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by 우동

상처, 이놈은 불수의근이다. 진작 알았다면 삽질하지 않았을까. 조금은 자유로웠을까. 언제부턴가 나는 남이 작정하고 상처를 줘도 타격이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상처는 나에게 자극과 동기를 부여한다. 나를 더 강하게 만드는 상처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보자.


상처의 역치를 높이는 실험을 해보았다. 감당하기 벅찬 상처를 2년이나 끌어안고 잠식되었던 시기였다. 이유 없이 날 떠난 사람을 생각하며, 다시는 무방비하게 고작 인간관계 때문에 무너지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런데 그럴 자신이 없었다. 나는 분명 또 사람을 좋아하고 정 주고 다 퍼줄 것이다. 내게 벌어질 수 있는 잔인한 일들을 상상하며 무뎌지기까지 많은 눈물을 흘렸다. 축축해져 가는 이불 속에서, 가족이 떠나고 친구에게 배신당하고 연인에게 버림받는 일들을 더는 눈물이 흐르지 않을 때까지 반복했다. 무력한 자신에게 점차 적응한 듯했다. 그러나 강렬한 상처의 통증은 아직도 나를 종종 화끈거리고 먹먹하게 만든다. 불수의근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니 어리석었던 거지.


심장, 소화기관, 혈관, 눈의 근육. 의식적으로 조절할 수 없는 우리 몸의 불수의근들이다. 이것들은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조절할 수는 없으나,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지킬 수가 있다. 마찬가지로 상처도 수호할 수 있어야 한다. 깊은 상처일수록 내 삶의 필수적인 가치를 알 수 있는 큰 단서가 된다. 그 가치가 존중받지 못하는 관계에서 사람은 상처를 받는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상처는 더 깊게 패고 적나라한 흉터를 남긴다.

상처를 치료해 줄 사람 어디 없나. 그 사람은 바로 나다. 상처에게 강요하거나 과잉 진료를 하게 되면, 아마 봉합 수술은 예외 없이 실패할 것이다. 상처는 악화되고 영원히 입원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반대로 상처를 꾸준히 경청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수반된 진료는 입원에서 통원 치료로, 그러다 먼 훗날에는 완치 판정도 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상처와 눈을 맞추며 활짝 웃게 되는 그날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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