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그냥 글일 뿐이다.

 혼자 그랬다. 글 같지 않은 글을 쓰면서, 소재가 없어서 쓰기 힘들다느니, 겪어보지 못한 일을 어떻게 쓸 수 있느냐 하면서 말이다. 정작 창작에 고통으로 몸서리쳐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었지만, 내가 그런 상황인 양 혼자 고통스러워했다. 자신의 위치가 어떤지도 모른 채,,,

글이라는 것은 꼭 좋은 소재가 있어야, 참신한 글감이 있어야지 잘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더라. 브런치를 하게 되면서 깨닫게 된 것이 있다. 자기 글은 훌륭하다고 생각하며 남이 쓴 글을 읽지 않음은 자만이며, 남에 글을 보며 나의 글이 낫다고 생각함은 멍청함이라는 것 말이다. 이런 생각으로 가득 차, 잘하기 위한, 감탄을 자아내는 글만을 쓰고자 하니 잘 될 턱이 있나?

누군가에 글에서 느껴본 적 있다. 이름도 모를 그 사람에 글에서 하찮은 주제, 하찮은 물건들마저도 세상에 이치를 논할 수 있을 정도에 심오한 의미가 주어지는 것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무심한 듯 던져지는 파편들이 종국에는 무심하지 않은 것이 되는 바둑돌처럼, 단어 하나하나가 허투루 쓰이지 않았다.

글에 대한 본분은 이런 것이라는 듯 나를 다그쳤다. 그 글을 읽으며, 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이 나 자신을 넘어 이미 모든 생각을 잠식하는 순간에까지 이르더라. 그렇게 눈을 감고 한참 동안 어떤 생각을 머금고 느껴봤다. 눈을 감아도 느껴지는, 따라오는 시선 같은 것은 분명 부끄러움에서 오는 후회에 독촉장이었으리,,

글이라는 것은 악기일 뿐이다. 악기에 본분은 다루는 이에 영혼을 표현하는 도구일 뿐, 악기 자체가 가진 기교에만 의지해, 누군가를 홀리는 것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