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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 비 그리고 바람 Feb 12. 2022

내가 지금까지도 뛰고 있는 이유

삶에 지쳐버린 당신에게 바칩니다.

 평소에는 숨 쉬는데 크게 문제가 없었던 마스크가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듯 숨구멍을 조여왔다. 살기 위해 들이킨 밤공기 한 모금에 배꼽까지 시렸다. 왼쪽 가슴 어딘가부터 들려오는 규칙적인 저음이   머릿속을 울리며 멍해지는 기분마저 들었다. 처음 뜀박질이라는 것을 시작할 때 느꼈던 것들이다. 이런 생소한 것들을 한참 느끼고 있을 때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제 한 스무 걸음 더 뛰면 죽겠구나,,"




 요즘 복잡 미묘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휘젓고 다닐 때가 있다.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이런 생각들은 식도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 삭힌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간혹 가다가 그렇지 못한 경우도 더러 있었다. 지금처럼 말이다. 티브이를 보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자기 직전까지도 불현듯 나타나 편두통을 통보하고는 그렇게 무심하게 숨어버린다. 정말이지 이럴 때면 가슴에 느껴지는 갑갑함이 응어리지는 것은 아닐 두려움마저 엄습했다. 나는 이럴 때 아파트 주변 공원을 사정없이 뛰어다닌다. 차디찬 산책로에 무심코 집어던져본 나 자신이 살길을 찾은 것인지 알아서 뛰고 있었고, 그렇게 일정에도 없던 습관 하나가 생겼다.


거칠게 한바탕 숨을 몰아쉬며 마스크가 짠맛으로 물들어갈 때 즈음 잠시 멈춰서 시계를 본다. 너무 추워서 그런지 손목에 달려 있는 시계까지 초라해 보였다. 그리곤 멀리 빛이 뭉쳐져 있는 곳을 응시했다. 무심한 듯 우두커니 서있는 건물들 옆으로 사람들의 느릿느릿한 움직임이 보였다. 그 사이로 뭉툭하게 생긴 차들이 붉은빛을 내며 그  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듯 보였다. 나는 이런 추운 날에 그것도 늦은 밤에 뜀박질을 했다는 생각에 절로 미소가 번졌다. 뭔가 추위를 피하는 듯 보이는 사람들을 뒤에는 추위를 정면으로 맞아본 내가 너무 자랑스럽다고 해야 하나 뭐 그런 자부심으로 가득 찼다.


머릿속을 뒤집어 놓던 두통도, 고민도, 낮아진 자존감까지 깡그리 모아 길가에다 집어던져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못난 것들이 없어진 틈 사이로 허전함이 채워질 것 같았지만 알 수 없는 자신감이 가득 차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냥 땀을 흠뻑 흘리고 젖은 몸을 잠시 뉘며 바라보는 세상은 그렇게 나에게 새로운 용기를 북돋아 줬다.




때로는 살다 보면 알 수 없는 사소한 것에 지쳐버리기도 한다. 평소에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고 나이를 먹으면 더욱더 쉽게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에게서 말이다.


나는 어쩌면 어른은 그저 힘든 것을 겪어도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하는 존재로만 잘 못 생각했던 것 같다. 작은 것이라도 극복하는 방법을 모른 채,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말이다.


오늘도 이런 의문을 품은 채 한바탕 뛰러 나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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