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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 비 그리고 바람 Apr 13. 2022

출근길 퇴근을 생각해 보다

 출근길 흐드러지게 핀 꽃잎들이 내려와 얼굴을 간지럽혔다. 이 길이 출근길이 아니었다면 연신 폰으로, 눈으로 흔적을 남기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바빴던 나를 위해서도,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도, 친구를 위해서도 말이다. 하나라도 더 좋은 것을 같이 공유하기 위해서,,,


출근길에 만나는 꽃길은 불편함만 가득했다. 떨어지는 꽃은 단지 바삐 흘러가는 하루 중 일하러 가는 길에 만나 발에 차이는 돌멩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어디 멀리 가는 것도 아니고, 단지 회사 가는 길에 마주친 것뿐인데 이렇게나 다른 느낌은 무엇 때문일까? 출근길과 퇴근길, 다시 출근길과 퇴근길,,, 수없이, 똑같이, 그리고 익숙하게 반복되는 삶은 우리에게 공허함만을 남기기 충분했고, 이런 공허함은 삶에 대한 태도를 무기력하게 바꾸기에 충분했다. 이런 것이 반복될수록 세월은 무심하게 흘러갈 뿐이었다.  


출근길과, 퇴근길 사이에 만나는 모든 일이 무기력함으로 치부되어 삶 속에서 떨어져 나가는 듯한 느낌이 싫다. 일하는 사이 벌어지는 일에 대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도 해보고, 새로운 시각에서 삶을 돌아보기도 하고, 곱씹어보고도 싶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냥 무엇을 해보든 출근길에 퇴근길을 생각해 보듯 간절함 속에 묻혀버린 지겨움에 일부일 뿐이다. 일이 힘들고 지겨운 것일까? 아니면 지금에 와서야 잘려나간, 잊어버렸던 여유를 되찾고 싶은 것일까?


한 해를 시작하기 앞서 무채색에서 유채색으로 바뀌는 시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신호탄인 꽃놀이가 코로나로 흐지부지 되면서 괜한 심술만 났다. 하필이면 이렇게 맑고, 청초한 꽃잎들이 왜 출근길과 퇴근길에 밟히게 되었냐고 말이다.


꽃잎을 밟으며 출근하는 출근길에 퇴근을 생각하며, 퇴근길 어둑한 시간에 다시금 밟아 보며 행복해할 순간을 생각하며,

무거운 발걸음에 어떤 의미를 부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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