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슬며시 고개를 드미는 2년 차 징크스
월간지 에디터가 된 지 어언 1년이 되었다.
어느새 나도 2년 차에 접어든 것이다.
정신없이 흘러간 2020년.
코로나가 없었더라도 분명, 만만치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던 한 해였다.
지병을 이유로 툭하면 지각과 결근을 일삼는 동료 직원.
발행일이 다 되어서야 꼭 편집 방향을 뒤엎는 발행인.
무엇 하나 예정대로 흘러가지 않는 일정.
그럼에도 정해진 시점에는 이루어져야 하는 발행.
그동안 꾹꾹 눌러 담은 나의 수난기가 벌써 한 트럭은 되지만, 웬일인지 이제야 하나둘 꺼내들 용기가 났다.
그렇다고 '여유'라는 끝내주게 멋진 무기가 생긴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2년 차에게는 그에 걸맞은 또 다른 고난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자기 글은 못 쓰겠다면서 기존 편집 방침에는 사사건건 태클을 거는 연로한 편집자가 새롭게 들어온다던지.
코로나로 인해 인원이 감축되어 그 연로한 편집자와 둘이서 매달 발행을 해야 한다던지 등.
올해도 만만치 않은 일들이 내 목을 옥죄기 위해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안 그래도 바쁜 업무 외에 쓸데없이 자잘한 일들로 나의 머리털은 남아나지 않을 판인데 말이다.
그러다 문득, 나는 운이 좋지 않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을 이쪽저쪽으로 굴려 보았다.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운이 좋은 게 아닌 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어떻게 버텨온 지난 한 해였는데...
이제 좀 편해지나 했다고!
그렇게,
'이대로는 분해서 도저히 안 되겠다'는 마음으로
'초보 에디터의 좌충우돌 편집기'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