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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 비 그리고 바람 Mar 02. 2022

하얀 거짓말이 좋다고?

삶에 지쳐버린 당신에게 바칩니다

나는 사람이 풍기는 기운이나, 분위기가 행동과 일치하는 사람이 좋다. 어찌 보면 진솔하고 거짓 없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이런 좋은 기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순수하기도 한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사막에서 파랑새를 찾는 것과 같다.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늘어만 가는데, 진심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지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난 거짓말이 싫다.

거짓말에도 종류가 있다. 자신의 이기적인 사욕을 채우기 위한 까만 거짓말, 그리고 남을 위해 행해지는 하얀 거짓말이 그 예라고 하겠다. “거짓말”이라는 어감 자체에서 부정적인 뉘앙스가 강하게 느껴진다. 선의, 착함, 투명한, 하얀과 같이 긍정적인 단어가 붙는다고 하더라도 좋은 어감을 가진 단어로 승격되지 않는다. 좋은 단어 배합법은 아닌 듯 보였다.


보통 하얀 거짓말은(선의의 거짓말) 아무리 많이 해도 나쁘지 않다고들 말한다. 듣는 사람을 위해 행하는 거짓말이라 그런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그런 하얀 거짓말도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분명 듣는 사람을 위한 거짓말이라고 하지만 하고 나면 어딘가 개운치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어렸을 적 우리 부모님은 아주 예민한 편에 속했다. 내가 어떤 문제로 고민을 한다 싶으면 어떻게든 바로 눈치를 채신다. 그리곤 혼자 이런저런 고민을 하시면서 며칠 동안 끙끙 앓으신다. 그때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원형 탈모가 뒤통수에 자리 잡던 것도 몇 번 목격했다. 나는 이런 이유 때문에 고민이나 어려운 일에 대해서는 말을 잘하지 않는다. 항상 집에서는 웃기만 했고, 좋은 모습만을 보여드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아부어야 했다.  안면 마비가 오는 줄 알았다.

시간은 덧없이 흘렀다. 어느덧 부모님은 노인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 법한 모습을 하고 계셨다. 이제는 내가 더 걱정을 해 드려야 할 차례인 것이다. 찾아뵙거나 연락드릴 때마다 아픈 곳은 없냐고 매번 묻는다. 오늘도 어김없이 너무 쌩쌩하고 컨디션이 좋다고만 하셨다. 항상 그렇게 같은 레퍼토리로 답을 하시고는 말을 돌리셨다. 나의 안부를 물으시며 말이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무릎이 아프다는 것과 건강검진 결과 뒷목 부근 어딘가에 경동맥 질환이 의심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항상 괜찮다고만 하셨는데 왜 말씀하지 않으셨냐고 물으니깐, 내가 바빠 보여서 일에 지장 생길까 봐 그러셨다고 한다. 갑자기 머리가 터질 듯 아파오며 코끝시렸다.

어찌 보면 부모님은 다 알고 계셨을지 모른다. 내가 했던 그런 하얀 거짓말을 말이다. 부모님은 분명 배려로 생각하셨을 것이고 다시 자식에게 베풀어 준 것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하얀 거짓말이 나에게 고스란히 되돌아왔다. 실상을 알게 되었을 때는 정작 부모님을 위한 배려가 아니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나만 편하기 위한 검은 거짓말이 되었을 뿐,,,,

모든 것은 음이 있으면 양이 있고, 밝은 것이 있으면 어둠이 있다. 모두 다 상대적인 것들이다. 세상에는 밝은 것만 있을 수 없고, 설령 밝은 것만 있다 하더라도 살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반대인 경우도 마찬가지 듯이, 세상은 그렇게 돌아간다. 적당함만이 필요할 뿐이다.


자신이 맞다고 생각한다면, 한번 더 생각 해보자 정말 그렇게 함이 맞는지 말이다. 조금이라도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본다면 언제든지 다른 결과가 선택 될 수 있음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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