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젊은꼰대 시대
요즘 들어,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이 잦아졌다.
직무를 약간 비튼 이후, 나보다 어린 사수들로부터 이전에는 사소하다고 여겼던 일들을 나름 성실히 배우고 있다.
약 6개월에서 2년 정도 먼저 입사한 20대 중후반의 사수들은 꽤 가차 없는 편이다. 본인들이 일을 배운 대로 업무를 수행하지 않으면, 즉각 피드백을 주고 때로는 언성을 높이기도 한다.
결과적으로는 다르지 않은 A와 B의 방법일지라도, 본인들이 그렇게 배웠고 익숙한 A의 방법에 의문을 품으면 조직에 순응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본다.
"OO 씨는 저보다 사회경험도 많으실 텐데 왜 그러시는지 잘 모르겠네요?"
이게 바로 젊은 꼰대라는 것일까. 그래봤자 나와 2~5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도 말이다.
초장부터 조직에 반기를 드는 경력직원이 되긴 싫은 나는, 매번 비위를 맞춰주고 구슬려가며 네네 하긴 하지만, 입이 약간 비죽 나오는 것만은 막기 힘들다.
나는 사실, 조직에 굉장히 순종적이고 충성도가 높은 편에 속하는 인간이었다. 후보생 교육과정을 거쳐 군 장교로 복무했고, 이후의 직장들에서도 오너의 비전에 최대한 부합하는 직원 중 하나였다.
여기에 어떤 일을 맡든 소기의 업무 성과까지 보여줬으니, 어느 조직에서나 꽤 선호받고 신임받는 직원이었다. 단지 문제가 있다면, 업-다운 식의 업무체계가 고착화된, 과거의 조직 형태에 한정된 것이었다는 점이지만.
그러던 내게, 현대사회에서는 조직과 오너에 순응하는 것만이 정답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
이전 직장들에서 조직이나 오너의 방향성이 시대적 요구와 점점 더 동떨어져 가는 순간, 나 또한 시대에 뒤처지는 인간이 되어간다는 현실을 두 눈으로 목도했던 것이다.
나는 아직 젊고, 시대는 빠르게 흘러가는데, 이렇게 조직과 오너에 기대어 살아가다가는, 분명 후회할 날이 오리라는 것이 불을 보듯 빤해 보였다.
그렇게 나는 콘텐츠 업무 중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이는 마케팅 콘텐츠 업무를 하게 되었고, 지금은 하나둘을 배워가며 직장 내 젊은꼰대들에게 치이면서도 잘 적응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 또한 그 나이대에는 시야가 굉장히 좁았던 것 같다. 그때는 포청천마냥 옳고 그름을 중요하게 여겼었다. 20대의 경험이 많지 않은 내가 판단하는 옳고 그름이 얼마나 합리적이겠냐만은, 그런 생각은 추호도 하지 못했다.
나는 늘 인정받고 신뢰받는 직원이었고, 그 머릿속은 확신과 자만으로 가득 차 있었으니까.
한걸음만 떨어져서 바라보면, 옳고 그름만이 언제나 해답은 아닌데도 말이다. 늘 여유 가득한 미소로 젊은 CEO를 바라보는, 영화 <인턴>의 할아버지가 떠오르는 건 나이를 먹어서일까.
지난날의 업보를 이제야 되돌려받는 것 같아 꽤 씁쓸하지만, 당장은 별 다른 도리 없다. 일단은 이곳의 문화와 방식에 적응하는 것이 우선이고, 내일 당장 젊은 사수들이 변할 리도 만무하기 때문이다.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책을 한 권만 읽은 사람이 가장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