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by 우동

탱탱볼 같은 사색의 시간대, 새벽이 오고야 말았다. 분명 내가 생각의 주인인데 나는 아무 권한도 없다. 속도를 조절할 수도, 방향을 바꿀 수도 없다. 어지러울 정도로 산만한 생각의 노예가 되고 만다. 어디 가서 내가 주인이라고 말할 정도로 창피한 골칫거리 생각들이 북새통을 이룬다. 봇물 터진 이 탱탱볼과의 꼬리잡기에서 나는 속절없이 져야만 하는 술래다.


유한한 고독이 캄캄한 영원같이 느껴지는 순간. 시곗바늘의 걸음걸이가 심장박동처럼 들린다. 어둠 속에 은은한 불빛을 따라 걸으면 1인용 소파와 스크린이 놓여 있다. 뭐야, 재생도 하지 않았는데 영사기가 작동되잖아. 안내 문구가 나온다. '영화 상영에는 전혀 비용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평생 무료 이용권이에요. 이곳은 요즘 ott 플랫폼과는 다르죠. 바꾸고 싶은 장면은 시나리오를 새로 써볼 수도 있습니다. 평행우주처럼 말입니다. 그럼 좋은 시간 되십시오.'


이게 다 새벽이라 그래. 마음에 물기가 생겨서 그래. 익숙할 만도 한데 적잖이 당황스럽다. 대체 생각의 한계는 어디일까? 생각이 명예고 돈인 세상에서 나는 참 행복할 것이다. 그렇지만 역시 내 사색은 상품이 아니겠지. 새벽은 나만의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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