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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 비 그리고 바람 Apr 27. 2022

낮에 길이가 길어지면 어떤가요?

 낮이 길어지면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과 폭이 길어진다.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저마다 뽐내던 만물에 색상들이 유채색과 무채색 사이 어딘가 즈음에서 서서히 그 생기를 잃어간다. 세상이 가진 색들과 소중한 경험이 어우러져 겨우내 만들어낸 사색에 결과들, 생각들은 그렇게 한참을 머릿속을 맴돌며 자신에게 어울리는 단어들을 찾곤 한다. 이런 소중한 기억들은 단어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글로 남길 수도 없고, USB를 꽂아서 저장할 수도 없다. 이 순간에만 느낄 수 있다는 것으로도 삶에 대한 여유와 이유를 가져다준다.


하지만 해가 붉은색으로 변해 어딘가에 걸려 있다고 느껴질 법한 때가 오면, 어둠이 밝음을 몰아내는 그 순간이 오면, 햇살과 코끝으로 불어오는 따스한 바람, 다채로운 색상들의 합주로 만들어진 몽글몽글한 생각들은 어김없이 사라지고 만다. 이내 밀려오는 후회와 아쉬움은 오랫동안 붙잡지 못했음에 죄책감마저 다. 어련히 어두워져야 할 때가 됐음에도, 충분히 어둠이 내려와야 할 시간이 되었음에도 남아 있는 햇살은 무더움과 찝찝함을 가져온다. 하지만 하루에 더해지는 보너스 시간이라는 생각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고, 사색과 여유를 오랫동안 만끽해 본다.


내일은 따스한 햇살이 더 길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설레는 맘 끌어안고 잠을 청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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