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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 비 그리고 바람 Mar 01. 2022

시간이 멈추는 시간,,,

삶에 지쳐버린 당신에게 바칩니다.

"지금 이 순간 모든 시간정지된다면,,,"이라는 상상은 더 이상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파랑새가 아니다.


오늘 밀양으로 캠핑을 갔다 왔다. 보통 겨울에는 노숙을 피하는 편인데, 어제오늘은 날씨가 무척이나 따뜻하고 다고 해서 오랜만에 나와봤다. 나는 겨울이 좋다. 해가 늦게 뜨는 것도 좋고, 추워서 오들오들 떨리는 날씨도 좋다. 이런 어둡고 추운 것이 좋다기보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움츠려 있기 때문에 좋아한다.


어제도 따뜻하다고는 했지만 겨울은 겨울이었다. 텐트를 펼치고는 누가 보지도 않을 텐트에다 각을 잡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하루 중 따스함이 몸에 스며들 수 있는 몇 안 되는 시간을 그렇게 낭비했다. 그리고는 돼지처럼 먹고는 잠이 들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말이다.


어느 순간 눈이 번쩍 떠졌다. 외마디 신음소리와 함께 기침이 나왔다. 목이 메는지 목소리가 잘 나오질 않았다. 소리는 아직 깨지 않았던 모양인지 조용함이 주는 먹먹함에 귀가 아파왔다. 조심스레 옷을 챙겨 텐트 밖으로 나와 봤다. 밤과 낮을 펼쳐주는 흰지가 저기 지평선 끝 어딘가에 있을 법했다. 해는 몰래 불장난을 했었는지 내가 나와서 무척이나 놀란 눈치다. 산등성이 뒤로 붉은 기운을 숨기고는 숨죽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등치 걸맞지 않게 귀여웠다. 크게 숨을 크게 들이키자 폐 속으로 상쾌하다 못해 날카로운 공기가 세어 들어왔다. 주변을 둘러보자 곳곳에 형형색색 펼쳐진 텐트들은 공동묘지 어딘가에 있을 법한 착각이 들 정도로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모든 것은 정지된 상태로 남아 있다. 어딘가에 재생 버튼이 있음이 확실했다.


나는 이렇게 남들이 다 자고 있어야 하고, 없어야 하는 장소가 좋다. 사람이 없는 곳에는 색다른 기운이 있다. 냄새를 맡고 싶어도 맡을 수 없고, 보고 싶어도 볼 수도 없는 그런 기운 말이다. 이런 곳에서 꺼내보는 생각은 엉뚱하지만 어떤 해답을 가지고 있다. 평소에 정리가 되지 않던 복잡한 생각들, 그리고 뇌리를 스치는 여러 생각들까지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다. 어쩌면 시간이 멈춰있다는 생각, 계속해서 이렇게 나 혼자만 있을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색다른 기운의 답일지도 모르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너무 잔잔하다 못해 땅으로 잠길듯한 마음속의 고요는 나에게 엄청난 깨우침을 가져왔다.




나는 이런 적막함이 주는 여유로움을 꼭 밖에서만 찾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안다. 집에서도 조금만 더 일찍 잠을 청하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일찍 일어나 아침이 오기 전 고즈넉한 새벽시간,,, 모두가 잠에 들어 자고 있는 이 시간만큼은 정지된 시간이 맞다. 나에게만 허락된, 과거 어렸을 적 시험공부를 위해 간절히 바랬던 그 시간 말이다.


모두에게 시간은 같다고 한다. 하지만 같은 시간을 활용하는 순간이 아닌, 정지된 시간을 활용하 사람이 인생을 창의적으로 개척할 수 있다고 본다.


만족하는 삶 이란 게 별거 있을까?

작은 시간을 투자하더라도 제대로 된 포만감을 느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시간이 멈추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다 알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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