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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 비 그리고 바람 Apr 17. 2022

글알못이 글을 대하는 자세

feat.  글쓰기

조금이라도 글을 쓰고 잠을 청하는 것이 이제는 익숙해진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글이라면 손사래 치던 나였고, 몇 줄 쓰는데도 30분 이상 걸렸던 시절을 생각하면 정말 습관에 힘은 대단한 듯 보인다. 사실 내가 소질에도 없던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여느 날과 같이 회사일에 매달려 지내던 나는 후배가 가진 취미에 문득 흥미가 느껴졌다. 점심시간만 되면 책을 꺼내 들고는 밥 먹는 것까지 거르면서 책에 빠져있는 후배의 모습은 무료한 일상에 지친 나에게 실낱같는 희망을 던져주기 충분했다.


이내 나도 십수 년 만에 해보는 독서에 차츰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고 점심시간은 밥을 먹는 시간이 아닌 책을 읽는 시간으로 변해갔다. 점심시간이 오기 전부터 식당에서 세어 나오는 음식 냄새보다 책이 풍기는 듯한 냄새에 더 이끌렸고, 책을 펼치고 싶다는 생각에 침을 꼴깍 삼키기도 했다. 책을 촥 펼쳤을 때 맡아보는 그윽하게 퍼지는 인쇄 향기, 손안에 들어오는 묵직함은 이륙 전 비행기 안에서 맛보는 설렘도 담겨 있다. 독서가 주는 이러한 이점 만으로도 삶에 대한 자세를 바꿔주기에 충분했다.


어느 날 글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막연하기 글쓰기를 시작했다. 아무 주제도 없이 쓰고 싶은 대로 말이다. 일기처럼 유치하기도 하면서 때로는 아무 주제도 없는 산문처럼, 때로는 책을 읽고 써보는 서평처럼, 무엇이든 현지 조달된 글로써 나만에 삼매경에 빠지고 싶었다.


하지만 독서를 하면 발현되는 능력, 현세와 벽을 칠 정도에 집중력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음식을 맛있게 잘 먹는다고 해서 맛있는 음식을 무조건 잘 만든다는 것은 아닌줄 알면서도 나는 다를 줄 알았다. 이런 막연한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며 나를 다시 현실로 끄집어내 왔다. 처음에는 이런 현실이 받아들이기 힘들어 쓰기를 그만둘까란 생각도 여러 번 했다.


지금은 글을 잘 쓰기 위해 써본다기보다는, 그냥 내 야기를 이렇게 저렇게 써내려 가본다는 것 자체가, 이런 시간을 가지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다. 나아가 이렇게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담당하게 써내려 가는 시간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이 지긋지긋한 직장도 때려 칠 수 있을 정도에 경제력에도 보템이 되지는 않을까 조심히 기대해 본다.


그냥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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