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정도 쉬려 합니다.
글 쓰기를 쉬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매일 쓰기는 계속할 것입니다. 다만 글 올리는 것만 쉬려 합니다. 브런치는 쓰기에 특화된 플랫폼이죠. 아무리 많이 하더라도 뇌가 도파민에 끌려다니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화되는 기분마저 듭니다. 제가 다른 SNS는 하지 않아도 브런치를 계속하는 이유가 여기 있죠. 그렇다고 브런치가 감사하지는 않습니다. 독자에게 글을 내어주기도 하지만, 그만큼 오롯한 혼자임을 고통으로써 만끽하는 곳이기도 하니까요.
한참을 머뭇거렸습니다. '쓰다'는 동사에 의무를 부여하며 어떻게든 계속 쓰고 싶었습니다.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써보며 말이죠. 익명이라는 가면을 뒤집어쓰면 최소한 부끄럽지는 않았거든요. 어설프거나 낯 뜨거워도 당당할 수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정말 작가가 된다는 일념 하나로 지금까지 버텨왔습니다. 브런치는 이런 점에서 스스로 쓰려는 자에게 가장 적합한 곳입니다. 대신 글로써 보답해야 하는 의무를 짊어져야 합니다. 부담은 있어도 싫지만은 않았습니다. 매일 학교 가는 심정으로 한 주에 한편만 쓰는 게 죽을 만큼의 곤욕은 아니었거든요.
제가 브런치를 쉬겠다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쓰겠다는 의지보다 변해야 한다는 각오가 더 크기 때문입니다. 잠시동안 작가가 아닌 독자로서 판단하려 합니다. 그동안 써왔던 글이 가식적이거나 따분한 것은 아닌지 더 개선해야 할 점은 없는지 살펴볼까 합니다. 제 글에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잠시동안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스스로 부여한 의무라는 자장을 벗어나 마음대로 활보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쓰기를 유예하기 위한 핑계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모두에게 공언함으로써 결과로 보답하고 싶은 마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달이면 충분합니다. 더 길어진다면 게으름에 굴복했다고 봐야겠죠. 작가로서 재미있는 쓰기는 무엇이고, 독자로서 읽고 싶은 글이 무엇인지 파헤치고 오겠습니다. 제 글을 처음 읽으신 분과, 묵묵히 지켜봐 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잘 되시길 바랍니다. 한 달 뒤 다른 모습으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