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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 비 그리고 바람 May 15. 2022

친할수록 더 조심스레 쌓아야 하는 이유

 오랫동안 살다 보니 친하다는 것은 함부로 다가가도, 아무 말이나 내뱉어도, 아무렇게나 행동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더라. 친하다는 이유로, 들어가지 말았어야 할, 그 사람에 머릿속을 함부로 들어가서는,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마음대로 끄집어 나오곤 한다. 위로라는 가면 뒤에 숨어서, 거짓말을 못한다는 거짓말을, 양심도 없이 지껄이며 자기가 하고 싶은 말들을 쏟아낸다.


친하다는 것은 이런 무례한 짓을 용서받기 위해, 그렇게 서로에 믿음을 쌓아 왔던 것은 아니다. 아무리 많은 조약돌 속에 탑을 쌓았다 하지만, 쌓으면 쌓을수록 조심해야 되는 것이 관계다. 아무렇게 쌓으면 분명히, 와르르 무너져 무심하게 널브러져 있던 다른 조약돌과 다를 바 없다. 하나를 쌓고, 또 쌓으며 조심히 붙잡아 올린 조약돌이, 이번 삶에, 이번 관계에, 마지막 남은 돌이라는 생각으로 쌓아야 한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쌓아 올린 관계는 잠시 동안 두 손을 떼어낸 후에도 한참을 지켜봐야 한다. 혹시 모를 불균형에, 기울어져 쓰러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숨소리조차, 균형에 무리가 갈까 싶어 조심스러울 따름이다.


우리는 어쩌면 엄마, 아빠, 동생, 친구, 가족, 직장 동료, 이 모두가 서로에 조약돌을 쌓아 올리고 무너지고를 반복하고 있을지 모른다. 단지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쌓으면 쌓을수록 작은 마음도 더 신중하고 어렵게 쌓아 올려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규칙도 모른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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