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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동이즘 Nov 18. 2022

나를 소모시키는 일

나를 채워주는 일

제주 월정리 해변에서

일은 다음 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1. 나를 소모시키는 일 

2. 나를 채워주는 일 


흔히 창의적인 일이 나를 채워주는 일이고, 단순 노동이나 누군가의 명령으로 하게 되는 일이 나를 소모시키는 일이다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창의적인 일도 나를 소모시키는 일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내 웹툰 작가 시절이 그러했다. 








1. 나를 소모시키는 일


데뷔작을 연재할 때만 하더라도 

“드디어 내가 작가가 되었다.”라는 성취감과 만족감에 젖어 행복할 수 있었다. 

주위의 시선을 즐겼고, 누군가의 부러움이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기간은 길지 않았다. 


작가라는 목표점이 일상이 되자 그것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작가가 되는 것 말고, 작가로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연재를 하는 동안 내 머릿속은 불안에 가득 차 있었다. 


“인기가 떨어져서 연재 중단이 되면 어떡하지?” 

“다음 연재는 언제쯤 시작할 수 있을까?” 

“또 길고 긴 준비기간을 내가 버틸 수 있을까?” 


불안으로부터 도망가기 위해 데뷔작을 하는 동안 차기작을 준비했고, 

그 덕에 데뷔작 연재가 끝나자마자 그리 긴 휴식기간 없이 바로 차기작을 연재할 수 있었다. 


그러면 거기서 나의 불안은 끝이 났을까? 

그렇지 않았다. 


“이번 작품 인기가 없으면 어떡하지?” 

“다음 연재는 또 언제쯤 시작하게 될까?” 

다시 내 삶은 불안 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당시 두 번째 작품은 콘텐츠 진흥원의 지원사업을 업고 시작했던 연재라 첫 번째 연재 작보다 원고료가 두배는 넘었고, 당시 아카데미에 주 1~2회 강의도 나가고 있어서 수익도 꽤 많이 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나의 불안은 커져만 갔다. 


“나는 평생 이렇게 작업실에 갇혀 불안에 떨며 일을 해야 하는 것인가?”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식은땀이 나고 어지러워 작업실 책상에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황급히 햇빛 아래로 뛰어나가 심호흡을 했다. 

겨우 숨을 쉬다가 진정이 되면 작업실로 돌아가 다시 작업을 했다. 

그러다 또 숨이 쉬어지지 않으면 햇빛 아래로 도망가는 생활이 반복되었다. 

그렇게 내 공황장애는 깊어져갔다. 


어린 시절부터 그토록 되고 싶었던 만화작가가 되자마자 삶이 불행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나는 급격히 소모되고 있었다. 








2. 나를 채워주는 일.

부천 만화영상진흥원 시절의 작업실에서

내가 나를 다시 채우고 있다고 느끼기 시작했던 것은 

“유튜브”활동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다. 


큰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노동량이 과하지 않았고, 마감시간을 스스로 정할 수 있었다. 

좀 더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책을 읽는 행위, 운동을 하는 시간, 심지어 게임을 하는 순간마저 콘텐츠에 영향을 주어 나를 성장시켰다. 


내가 채워지고 있구나라는 것이 느껴지던 순간이었다. 







나를 채워주는 일의 조건은 3가지에 달려있다. 


1. 일과 삶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는가? 

-모든 시간을 일에 파묻혀 나를 돌볼 시간이 사라져선 안된다는 것이다. 


나의 행복을 미래에 두지 말라는 것이다. 미래는 오지 않는다. 우리는 늘 현재 오늘을 반복하다 죽음에 이른다. 오늘,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한다. 탱자탱자 놀라는 것이 아니다. 더 건강하게 더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 내 삶의 밸런스를 찾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내가 행복해야 일에서도 성과가 나온다. 정말 좋은 기회로 시작한, 나를 발전시키는 일이라 할지라도, 내 삶의 밸런스가 망가진다면 그 일은 오래 할 수 없다. 나를 소모시키다 결국 나를 망가뜨리게 된다.



2. 자기 주도성 

-누군가의 눈치를 보거나, 타인에게 끌려다니거나, 내 일의 시작과 끝을 스스로 정하지 못하고 타인에 의해서 결정되는 상황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회사생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입사와 퇴사를 결정할 수는 없지만, 회사에 의해 내 삶이 크게 휘청여서는 안 된다. 회사에서 퇴사하더라도 다른 일을 시작할 수 있어야 하고, 그렇게 마음먹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나를 적극적으로 계발해 나가야 하고, 내 마음의 건강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3. 나의 발전 

-일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이 나 스스로에게도 발전을 가져와야 나를 채워주는 일이 될 수 있다. 당장 돈이 급해 시작한 일이라면 당장 그만둘 수는 없겠지만, 그 일의 데드라인을 정해둘 필요는 있다. 언젠가 그곳에서 벗어나 나를 발전시키는 일을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오늘을 계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 15분 바다에서 명상

공황장애가 극심하게 올라왔던 그 이듬해, 나는 건강과 행복을 위해 좋은 조건으로 다니던 아카데미를 관두었다. 

그리고 그 이듬해에는 보다 더 적극적인 치료를 위해 제주도로 내려왔다. 


덕분에 웹툰 연재를 할 준비는 차근차근 잘 되어가고 있다. 

이제는 일과 삶의 밸런스를 위해 그림작가를 따로 두거나, 어시스던트를 적극 고용할 예정이다. 

당장의 얼마간의 저금보다, 내 정신과 마음의 건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건강해야 콘텐츠도 건강해지고, 

그로부터 생기는 가치가 더 큰돈을 만들어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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