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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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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CI May 18. 2022

신간 <김밥>: 책 본문 중에서(3)

제6장 삼각김밥 중에서

이렇듯 오니기리에 덧칠된 따스한 정서는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핀란드 사람들에게 낯선 음식인 오니기리를

식당의 메인 메뉴로 올린 이유를 묻는 질문에

주인공 사치에는 이렇게 대답한다.


“오니기리는 일본인의 소울 푸드잖아요.”


이어 그녀는

어렸을 적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자신이 집안일을 도맡았지만

1년에 딱 두 번,

운동회 날이랑 소풍날이면

아버지가 오니기리를

손수 만들어주던 기억을 이야기한다.


오니기리는 남이 해준 게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고 한

아버지의 말을 곁들이면서.




이처럼 오니기리는

원래 일본 가정에서 해 먹던

소박한 음식이다.


어머니를 일찍 여읜 사치에와 달리,

주로 어머니들이 조물조물 주물러 만들어주던

대표적인 집밥 메뉴였다.


한국에서 김밥이 그렇듯,

운동회나 소풍 같은 행사가 있는 날이면

도시락 통에 담기는

단골 메뉴이기도 했다.



이 소울 푸드가

일본 편의점에서 팔리기 시작한 건

1970년대다.


1971년 일본 최초의 편의점인

코코스토아가 개점한 이후

편의점 붐이 일 무렵,

오니기리는 샌드위치와 함께

일찌감치 진열대에 놓인 음식이었다.


반응은 시원찮았다.


오니기리 겉면을 감싼 김이

쌀밥 때문에 눅눅해졌기 때문이다.



집에서 갓 만든 오니기리와 달리

김의 파삭한 식감을 느끼기는커녕

비릿한 냄새가 나는 데다

위생 문제까지 제기되자

진열대에 놓이기도 힘들어졌다.


하지만 1978년,

일본 세븐일레븐이 필름 포장 방식을 개발하면서

편의점 삼각김밥은 전환점을 맞는다.



그렇다,

우리가 아는

바로 그 교묘한 포장 방식 말이다.


포장지를 벗길 때에야

김이 밥에 달라붙을 수 있도록,

그래서 김의 식감과 풍미를 살릴 수 있도록 고안된

이 ‘데마키 오니기리手巻おにぎり’를 계기로

삼각김밥 매출은 수직 상승한다.



소풍날 돗자리 위에 펼쳐지는 음식,

떡볶이와 라면의 짝꿍,

편의점에서 대충 때우는 한 끼,

김밥천국에서부터 광장시장까지


모양새만큼이나, 속재료만큼이나

알록달록한 김밥의 세계


 ‘김밥’이라는 음식에 얽힌 갖가지 이야기를 통해

사회·정치·경제·문화를 두루 살펴보는,

김밥에 관한 트리비아 모음집 <김밥>.

지금 서점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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