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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 챔피언메이커 드라마, 퀸스 갬빗

체스판은 매력적이다. 그 안에서 다치더라도 자기 탓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기에서 가장 큰 변화는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가 아니라 넷플릭스 같은 인터넷 플랫폼을 통한 새로운 드라마와 영화의 개봉이 더 큰 관심사가 되었다는 겁니다. 깨닫지 못해도 우리 주변에서 새로운 드라마나 영화가 나오면 그것에 대해 한 마디씩 하는 사람들이 쌓이고 있지요. 그러고 보면 나도 그러고 있어요. 


요 근래 인기 있는 드라마 중 하나가 바로 <퀸스 갬빗> 일 거예요. 퀸스 갬빗에 대해 찾아보면 체스 용어라고 하는데 저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체스 드라마라는데 일단 의미부터 모르겠으니 살짝 거부감이 들어, 봐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한참이나 지나서 보게 되었어요. 


엥? 그런데?!!


이 드라마 체스 챔피언 메이킹 드라마잖아?!!!!


일종의 프린세스 메이킹을 드라마에 입현 거랄까요? 단지, 게임보다는 (실제로 해본 적이 없어서 돌아다니는 짤밖에 모르지만요) 어두운 과거와 현실을 딛고 성장하는 드라마예요. 그래서 사실 체스는 성장이라는 매개체일 뿐 체스는 몰라도 1도 상관없더라고요. 그렇게 치열하거나 경쟁적이라고도 할 수 없고요. 


기본 스토리를 짧게 이야기하자면, 고아가 된 소녀가 체스의 천재성을 드러내며 챔피언이 되어가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이 주인공이 약물과 알코올 중독입니다. 

그래서 매우 불안 불안하면서 멘털이 괜찮은가 걱정하면서 보게 되지요. 그래서 눈을 떼지 못하고 지켜보게 돼요.


그리고?

이 주인공이 겉바속촉 한 캐릭터인데, 불안한 느낌까지 합쳐지니 매력을 찾아 헤매게 되는 타입입니다. 나 매력 있소~! 대 놓고 자랑질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불안한 모습 속에서 귀엽고 사랑스러움을 찾아보게 된다랄까요? 부제를 '매력 없는 매력 있는 주인공이 있다'라고 하고 싶었어요. 보통의 반짝거리는 캐릭터라기보다 반짝거림을 찾아 헤매는 주인공이라 반짝거린다랄까요? ㅎㅎ 그 반짝 거림이 바로 체스입니다. 주인공이 열정을 다하는 상대죠. '나는 체스와 연애한다'라고 외칠 수 있을 만큼. 


아하!?

사실은 성장 드라마다. 

체스라는 매체 게의 성장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의 성장드라마였다. 체스에 대한 천재성이 빠르게 개화한 덕에 승승장구하지만, 그 속도보다는 내면의 성장이 느린 캐릭터입니다. 앞서 얘기한 것럼 겉바속촉 한 캐릭터인 데다가 체스에 대한 열정으로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게 쉽지 않아요. 하지만, 가식 없고 체스에 대한 열정이 다른 사람과의 소통의 창구가 되지요. 

고아원에 있을 땐 건물 관리인 샤이벨 씨가 주인공 엘리자베스 하먼에게 체스를 가르쳐주고요. 체스 경기를 따라다니는 양엄마와의 관계는 체스를 통해 점점 돈독해집니다. 힘들고 외로울 때 그녀를 격려하는 사람들이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데, 그것 또한 체스를 통해서입니다. 

그리고 내적인 위기가 올 때마다 과거의 인연들이 나타나 그녀에게 자극이 되기도 하지요. 아, 그래서 스쳐가는 인연이라고 흘겨보면 안 돼요. 나중에 다시 나타나고 하거든요. 


체스판이 좋다. 체스가 잘못되면 자기 탓이기때문이다. 

엘리자베스가 인터뷰중 한말이에요. 이 말은 주인공의 인생 모토일거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체스판에 스스로를 가두는 의미기도 하지요. 하지만, 점점 다른 사람과 체스를 두면서 체스판 밖을 보고 확장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점점 '함께' 체스를 두고 '함께' 챔피온을 만들어가게 되지요. 


보기에도 예쁜 드라마예요.

5~60년대의 정신없는 패턴과 색감들이 엘리자베스 역의 안야라는 배우가 참 잘 맞아요. 단정하게 차려입고 턱을 괴며 체스판에 앉은 그녀의 모습이 정갈하면서도 섹시하게 느껴져요. 배우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찾아보니 금발보다는 적발의 그녀가 참 멋있어요. 


가장 좋은 건 바로 엔딩.

어둡고 다운된 색감이 벗어나는 마지막 장면이 가장 좋았어요. 보는 입장에서도 내내 짓누르던 성장이라는 과정, 고통을 감내하는 과정에서 벗어나는 느낌이랄까요? 아, 긴 터널을 지나 탈출구를 보는 느낌이에요. 그리고 마치 창작자가 창작하는 과정 같은 드라마예요. 엘리자베스 허먼은 체스 플레이어가 아니라 하나의 창작자로서 미치기도 하고 열정을 불살르기도 하고 타오르다 꺼지기도 합니다. 그걸 극복하고 주변의 도움도 얻어 최고의 창작물을 남기고 자유를 얻는 기분이랄까요. 이런 부분은 그림쟁이로써 감정이입이 되더군요. 


예전 저의 영어 선생님 중 한 분이, 발음이 안 좋은 외국 여자배우를 일컬으며 한 말이 있어요. 

- 저렇게 웅얼거려서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게 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가까이 와서 이야기를 들어준다. 

일단 예뻐야 한다는 전제가 있겠지만, 그 말에 꽂혀서 내내 기억하고 있었어요. 


그건 사람으로서도 그렇지만, 창작물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직설적으로 다 보여주는 것보다는 볼수록 찾아야 할 것이 많고 궁금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만들기는 참 어렵죠. 겉보기에도 그럴싸해보긴 해야 하니까요. 


이 드라마를 보며 내내 그 선생님이 했던 말이 떠올랐어요. 




유튜브에는 스피드 드로잉을 하며 등장인물에 대한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올려두었어요. (☞゚ヮ゚)☞


https://www.youtube.com/watch?v=Tbe_11Z3yVQ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 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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