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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 비 그리고 바람 May 01. 2022

순간 느끼는 감정에 목숨 걸 필요 없는 이유

 오랜만에 전 직장에서 알고 지내던 지인을 만났다. 힘들어 죽을 것만 같았던 그때 그 시절을 겪으며 서로 다시는 안 볼 사람처럼 쓴소리를 뱉기도, 힘듦을 서로에 탓으로 미뤄보기도 했던 적이 있었다. 힘듦은 결코 상대로 인해 겪는 과정이 아님을 알았지만, 그렇게라도 서로에 감정을 흘려보내지 않았다면 삶에 무게를 버텨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이에 얼굴을 보자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마구 쏟아져 내렸다. 분노, 화해, 웃음, 희열,,,,, 


그런 감정들을 겨우내 추스르자 그간  많은 시간이 흘렀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감정들이 한데 섞이더니 결국에는 은은한 추억들로 환원되며 너무 보고 싶었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시간이 가진 망각에 효능은 거름망 같다. 삶이라는 커다란 덩어리도, 시간을 통한 망각은 기억이라는 병에 거름망을 대어 준다. 좋은 기억은 사진처럼 남겨 따라 내고, 나쁜 감정은 추억이란 이름으로 바꿔 잔향이 길게 느껴지는 기억으로 따라낸다.


 병에 남겨진 기억에 양은 중요치 않다. 양이 적을수록, 잔향이 오랫동안 남을수록 가치는 높다 한다.  깊은 고통과 괴로움도 오랜 시간과 만나 단지 몇 방울에 추억으로 바뀌지만, 향기는 오래도록 남아 과거 있었을 법한 감정에 흔적만을 겨우 추정해볼 뿐이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남을 사람은 남고, 떠날 사람은 떠난다. 그러니 순간에 감정들에 얽매이지 말고, 그런 감정들을 따라다니며 상대방을 옭아매지 말자


시간은 감정에 찌꺼기는 버리고 새로운 느낌들만 모아 남겨둘 터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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