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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담 Apr 05. 2024

3. 삶의 허무함

이별마저 최적화되어 있는 현대사회

차가 화장시설에 도착하자마자 동생의 관을 내렸다. 관은 화장시설의 직원분이 끌고 온 운구 수레 위에 놓였다. 우리 가족은 장례지도사의 안내를 받아 화장 순서를 받기 위해 접수를 하고 기다렸다. 얼마 되지 않아서 호출을 받았고 가족들과 조문객들 모두 고별실로 이동했다. 


관이 화로에 보내기 전 마지막으로 인사하는 공간으로 크기가 꽤나 컸다. 그곳에서 장례지도사는 입관할 때처럼 모든 사람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기라고 했다. 엄마는 또 한참을 우시면서 동생을 보내지 못했고 나는 또 말을 하지 못하고 목놓아 울기만 했다. 친척분들도 동생의 친구들도 각자 말로 또는 표정으로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모든 인사가 끝나고 화장시설 직원분의 정중한 인사와 함께 동생의 관은 우리 눈앞에서 멀어졌다. 그리고 우리는 대기석에 앉아 기다렸다. 자리에 앉자마자 거의 바로 전광판에 동생의 이름이 올라왔다. 이름 옆에는 화장이 완료되는 시간이 적혀있었다. 그때까지 1시간이 조금 넘게 남았고 나는 또 멍하니 창밖을 봤다. 날씨는 화창했고 주변도 고요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난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상하리만큼 진정돼 있었고 난 스스로가 감정이 메말라있는 인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던 중에 장례지도사가 왔다. 유골함과 위패 디자인을 골라야 한다고 말하며 책자를 보여줬다. 종교, 모양, 소재와 같은 선택지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동생을 위하는 마음을 저울질당하는 기분이 잠깐 들었지만 유골함도 위패도 누군가의 생계수단이니 그러려니 했다. 그렇게 적당한 것을 골랐다. 그리고 장례지도사가 위패에 넣을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다. 알겠다고 대답하곤 휴대폰을 켜 가지고 있는 사진 중 가장 밝게 웃고 있는 사진을 골랐다. 사진 속 동생의 얼굴을 보니 또 마음이 서글퍼졌다.


예정된 화장시간이 끝나고 수골실 앞으로 와달라는 안내를 받고 가족들과 함께 수골실로 향했다. 수골실은 가족 이외에는 들어올 수 없을 만큼 좁았고 유리창 너머에 새하얀 뼈들이 놓여있는 것이 보였다. 동생은 정말로 되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나버렸단 것이 실감이 났다. 유리창 너머 유골실 직원은 최대한 담담하고 예의를 갖춰 동생의 뼈를 확인시켜 줬고 모든 확인이 끝난  분골을 해주셨다. 짧은 시간만에 동생의 뼈들은 가루가 되었다. 그렇게 동생의 뼛가루를 담은 유골함이 내게 전달됐다. 뼈에 가해졌던 열이 가시지 않은 탓인지 유골함은 따뜻했다.


유골함을 품에 조심히 안고 바로 옆 납골당으로 가서 접수를 했다. 자리 번호를 배정받고 납골당 관리인의 안내를 받아 자리로 갔다. 동생의 자리는 조금 높은 곳에 위치했고 유골함을 넣기 위해 철재 사다리를 펴서 올라가 안치시켰다. 그리고 유골함을 넣은 자리 유리 덮개가 쉽게 열리지 않게 전동 드라이버를 사용해 강하게 고정했다. 작업 현장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빨리빨리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 공구를 쓰는 작업현장 같았다. 기분이 이상했다. 그렇게 관리인은 납골작업을 마치고 자리를 비웠고 우리 가족은 안치된 동생의 유골함을 보며 또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 동생의 마지막까지 지켜준 동생의 친구들, 조문객들을 배웅하러 나갔다. 납골당 밖은 며칠 사이 내 마음과 대조될 만큼 고요했다. 장례식도 동생의 죽음도 없었던 일처럼 느껴질 만큼 괴리감이 들었다. 그렇게 얼떨떨한 기분으로 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다시 동생의 유골함 앞으로 가서 동생을 그리워하다 동생이 없는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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