할 수 있는 왕실에 대한 생각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왕실 존재가치에 대한 시각이요.
엘리자베스 왕과는 사이가 아주 좋다고 할 순 없어요. 하지만, 대처 수상이 여자로서 왕으로써 왕실의 일원으로써 엘리자베스 왕을 비난해도, 같은 동년배로서 여자로서 왕으로써 대처 수상에게 훈장을 줍니다.
그 모습이 엘레자베스 여왕의 어른됨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어요.
솔직히 제가 좋아할 만한 주제의 드라마는 아닌데, 보면서 매력을 느꼈어요. 어느 정도였냐면! 꿈까지 꿨지 뭐예요. 남의 나라 왕실 이야기이지만, 전쟁과 정치 그리고 인물의 성장기는 매력적인 주제이잖아요. 그리고 왕실은 어떨 것이다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소탈한 모습 그리고 다른 문화들을 담은 흥미로운 드라마였습니다.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 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