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눈 비 그리고 바람 Apr 15. 2022

일에 지쳐버린 당신께 필요한 것

 직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유독 감당하기 힘들 때가 있다. 끝이 없는 업무에, 회의에, 쏟아지는 메일에, 힘들다는 말 조차도 꺼낼 시간이 없을 때 말이다. 일을 하며 듣는 말은 모두 내 일이 되고 내가 하는 말은 변명밖에 되지 않을 때, 그럴 때가 있다. 가끔 이럴 때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시원하게 회사 정문을 박차고 나가는 상상을 해보곤 한다. 뒤도 안 돌아보고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잠시 동안 생각에 잠겨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움찔 만 할 뿐, 이내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와 앉는다. 그리곤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느낄 때, 깊게 몰아쉬는 한숨에 갑갑한 심정을 겨우내 실어 몰아낼 뿐이다.


이럴 때는 가족의 끝없는, 무조건적인 위로보다는, 좀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위로를 받고 싶을 때가 있다. 위로받고 싶은 이유를 구차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찰떡같이 눈치를 채고서는 정확하게 내가 듣고 싶은 말만 해주는 존재가 필요한 것이다. 나에게는 아직 마음이 맞는 직장 동료들이 다. 전쟁터와 다를 바 없는 이런 메마른 곳에도 주변을 잘 돌아보면 나의 편이 있다는 사실에 옅은 안도에 한숨을 쉬어 본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렇게 힘들지 몰라도, 이내 커피 한잔 곁들이며 떠들어 대는 위로에 순간이 있다는 생각에 힘이 나곤 한다는 것이다.


일을 삶에서 떼어 낼 수 없고, 힘이 든다고 그만둘 수 없다면, 일을 하는 것보다 일을 해야 하는 에너지를 계속해서 수혈하는 것이 중요하다. 퇴근 후 소중한 가족과 시간을 나누면서, 또는 취미를 통해서, 때로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일을 해야 하는 에너지를 찾아 해매 본다. 시간이 지나다 보니, 일을 계속하다 보니 그런 쉼만을 통한 보충보다는 일을 하며 빠져나가는 에너지가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앎이 주는 뒤늦은 무기력함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았기에 동료들에게 의지하며 지친 하루를 그때그때 이겨내 본다.


 집에 가서 가족과 함께 지켜야 할 추억을 만들기 위해, 다음날 더 활기찬 하루를 위해, 그리고 나를 목발 삼아 다시 일어 나는 동료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우리는 서로 마주 보며 그렇게나 웃었나 보다.



작가의 이전글 출근길 퇴근을 생각해 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