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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 비 그리고 바람 Jul 16. 2022

당신이 명함을 다루는 방법

소중한 당신

 요즘은 사무실에 있다 보면 꽤 많은 분들이 외부에서 방문한. 나도 모르는 코로나 종결 선언문이 낭독된 것인지 같은 날 같은 시간부터 시작된 방문 릴레이에 꽤 놀래기도 했다. 찾아오시는 분 중에는 10년도 넘게 친분을 쌓아 왔던 분도 고, 처음이라 하시며 이름과 전화번호만으로 나를 애타게 찾아 주시는 분도 있다.


처음 뵙는 분이 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나를 위해 멀리서 왔기도 하고, 나와 어떤 대화를 할지, 어떤 것을 물어봐야 할지에 대해 조심스럽게 꺼내며 나에게 맞춰 준다는 느낌은 마냥 좋기만 하다. 진심 어린 배려이든 지금만을 위한 가식이든 중요치 않았다. 그냥 대접받는 느낌 자체만으로도 나머지 일과시간은 선물과도 같이 느껴졌으니 말이다.


직장에서는 처음 뵙는 분과는 명함이라는 것을 인사처럼 주고받는다. 명함은 자신에 또 다른 자아이자 자신감이자, 자존심이다. 직급과 직책 그리고 이름, 전화번호까지 나에 모든 것이 나열되어 있는 사각형에 종이는 나를 위한 말없는 대변인이다. 다른 이에 손에 넘어가도 그 사람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항시 나를 언급해 주는 고마운 존재라는 것이다.


나는 많은 사람들을 회사에서 만난다. 그리고 많은 명함들이 나에 손을 떠나 어떻게 지내는지 유심히 보는 편이다. 어떤 이는 나에 명함을 받아서는 다시는 보지도 않을 요량인지 어딘가 깊숙이 쑤셔 넣기도 하고, 그냥 아무 곳에나 널브러져 놓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나를 보다가도 나에 명함을 흘깃흘깃 훔쳐보며 무언가 외우기도 했다가 무언가를 적기도 하더라. 유심히 봤더니 내가 좋아하는 것, 생김새, 가족관계, 생일 등 개인적인 것까지 남몰래 적고 있었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소중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간 다쳤던 자존감이 다시 생기가 돌기 시작했고 신뢰가 생기더라. 거래는 이렇게 시작되는구나 싶었다.


물론 나에 명함을 그냥 쑤셔 넣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실력이 없다거나 매정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의외로 그런 분들 중에도 나이가 있고 베테랑에 냄새가 물씬 풍기는 분들도 많았다. 하지만 사소한 행동 하나가 그 사람에 본디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더라. 나 또한 의식적으로 사소한 것을 챙겨서 보는 것은 아니지만 첫인상이 결정되는 3초가 무의식에 오는 것처럼 그런 무의식에 기재가 의식적으로 발동될 뿐이다. 그리고 그런 사소한 것들이 모여, 본디 모습에 대한 조감도가 그려진다.


시간이라는 선고 속에서는 억울한 가해자도, 피해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풍파로 말미암아 진실된 진리만이 남아있을 뿐이니. 나이라는 것을 먹으면 이런 선례와 판례를 많이도 접하게 된다. 사소함이 보여주는 진실에 힘은 절대로 작지 않음 또한 실감하며 말이다.


나침판은 손바닥 안에 들어올 만큼 작고 가볍지만, 나침판이 가리키는 곳은 지구도 거스를 수 없을 정도로 묵직하다. 삶을 살아보고 결과물을 담아낸다는 것은 그런 것 같다. 사소하고 작음에서 시작해 중요하고 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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