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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 비 그리고 바람 Jan 09. 2022

어른이 보호구역이 필요한 이유

삶에 지쳐버린 당신에게 바칩니다.

"딩동딩동딩동~ 딩동딩동딩동"

오늘도 익숙한 여자 목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실로폰(?) 같은 소리가 연거푸 울어댔다. 바로 어린이 보호구역 앞이라서 그렇단다. 지금 시간은 새벽 6시 20분, 시린 손을 비비며 올라탄 차는 아직 입김도 채 가시지 않았다. 어린이 보호구역이 주는 청쾌한 울음소리는 멍한 채로 지나가는 나에게 학창 시절 밥 먹고 가라고 잔소리하시던 엄마 목소리가 겹쳐 들리는 듯했다.


6살 토끼 같은 딸을 키우고 있는 나에게는 어린이 보호구역이 싫지는 않았다. 30km/h 속도면 걷는 것이 더 빠르겠다고 생각할 수 있을법한 느릿느릿한 속도지만 말이다. 누군가의 딸, 아들이 튀어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항상 신경이 곤두서곤 했다.


한번은 이런 생각도 들었다. 비록 어린이만을 위한 보호구역이지만 어른들도 보호구역이라는 게 필요한 듯 보인다는 생각 말이다. 인간관계 실습만 30여 년 가까이 하고 있지만 항상 상처만 받는 것은 나인 것만 같았다. 사실 제대로 이론이라는 것은 배워보질 못했다. 매번 받았던 상처만 남아 움푹 파인 흉터가 되어 남아있는 흔적만이 그 오랜 세월에 아픔을 짐작해볼 뿐이었다.


흉터를 아로새기며 새로운 다짐을 수없이 해봤지만 결국 돌아오는 것은 또 다른 부위에 상처뿐이었다. 이제 와서 깨닫는 것이지만 인간관계라는 것은 다른 복잡한 이론으로 극복되는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냥 밤이 되면 해가 뜬다 라는 진실만 생각하며 108 번뇌를 뒤로 한채 눈 꼭 감고 잠을 청할 수밖에 없다는 것처럼 말이다.


어차피 나도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줬을 것이다. 나의 아무런 의미 없는 행동이 그런 누군가는 치명적인 흉터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반대로 아무것도 아닌 누군가의 행동이 자신에게는 치명적인 상처가 될 수도 있듯이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어린이 보호구역은 우리에게 큰 의미를 시사하는 듯하다.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이른 새벽의 과속이 누군가에게 목숨을 잃을 수도 있을 법한 원인이 되기도 하고, 그런 과속이 평생 지우지 못할 죄책감으로 남게 될 수도 있음을 말이다.




나를 떠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는 내가 당신을 완전히 잊기 전까지는 내 마음 보호구역입니다.


오는 사람 밀어내지 않고 않고, 떠나는 사람 잡지 않을 것이니,,, 제발 뛰지만은 말아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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