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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감성 조명

잠들기 직전에 스르륵 써본 글

by 눈 비 그리고 바람

마른기침을 하며 침실에 누웠다.

노란 감성 조명이 머리맡에 애처롭게 달려있다. 침대 밑 가로등을 자처하는 빛을 비스듬히 맞고 있으면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오늘 하루 어땠다거나 내일은 어떨 거라는 생각 말이다. 무엇보다 네 마음 다 안다는 식의 따스함이 좋다. 낮에는 몰랐거나 알고 싶지 않았던 감정이 떠오른다. 잠들기 직전이 되어서야 겨우 윤곽이 드러나는 몰골이다. 그때는 왜 아프고 슬펐을까. 영문도 모르고 삼켰던 하루의 진심이, 들끓던 감정의 형체가 차분히 드러난다.


지나치게 따스함과 잠결이라면 무슨 이야기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를 향해야 했던 칼날 같은 생각의 조각들, 싫으면서도 말 한마디 할 수 없었던 현실 속 내 위치까지. 모든 말을 끄집어내 조용히 응시한다. 하루도 지나지 않았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행동뿐이다. 경솔했고, 게을렀으며 비열했던 순간이다. 최선을 다하자며 다짐했던 현재가 되돌릴 수 없는 이전이 되고 만다.


지금도 오늘과 다를 내일을 떠올린다. 오늘은 이랬지만, 내일은 이렇게 살지 말자며 차근차근 타이른다. 조명 밑에서 해보는 독백은 무엇도 가능하다. 모두를 용서할 수 있으며 어떤 어려움도 기꺼이 자처할 수 있으니까. 손 하나만 가져다 대면 이대로 스르륵 기분 좋게 잘 수 있으니까. 눈뜨면 또 다른 괴로움에 시달릴지라도 하루 중 가장 보드라운 순간을 뺏기고 싶지 않았으니까.


왠지 모를 욕망이 차오른다. 쓰겠다는 욕망. 조금 전까지 그렇게 투닥이며 썼음에도, 잊힐까 노심초사 되뇐다. 노란 잠가루를 뿌리치고 부스스 쓰고 잘 것인지, 이대로 어둠을 맞이하고 말 것인지 갈팡질팡한다.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엎드려서 무엇이든 끄적이고 만다. 지금 아니면 영원히 잊힐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매일 같은 하루를 살면서도 다른 하루로 마무리해 보는 지금이 좋다. 어떻게든 달라야 설레기도 하니까. 손가락 지문처럼 뱅글뱅글 돌아가던 하루도 이렇게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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