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작정 글 지적 폭격
"잠깐 보니까 OO 씨는 인물 기사가 잘 안 되네요."
"네?!"
"이번 인물 인터뷰는 외부에 청탁하는 게 좋겠어요."
새로 온 연로한 편집자는 내게 첫인사를 건넸다.
누가 봐도 인사를 가장한 도발이었다. 빤했다.
어딜 가나 이렇게 꼭 기싸움을 거는 사람들이 있다.
인생을 피곤하게 사는 부류다.
하지만, 무방비 상태였던 내게는 정확히 통했다.
'부글부글'
이렇게 무례하기 짝이 없는 인사는 참 오랜만이었다. 오래전, 편의점에서 주취자를 상대해야 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한결같이 말이 되지 않는 소리를 참으로 진지하게 했다.
기사의 일부도 아니고 통으로 싸잡아서 글이 안 된다니.
나의 작은 글 부심에는 '찌직'하고 스크래치가 갔다.
인물 기사와 칼럼이 강점이라는 이야기를 언제나 들어왔던 터라 더욱 그랬다.
완벽한 문장은 없다는 생각 아래
글 지적에 있어서는 열린 마음을 가지려 하지만,
이건 비판이 아닌 비난에 가까웠다.
내 머릿속은 새하얗게 변했다.
"어느 부분이 이상한가요?"라고 물을 여유조차 없었다.
그녀는 내 시선을 피하며 섬뜩한 눈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 비웃음이 가득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부아가 치밀었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본때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으로 네거티브한 감정이 글을 쓰는 동기로 작용했다.
부담감을 느끼기 시작하면 글이 잘 안 나가는 듯하여, 지금까지는 기사문을 쓸 때 경쾌한 발걸음 같은 기분으로 써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두 발목에 무거운 족쇄를 차고서라도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눈앞에 있었다.
'그렇다면, 쓸 수밖에 없다.'
그냥 써서도 안 된다. 인정할 수밖에 없을 만큼 잘 써야 한다.
그렇게 나는
"이번 인물 취재는 한 명씩 나눠서 하시죠."
라는 짤막한 대답을 끝으로 자리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지역 연예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한 가수에게 전화를 걸어 인터뷰 일정을 잡았다.
앞으로의 편집실 분위기가 이번 원고의 수준에 달려 있다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뭐, 그렇다고 해서 별 다른 준비를 더 하진 않았다.
평소와 같더라도 질 것 같지 않았다.
글의 수준을 놓고 '이기고 지고'를 따지는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어느 문예창작학과의 신입생 합평회도 이런 꼴은 아닐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