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눈 비 그리고 바람 Dec 31. 2021

사서 하는 고생은 캠핑?

삶에 지쳐버린 당신에게 바칩니다.

캠핑이라는 취미에 입문하고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밑 빠진 독에 돈을 붓는다는 느낌을 알았다면 아마도 이런 느낌이었을 것이다. 취하는 줄 알면서도 토하고 또 먹는 술 같다고 해야 할까? 샀는데 또 사고 남으면 팔고, 가난에 허덕일 수밖에 없는 나만의 매력이 여기에 있었다.


코로나 시대에 갈 곳이 없기는 하다지만 우리는 왜 이렇게도 좋은 집을 놔두고 밖에 나가서는 아무것도 없는 맨바닥에 천 쪼가리 몇 개 펼치고는 박수를 치고 있는 것일까? 여름에는 벌레집에 쳐들어가 더위를 찾아 먹고, 겨울에는 군생활 이후 다시는 하지 않겠다던 혹한기를 사서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캠핑 한번 갔다 오면 날개뼈 근처에서 날개가 돋아나는 듯 딴딴한 근육들이 응집해 갔고, 눈을 뜨면 저절로 나오는 곡소리에 춤사위가 절로 났다.


그래서 한 번은 글램핑이라는 곳을 가봤다. 캠핑은 가고 싶은데 너무 힘들어서 돈과 어느 정도 타협을 본 결과였다. 고급진 노숙을 할 생각에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모든 것이 다 갖춰져 있었고 너무 포근했다. 그냥 먹고 자는 것 말고는 할 것이 없었고 집에 복귀를 해도 날개가 자라지도, 곡소리가 나오지도 않았다.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음"과 공허함만이 조용히 밀려왔을 뿐이다.


우리는 아직도 행복이라는 추상적인 단어가 인생 최종 목표물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정작 자신이 이루고 싶은 것을 이루었을 때만 행복할 것이다 라는 착각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삶이라는 것은 행복을 이루기 위해 떠나는 쉽지 않은 여정 그 자체가 행복이었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과정 일지도 모른다. 그때까지는 아무도 몰랐다. 오즈에 마법사에 나오는 도로시,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사자가 함께 시작한 기나긴 그 여정이 자신들이 가지고 싶은 것을 찾기 위한 여정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이미 다 가지고 있었던 것도 모른 채 함께 한다는 것에만 행복함을 느꼈으니 말이다.



나는 힘들지만 더 힘들어도 된다.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작가의 이전글 내 삶에 멀미가 생기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